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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340 vote 0 2009.06.09 (1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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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그림은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려는 '작가의 의도'를 명확히 드러낸다. 그 방법으로 작가
는 관객에게 말을 건다. 그림과 관객의 소통을 넘어 작가와 세상의 소통으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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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목판화 우키요에는 원경과 근경을 대칭시켜 강한 인상을 얻는다. 서구의 원근법에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서구의 단순한 원근법을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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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의 고요한 후지산이 근경의 거센파도와 대칭된다. 원경과 근경의 대비가 고요함과 거칠음의
대비로 확장되고, 이는 다시 작가와 관객 사이에서 마음의 대비로 전개하는 단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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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호관 이인상의 설송도는 곧은 나무의 정(靜)과 굽은 나무의 동(動)을 대비시킨다. 이는 다시
선비의 절개와 시류의 변화 사이의 대비로 확장된다. 그러한 확장성이 작가와 관객이 소통하는
단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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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을 그리다




깨달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 보이는 것은 칼라, 보이지 않는 것은 관계다. 칼라를 칠하면 가짜, 관계를 그리는 것이 진짜다. 깨달아야 할 만나기≫맞물리기≫맞서기≫하나되기≫소통하기는 그 관계의 심화과정이다.

무엇을 그릴 것인가? 관계를 그려야 한다. 그것이 강조되어야 할 현대성이다. 인상주의로부터 시작된다. 동양에서는 발달된 남조문화에서 이미 싹이 현대성의 텄지만 서구에서는 인상주의가 최초로 관계를 그렸다.

인상주의는 일본의 목판화 우키요에 영향을 받았다. 우키요에는 또 서구의 원근법에 영향을 받았다. 보통 후지산을 원경으로 놓고 근경과 원경을 대비시켜 인상을 얻는다. 거기에는 관객을 놀래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서구의 원근법은 원경과 근경의 대칭성이 없다. 그냥 한 줄로 쭉 이어져 있다. 우키요에의 원근법은 서구의 원근법과 다른 것으로 원경과 근경 사이에 여백을 두는 동양의 산수화전통에 따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작가의 의도’다. 서구의 회화전통에는 작가의 의도가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교회나 귀족에 의한 주문제작 위주이기 때문이다. 그림 속에는 주로 그리스신화를 바탕으로 한 사건이 묘사되어 있다.

관객은 그림속의 사건과 대화할 뿐 작가와 대화하지 않는다. 종교화라면 얼마나 성스러운 느낌을 주는지에 주목할 뿐이다. 그림을 보기 전에 이미 그림의 주제를 알고 있으면서 주제가 잘 반영되었는지만 살핀다.

작가의 독자성은 반영되어 있지 않다. 반면 인상주의는 작가의 의도를 반영한다. 작가 자신이 주장하는 미학적 질서가 있다.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려면 그림은 단순화 되어야 한다. 심플해져야 한다.

단순화 하여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는 그림은 동양화에 있어서는 일반적이다. 동양화는 단순한 구도 속에 정(靜)과 동(動), 산(山)과 수(水)의 대칭구조가 있다. 대칭성은 관객의 시선을 그림 속의 한 지점에 모으는 역할을 한다.

그 방법으로 작가의 의도를 드러낸다. 그 방법으로 문자향 서권기를 담아낸다. 원과 근, 정과 동, 산과 수의 대칭성에 의해 그림은 통일성을 얻는다. 그 통일성이라는 축에 작가의 의도를 올려태운다.

그렇게 주제를 드러낸다. 그 지점에서 그림은 작가와 관객의 대화로 된다. 그림 속 구도의 대칭이 그림 안에서 주제의 대칭으로 발전하고, 마침내 작가와 관객 사이의 대칭으로 또한번 도약한다.  

사건 안에서 성춘향과 변사또의 대립구도가 주제 안에서 사회적 약자와 권력측의 대립구도로 확장되고 이는 다시 그 소설이라는 한계를 넘어서 작가와 관객 사이의 보편적 소통으로 확대된다.

비유하면 자동차와 같다. 그림은 자동차다. 작가는 운전수, 관객은 승객이다. 서구의 회화전통은 열차와 같아서 승객은 운전수와 대화할 수 없다. 승객은 사전에 약속된대로 정해진 역에 하차할 뿐이다.

동양화는 승용차와 같아서 운전자와 승객이 대화할 수 있다. 승객은 임의로 행선지를 변경할 수 있다. 비로소 작가 자신의 그림 탄생이다. 관객과 작가의 관계는 보다 밀접해지고 그만치 자유로와진다.

관계가 좁혀지지 않은 첫 데이트에서는 ‘매너’라는 규칙에 지배되지만, 서로 친해지고 난 다음에는 융통성을 얻을 수 있듯이 관계가 밀접해지는 정도에 따라 자유의 폭은 커져간다. 더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있게 된다.

만나기≫맞물리기≫맞서기≫하나되기≫소통하기는 그 관계의 심화과정을 나타낸다. 서구의 고전주의 아카데미즘 회화는 작가와 관계의 거리가 멀어서 낮은 단계의 소통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작가는 완제품 요리를 제공하고 관객은 얌전히 기다리다가 웨이터가 내오는 순서대로 음식을 먹을 뿐이다. 인상주의 이후 새로운 회화는 요리사와 고객 사이가 개방되어 있고 양자 사이에 충분한 대화가 있다.

한국의 불고기나 보쌈, 비빔밥은 덜 만들어진 요리다. 요리사는 익히지 않은 반제품 요리를 제공하고 고객이 직접 굽고 싸고 비비며 최종적으로 요리를 완성시킨다. 그 과정에 관계의 진보가 있다.

이 글의 목적은 독자의 안목을 키우는데 있다. 안목은 관계의 심화된 정도를 알아보는 것이다. 데이트 하는 연인이 있다면 척 봐도 어색한 첫만남인지 익숙한 고향친구인지 오래된 부부인지 알 수 있다.

관계의 대칭구조 속에 숨은 밸런스와 포지션을 알 수 있다면 알아챌 수 있다. 안목을 얻을 수 있다. 미학원리를 통하여 만유의 원리를 알아챌 수 있다. 안보고 아는 경지에 오른다면 그것이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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