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7965 vote 0 2004.01.19 (18:21:14)

실미도 이야기를 언급하는 독자 분이 많은데.. 무심코 뱉은 저의 한마디가 의외의 반향을 낳을수도 있구나 하고 느끼는 점이 많습니다. 지난번 그 글은 영화평이 아닙니다. 영화를 보고 쓴 글이 아니니까요. 제 이야기는 ‘강우석이는 기본이 안되어 있다’는건데 기본이 안되어도 흥행은 될 수 있죠.
‘공공의 적’도 제가 아주 혹평을 한 적이 있는데 .. 사실 저는 그 영화 보다가 졸았음.. 글래디에이터도 마찬가지로 혹평... 반대로 역사적인 재앙 ‘성소’는 점수를 후하게.. 이건 판단기준이 다른 겁니다. 제가 김기덕의 영화를 극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일반 관객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보는 거에요.(그러니 평론가들 말은 곧이 곧대로 믿지 마세요. 평론가는 대중과 상극임.)

예컨대 김기덕의 ‘해안선’에 나오는 바닷가 갯벌에서의 권투장면이 실미도의 바닷가 권투장면으로 모방되었을 수도 있지요.(안봐서 모르지만) 즉 다른 영화에 좋은 영향을 주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겁니다. 흥행은 못해도 말이지요.

강우석이가 기본이 안되어 있다는 것은 예컨대.. 터지면 연기와 흙먼지만 피어오르는 폭탄을 터뜨려야 하는 상황에서.. 빨간 불꽃만 피어오르는 휘발유탄을 터뜨려서 김을 뺀다든가.. 혹은 사격을 할때 일정 비율로 반드시 섞여야 하는 예광탄을 쏘지 않는다든가 .. 이건 심형래의 몇몇 후진 영화에 피아노줄이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본이 안된 거거든요.

물론 일반 관객들은 모르지요. 저게 휘발유탄인지 연막탄인지 진짜 폭탄인지 알게 뭐람.. 근데 저는 알거든요. 그러니 짜증이 나지요. 실미도는 안봐서 모르지만.. 역시 폭탄이 아닌 휘발유가 터지고 있었고, 예광탄도 없는 듯 하고.. 죽도록 훈련한 배우가 똥배가 나왔을 뿐만 아니라.. 웃통 벗었는데도 피부가 검게 타지도 않았고.. 기타등등 맘에 안드는 스틸이 많지요.

저는 그런게 일일이 다 거슬리거든요. 특히 훈련병들은 민간인들이거나 아니면 민간인에 가까운 잡범들인데 중범죄자로 설정했다든가.. 기타등등 맘에 안드는게 매우 많지요. 그러므로 저는 여전히 실미도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하여간 실미도가 휘발유탄을 터뜨렸다면 강우석들은 반성 많이 해야 합니다. 라이언 일병 나온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전우’ 찍고 있는 겁니까? (물론 일반 관객들은 재미만 있으면 되지만 저는 그런걸 유심히 보기 때문에.. 초반 5분에 기분 잡쳐버리면 ‘공공의 적’처럼 남들은 다 재밌다고 하는데 저 혼자 자는 겁니다.)

실미도가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원작이 탄탄했기 때문입니다. 원작은 백동호가 쓴 건데(백동호가 원작을 썼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그 글은 안썼겠지요. 대략 낭패 T.T) 백동호는 천재입니다. IQ가 160에 가깝다든가.. 유명한 금고털이인데 20여년전 제가 본 그 때 신문기사도 약간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산’인가 어딘가 하는 재벌의 금고도 털었죠. 당시 돈으로 20억을 털었으면 대도 중에도 왕도(王盜)입니다. 이 아저씨가 금고털이로 잡혀서 깜방을 갔는데.. 동료죄수가 기절하고 자빠진 거에요. 죽은 사람이 살아돌아 왔다나 어쨌다나..(10년 쯤 전에 백동호의 자서전이든가 책이 나왔던 기억)

백동호와 얼굴이 똑같이 생긴 일란성 쌍둥이 형이 있었는데 그만 사형을 당한 거에요. 물론 백동호는 고아로 자라서 그런 사실이 있었는지도 몰랐지요. 감방동료가 알려줘서 뒤늦게 천애고아인 자신에게도 형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눈물을 흘렸다지요.

그 사건으로 충격을 받아 대오각성한 끝에 ‘세계 최고의 금고털이가 되겠다’는 꿈을 접고 소설가로 데뷔한 거죠. 실미도는 감방에 있을 때.. 실미도 훈련병으로 있었던 동료죄수에게 들은 것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 하는데 저는 상당부분 사실로 봅니다.

즉 그 영화의 스토리 전개 중 상당부분은 실화로 보는 거죠. 그렇다면 실미도는 강우석의 작품이 아닌 백동호의 작품이라 이겁니다. 하여간 백동호의 일란성 쌍둥이형 사건과 실미도와의 인연들은 다 신비하기 그지없는 이야기입니다. 인생이 뭔지 함 생각해볼만한 대목..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251 공안을 풀어보자 2003-03-27 4211
250 오행론과 구조론 2003-12-04 4216
249 집합적 구조의 이해 2003-06-10 4218
248 원자론과 구조론 2003-12-02 4228
247 장선우를 죽이고 싶다. - '성소논쟁을 마치며' 2002-09-26 4234
246 자유는 가짜다 2002-09-10 4274
245 달마도 4.5 image 2002-09-10 4277
244 믿음에 대한 세가지 이야기 2003-02-23 4302
243 숙명과 운명 그리고 자유의지 2002-09-10 4308
242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성공작이다. image 2002-09-15 4320
241 대박의 법칙 수정판 2002-09-10 4331
240 다 쓰고 죽자 2002-09-10 4369
239 구조와 시스템 image 2003-08-16 4371
238 하나의 관문이 있다. 2004-02-10 4371
237 생활의 발견을 발견하라 2002-09-10 4378
236 손정의의 대도무문 2002-09-10 4390
235 매트릭스 레볼루션을 봤습니다 2003-11-15 4390
234 깨달음의 문제는 2003-11-25 4426
233 소통은 타인의 동의를 구하기다 2003-06-26 4438
232 깨달음에 대한 이해와 오해 2003-10-26 4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