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5903 vote 0 2003.01.30 (15:26:11)

혼자 사는 것과, 둘이 사는 것과, 셋이 사는 것이 어떻게 다르냐구요? 하하하. 인간은 원래 둘이 사는 거에요. 혼자 살아도 둘이 사는 것이고, 둘이 살아도 둘이 사는 것이고, 셋이 살아도 둘이 사는 거에요. 열명이 살아도, 백명이 살아도, 결국은 둘이 사는 거에요. 혼자 산다는 것은 신과 나 둘이서 마주보고 산다는 것이고, 둘이 산다는 것은 신과 내가 어깨동무하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란히 걷는 것이고, 셋이 산다는 것은 신과 내가 동시에 뒤로 한발짝 물러서서 제 3의 대상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지요.

1. 마주보기
2. 함께하기
3. 지켜보기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마주보기를 연습해야 해요. 그 전에 인간은 누구나 신 앞에서 혼자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해요. 마주보기에 앞서 홀로서기가 있어야 해요. 홀로 설 수 있는 사람만이 마주볼 수 있어요. 마주볼 수 있는 사람만이 함께하기가 가능해요.

마주본다는 것은 두 사람이 서로 반대편에 서서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 거에요. 상대방의 전부를 본다는 거죠. 그것은 곧 자기자신의 전부와 맞선다는 거에요. 홀로 설 수 없는 사람은 마주볼 수 없고, 자기 자신의 전부와 맞설 수도 없는 것이죠.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 단계에서는 함께하기에요. 함께한다는 것은 두 사람이 하나의 대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거에요. 그리고 2인삼각으로 발을 맞추어 나란히 그 길을 가는 거에요. 그 일을 이미 끝낸 사람은 지켜보기에요. 더 이상의 개입을 중지하고, 그 일에 끼어들지 않고, 상관하지 않고, 나무라지 않고, 평론하지 않고, 그 사람의 배경이 되고, 병풍이 되고, 배후가 되고, 그 사람의 돌아갈 고향이 되어주는 거에요.

그러므로 인간은 결국 혼자에요. 혼자가 되지 않으면 정면으로 신을 바라볼 수 없어요. 정면으로 신을 바라보지 않으면 자신의 전부를 볼 수 없어요. 자신의 전부를 보지 못한다면 자기 인생을 살지 못한다는 거에요.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게 되는 거에요. 그건 산다는 말의 뜻에 맞도록 사는 것이 아니죠.

어떤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같이 산다는 것은, 신을 받아들이는 방식의 하나일 뿐이에요. 둘이든 셋이든 결국 인간은 혼자이며, 신을 인식하므로서 둘이 되는 거에요. 혼자냐 둘이냐는 결국 신과 어떤 방법으로 만나는가에요. 그 진행되는 일의 어느 단계에서 신과 만나는가에요.

그러므로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혼자가 되어서 신을, 세상을, 나 자신을, 그 모든 것을 정면으로 마주보아야 하고, 어떤 일을 진행할 때는 신과, 세상과, 그 모든 것과 하나가 되어, 나란히 어깨동무하여 그 길을 걸어가야만 하고, 그 일을 끝낸 다음에는 한 발을 빼고 뒤로 물러나 제 3자가 되어 조용히 지켜보아야 해요. 그 사람이 자신을 필요로 하면, 소용이 되어주는 거, 그 사람이 자신을 이용하려 하면 이용되어 주는 거에요. 그 어떤 경우에도 결국은 혼자일 뿐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결국은 신과 나 둘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는 거지요.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271 글이란 무엇일까요? 2002-09-10 3997
270 명상가의 즐거움 2002-09-10 4005
269 진리는 하나이다 2002-09-10 4012
268 축구소감 2002-09-10 4027
267 어떤 편지 2002-09-10 4044
266 외론 사랑이야기 2002-09-10 4048
265 완전과 불완전 그리고 일과 의미 2002-09-10 4065
264 내가 읽은 가장 아름다운 글 2002-09-10 4065
263 복잡성의 과학 구조론 2002-09-10 4065
262 매트릭스의 구조론 2003-11-09 4067
261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정치다. 2002-09-23 4070
260 권력이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는가? 2002-09-10 4100
259 7조는 누구인가? 2002-09-10 4115
258 시를 위한 시 2002-09-10 4121
257 바른 독서법을 이야기함 2002-09-10 4136
256 소유와 무소유 2002-09-10 4154
255 "선영아 사랑해~!" 2002-09-10 4159
254 접속은 필요하다 2002-09-10 4164
253 사랑 - 그 극적인 불완전 2002-09-10 4165
252 삿된 길과 바른 길 그리고 모색 2002-09-10 4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