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4271 vote 0 2002.09.10 (11:55:55)

자유의지! 매력적인 단어이다. 그러나 가짜다. 문제는 그것이 가짜라는 것이다. 그대가 그것을 필요로 한다고 해서, 그대의 입맛에 맞추어 그것이 진짜가 되어주지는 않는다.

'자유' - '프리덤'이 있고 '리버럴'이 있다. '프리덤'은 풀어줌을 말하고, 리버럴은 내버려둠을 말한다. 둘다 주인이 노예를 풀어준다 혹은 내버려둔다는 뜻이다. 자유는 한자어 중에서도 백화문에 속하고 우리말에는 없다. 우리가 흔히 쓰는 자유(自由)는 백화문이므로 엄밀하게 말해서 한자어에도 자유라는 개념이 없는 것이다.

자유는 말 그대로 주인이 노예를 풀어준다는 뜻이다. 고로 자유는 노예의 사상이요 노예의 의지다. 노예가 아니라면 자유를 추구할 리가 없다. 억압되어 있지 않으면 해방을 꿈꿀 리가 없다. 자유의지! 말은 그럴듯하나 노예의 소망에 불과하다.

노예는 자유를 꿈꿀 수 있다. 주인은 무엇을 꿈꿀 수 있는가?

노예의 자유는 안티개념에 불과하다. 그건 진짜가 아니다. 주인의 자유는 무엇인가? 주인의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그것은 상황을 장악하고 컨트롤하는 것이며 재창조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존중되어야 할 필연의 법칙이 있고, 인내하며 기다려야 할 과정이 있다.

평정심에 도달하는 것도 노예가 자유를 찾는 것에 불과하다. 새가 둥지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자유를 찾아서? 둥지를 떠나서? 그것은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하다. 아직은 진짜가 아니다.

그대는 이쯤에서 목표달성을 선언하고 이 자리에 머무르고 싶겠지만 그것은 그대에게 부여된 역할이 아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111 대박의 법칙 수정판 2002-09-10 4325
110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성공작이다. image 2002-09-15 4317
109 숙명과 운명 그리고 자유의지 2002-09-10 4303
108 믿음에 대한 세가지 이야기 2003-02-23 4301
» 자유는 가짜다 2002-09-10 4271
106 달마도 4.5 image 2002-09-10 4270
105 장선우를 죽이고 싶다. - '성소논쟁을 마치며' 2002-09-26 4231
104 원자론과 구조론 2003-12-02 4225
103 집합적 구조의 이해 2003-06-10 4213
102 오행론과 구조론 2003-12-04 4210
101 공안을 풀어보자 2003-03-27 4207
100 삿된 길과 바른 길 그리고 모색 2002-09-10 4194
99 사랑 - 그 극적인 불완전 2002-09-10 4164
98 접속은 필요하다 2002-09-10 4159
97 "선영아 사랑해~!" 2002-09-10 4154
96 소유와 무소유 2002-09-10 4151
95 바른 독서법을 이야기함 2002-09-10 4133
94 시를 위한 시 2002-09-10 4119
93 7조는 누구인가? 2002-09-10 4112
92 권력이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는가? 2002-09-10 40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