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5216 vote 0 2008.06.19 (22:51:28)

예견할 수 있다

한 분야의 베테랑은 다음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그 일의 전체과정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일머리를 알기 때문이다. 일의 우선순위와 접근경로를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테랑도 익숙한 자기분야에 한해 예측이 가능할 뿐이다.

고수는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뻔히 예측할 수 있다. 자신이 판을 짰기 때문이다. 자신이 상황을 장악하고 주도하기 때문이다. 상대는 낚인 것이다. 함정에 빠졌다. 단수를 치고 장구을 부르면 빠져나가는 길은 외길이다. 예측할 수 있다.

모든 변화는 높은 질서에서 낮은 질서로 이행한다. 높은 포지션을 선점한 사람이 상대를 낚을 수 있다. 밀도의 포지션을 차지했다면 5장의 카드를 쥔 셈이다. 입체는 4장, 각은 3장, 선은 2장, 점은 1장의 카드 뿐이다.

적을 유인하여 함정에 빠뜨렸다면 적은 점의 포지션에 있다. 적은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수 외에 다른 카드가 없다. 반면 이쪽은 밀고 당기며 여러 카드를 쓸 수 있다. 적의 움직임을 뻔히 예측할 수 있다.  

앞날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그 예측모형을 만들고 이를 객관하하여 널리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적다. 구조론의 의미는 입체적인 구조의 예측모형을 만들 수 있다는 데 있다. 객관적인 예측이 가능하다.

예측이 가능한 이유는 구조가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대칭원리다. 수요와 공급은 대칭된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줄어들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는 늘어난다. 가격의 오르내림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의 원리는 선형구조다. 더 많은 대칭구조가 모여서 입체적 모형을 구축한다. 세상 돌아가는 원리는 더 복잡하다. 더 많은 변수가 맞물려 있다. 가격이 오르면 사재기가 가세하여 더 올라간다. 예측할 수 없다.

세상은 크다. 그것은 하나의 동그라미다. 동그라미는 인류문명의 동그라미다. 큰 동그라미 안에 작은 동그라미가 있고, 작은 동그라미 안에 더 작은 동그라미가 있다. 무수히 많은 동심원들이 존재한다. 예측하기 어렵다.

입체적 구조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변화가 1년 주기의 작은 사이클인지 혹은 100년 주기의 큰 사이클인지 아니면 인류문명 단위의 더 큰 사이클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예측할 수 있다.

예측은 가능하다. 패턴을 읽어서 예측할 수 있다. 함정을 파고 상대성을 유인하여 예측할 수 있다. 주도권을 장악하고 게임을 지배하는 방법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약하다. 진짜는 창의다.

참된 자는 상대성을 끊는다. 대칭구조를 끊는다. 상대를 유인하지 않는다. 함정을 파지 않는다. 상대하지 않는다. 그들은 바깥으로 나아가 새로운 지평을 연다. 그들은 창조한다. 예측을 뛰어넘는다. 예측조차가 불필요하다.

지성인이라면 미래를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지식은 한 부분을 보는 것이고 지성은 전체를 보는 것이다. 전모를 보아야 예측이 가능하다. 사람의 일상적 사고는 선형적 사고다. 입체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전모를 볼 수 있다.  

www.drkimz.com.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43971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34173
5885 카오스이론과 구조론 김동렬 2022-06-06 2324
5884 친문 친낙 친명 친연 대회전 김동렬 2022-06-06 2403
5883 이재명 박지현 이낙연 image 3 김동렬 2022-06-05 2972
5882 어리석은 손혜원 황교익 김동렬 2022-06-03 2927
5881 민주당 이 정도면 선전했다 2 김동렬 2022-06-02 3435
5880 어주니랑 거니랑 김동렬 2022-06-01 2714
5879 척력과 인력 김동렬 2022-06-01 2289
5878 민주당의 운명 김동렬 2022-05-31 3063
5877 구조론으로의 초대 김동렬 2022-05-31 2009
5876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김동렬 2022-05-30 2489
5875 강형욱과 이찬종 김동렬 2022-05-29 3446
5874 비트코인은 쓰레기다 1 김동렬 2022-05-28 2915
5873 세상을 이해하자 김동렬 2022-05-26 2653
5872 생각을 하는 방법 2 김동렬 2022-05-26 2524
5871 구조론의 균형감각 김동렬 2022-05-25 2143
5870 조중동발 공정쇼 김동렬 2022-05-25 2284
5869 소로스와 열린사회 김동렬 2022-05-25 2254
5868 민주주의는 라이플이다 김동렬 2022-05-24 2451
5867 노무현은 누구인가? 1 김동렬 2022-05-22 3371
5866 넌센스 정국 2 김동렬 2022-05-22 2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