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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263 vote 0 2009.04.14 (12: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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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현대성'이라는 말로 요약되는 바 그것은

'우리의 21세기를 디자인한다'는 개념이다.
그냥 자기 개인의 느낌이나 생각을 막연히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꾸려가야 할 인류문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내 존재의 근원을 찾아서 더듬어 가되 인류문명 안에서 내 포지션을 찾고 21세기 안에서 내 역할을 찾아

공백을 발견하고 필요한 부분을 채워냄으로써 나와 세상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내 불명한 존재를 든든하게 구축하여 가는 것이다.

디자인이란 결국 자기 존재를 구축하고 드러내는 것이다.
그림이나 사진은 세상을 통째로 디자인 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나는 이런 칼라가 좋아' 하고 자기를 개입시켜 주장할 것이 아니라
나를 배제하고 노트북이면 노트북에 맞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

주인공은 나가 아니라 노트북이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은 나가 아니라 21세기 인류문명이다.
예술가는 21세기 인류문명이라는 사람의 넙데데한 얼굴에 화장을 해주는 사람이다.

자기 욕망을 배제하고 그 얼굴에 맞는 화장을 해주어야 한다.
옛날 흑백TV는 화려한 장식장 속에 담겨져 나왔다.

TV가 귀한 시절 타잔 보러 오는 동네꼬마들의 떠들썩함 속에서
TV주인의 권위를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혼자서 TV를 보는 시대이므로 그런 장식장이 불필요하게 되었다.
내가 너무 튀면 남을 해칠 때도 있고 내가 좀 튀어서 앞에서 남을 끌어주어야 할 때도 있다.

반드시 그런 것이 있다.
디자인의 핵심은 '공존의 형식'이다.

연주자가 오케스트라 안에서 자기 역할을 찾아가는 것과 같을 터이다.
먼저 고유한 내 소리를 내어야 하겠지만 너의 소리도 존중하며

너와 나가 함께 하는 전체의 울림과 떨림의 장 안에서라야 더 여운이 길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아무 것도 없다면 포지션이고 역할이고 대본이고 애드립이고 무대고 감독이고 선수고 뭐고 없을 터이다.
이 그림에는 적어도 무언가 있다.

줄 지어가는 행렬의 그림 그리고 그 옆으로 걸어가는 사람.
그림 속의 사람과 그림 밖의 사람은 닮아보인다.

그렇다면 그림을 보는 독자의 마음도 닮을 터이다.
그렇게 뭔가 퍼즐 한 조각을 맞춰보며 그렇게 조금씩 진도 나가보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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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에도 무언가 있다.
울타리 안과 밖의 해바라기들.

울타리 밖의 해바라기가 더 존재감이 있다.
왜냐하면 그는 그 비어있는 옆자리에 누군가를 초대할 수 있으니까.

울타리 안에 갇힌 해바라기들도 제 나름의 멋이 있겠지만
그들은 초대할 누군가를 위하여 비워둔 곁이 없다.

그래서 왜소해 보인다.
그들은 울타리 바깥의 홀로 고고한 해바라기를 부러워 하는 눈길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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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과 수평 그리고 안과 밖.
비스듬하게 사선으로 걸친 다리의 긴장.

수직의 우뚝함과 수평의 태연함.
바깥의 즐거운 수선거림과 안의 고요함과 편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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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자와 받는 자 그리고 주고받음을 당하는 자.
주는 자의 의기양양한 표정과 받는 자의 갈구하는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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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의 건물과 수평의 바다
그리고 양자를 통일하는 고즈넉한 빛과 그 사이를 채워주는 시원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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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필자의 의견과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겠지만 논쟁은 불필요하다.

중요한건 에너지가 있는가다.
계에 에너지가 충만되어 있으면 물고기가 꼬리를 왼쪽으로 치든 오른쪽으로 치든 무조건 전진한다.

자전거가 왼쪽으로 혹은 오른쪽으로 비틀거리는 이유는 페달을 힘주어 밟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핸들의 조정을 신경쓰지 말고 힘주어 페달을 밟을 때다.

우리가 에너지를 보급받아 힘껏 나아가기만 한다면 큰 파도도 넘어가고 큰 산맥도 넘어간다.
그 에너지가 없으니까 설왕설래하며 말이 많아지는 것이다.

1리터의 빠듯한 연료로 목적지에 도달하려고 하니 길의 선택을 고민하는 것이다.
만약 연료가 충분하다면 모로가도 된다.

어느 길을 선택하든 상관이 없다.
길을 잘못들어 늦어졌다면 엑셀을 팍팍 밟아서 속도를 올려주면 된다.

지금 그 에너지가 필요하다.
르네상스의 에너지는 300년을 가는 에너지였다.

프랑스 대혁명의 에너지 역시 몇 백년을 가는 에너지였다.
산업화의 넉넉한 생산력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문화도 한 세기를 주도할만한 에너지가 있었다.

이제 우리는 어디서 그 에너지를 조달할 것인가?
구조론에서 조달할 밖에.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담

2009.04.14 (13:46:44)

해바라기 사진, 어느쪽이 갇힌 쪽일까?
망과 기둥으로만 보면 울타리 안이 홀로 있는 해바라기 일 수도.
해바리기 얼굴로 보면 홀로 있는 해바라기가 뭔가 있어 보임.
태양이 반대쪽에 있다면 달리 보일 수도.
프로필 이미지 [레벨:4]id: 굿길굿길

2009.04.14 (13:56:42)

여기 저기 흩어진 퍼즐을 맞춰보는 재미...
당장에 맞춰지진 않아도 모인 퍼즐을 한 눈에 바라보고 한 줄로 꿸 수 있다는 자신감과 안목에 있겠지요.
만약 퍼즐이 마구 흩어져 있어서 퍼즐 하나 하나를 세상 끝까지 돌며 다시 찾아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면
아이구! 머리야 두손 두발 다 들어버리는 장면..
누군가 먼저 가서 퍼즐을 눈앞에 모아두었기에 재미난 장면이 펼쳐진 것..
점점 더 집중력이 높아지고..기세가 붙고.. 그래서 더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이 샘솟는게지요.

마지막 남은 단 한개의 퍼즐이 가진 존재감.....
그렇게 찾아서 모아둔 희망의 뿌리를 지켜보는 기쁨과 퍼즐을 맞추어가면서 이어질 이야기에 대한 기대..
내 몫의 퍼즐을 완성시키는 일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즐거움 따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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