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6095 vote 1 2007.09.04 (17:16:17)

거짓 증언하는 자들은 ‘아는바 없다’고 한다. ‘모른다’고 하면 그 모르는 부분을 빼고 나머지 아는 부분이라도 대답하라고 추궁할 것이므로 아예 ‘아는 바 없다’고 발뺌을 하는 것이다.

알지 못하는 이유는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바 소(所)라 했으니 바는 장소다. 아는 바 없다는 것은 앎의 장소가 없다는 뜻이다. 앎을 저장하여 둘 창고가 없고 앎이 기대고 살 토대가 없다는 뜻이다.

앎의 정보를 저장할 파일이 없고, 그 파일을 저장할 폴더가 없고, 그 폴더를 저장할 소프트웨어가 없고, 그 소프트웨어를 저장할 OS가 없고, 그 OS를 저장할 하드웨어가 없다. 근본이 없다.

무언가 알고자 하기 이전에 먼저 ‘아는 바’를 추구해야 한다. 앎의 집부터 지어야 한다. 앎의 설계도를 먼저 얻어야 하고 앎의 나침반을 먼저 구해야 한다. 출발점으로 돌아가 앎의 기초부터 확립해야 한다.

무엇인가? 그것은 관(觀)이다. 가치관이다. 가치관으로 철학을 이룬다. 가치는 의미를 배달한다. 배달하여 동그라미를 이룬다. 가치를 배달하여 그것은 이야기다. 이미 그것을 얻고서야 비로소 알 수 있다.

눈을 떠야 한다. 관을 얻어야 한다. 시야를 열어야 한다. 먼저 그것을 얻지 못한다면 장님코끼리 만지기와 같아서 앎이 내 안에서 조직되지 않는다. 앎의 모습이 얽어지지 않는다. 앎이 내것이 되지 않는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아야 하는데 내 안에서 앎의 모습이 얽어지지 않으니 하나의 앎이 열을 물어오지 않는다. 하나의 앎이 또다른 앎을 낳아내지 못한다. 앎을 통제하지 못한다. 그래서는 진짜가 아니다.   

관을 얻어야 한다. 구조로 보는 세계관을 얻어야 한다. 의미로 보고 가치로 보고 맞섬으로 보는 시야를 얻어야 한다.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연역적 사유의 방법을 획득하여야 한다. 전지적 관점을 획득해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1916 나에게는 욕망이 있다. 1 김동렬 2020-04-14 3542
1915 심리학은 물리학을 이길 수 없다 6 김동렬 2020-06-27 3541
1914 안서방 홍서방 유서방 오서방 윤서방 2 김동렬 2021-02-22 3540
1913 필연의 통제가능성 1 김동렬 2019-10-05 3540
1912 천재가 오해되는 이유 image 김동렬 2021-01-03 3539
1911 사랑은 척력이다 1 김동렬 2019-03-19 3539
1910 부동산의 비극 김동렬 2021-04-15 3537
1909 진중권 동물의 배신 메커니즘 김동렬 2021-04-04 3537
1908 질문은 성의있게 해야 한다 4 김동렬 2019-05-07 3537
1907 우주의 탄생 1 김동렬 2022-09-04 3536
1906 예수 마르크스 샤르트르 까뮈 3 김동렬 2019-03-17 3536
1905 이재명의 큰 승리다 1 김동렬 2023-09-24 3535
1904 윤관의 동북9성 1 김동렬 2022-01-19 3535
1903 세계 10강 한국 1 김동렬 2021-03-15 3534
1902 엘리트의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2 김동렬 2019-12-03 3534
1901 광주승리의 의미 김동렬 2023-05-18 3533
1900 공자의 위대함 김동렬 2020-11-29 3531
1899 경국지색 말희 달기 포사 쥴리 image 김동렬 2021-12-16 3530
1898 마이클 샌델의 거짓말 1 김동렬 2020-11-26 3530
1897 신동엽 공중파 퇴출하라 김동렬 2023-05-02 3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