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서프라이즈에 기고하지 않습니다]

마광수의 글 중에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를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로 뒤집어 보인 것이 있다.

과연 진리가 인간을 자유케 하는가? 반만 맞는 말이다. 종교와 이념은 여전히 진리의 이름으로 인간을 억압하고 있다.  

●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 질서 우위의 관점
●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 - 가치 우위의 관점

자유가 인간을 진리케 한다는 말도 반만 맞는 말이다. 남태평양 한가운데의 이스터섬에 고립된 원주민들이 그 자유의 힘으로 진리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진정한 것은? 소통이다. 소통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가치다. 가치가 인간을 소통케 하고 소통이 인간을 자유케 하고 자유가 인간을 진리케 한다.

무엇인가? 진리는 결국 공동체의 진리다. 고립된 개인에게는 진리고 뭐고 없다. 의미가 없다. 진리가 없으면 자유도 없다.

이스터섬에 고립된 그들에게 자유가 없다. 자유가 있어도 의미가 없다. 고립된 채로 자유의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소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결국 인간은 집단을 바라보게 된다. 진리는 집단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집단의 진리가 개인을 속박한다.

처음에는 역할이라는 작은 자유를 주지만 그것은 미끼에 지나지 않는다. 자유를 미끼로 인간을 억압한다. 인간은 자유라는 이름의 역할게임에 묶여버린다.

도시의 공기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고 했다. 중세의 농노가 도시로 탈출하여 자유를 얻는다. 그러나 갇혀버린다.

새장 안의 새가 그 새장 안에서 자유로운들 얼마나 자유롭겠는가? 자유는 포지션이다. 하나의 포지션을 얻음으로써 하나의 포지션을 잃는다.

진정한 것은 개인에서 집단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집단의 진리와 개인의 자유는 충돌한다. 그러면서 소통의 접점을 찾는다. 그 접점에서 가치는 얻어진다.

가치는 집단이 개인을 통제하는 질서가 아니라 거꾸로 개인에서 집단으로 상승하는 자유다. 하나의 가치를 획득할 때 마다 그만큼 자유의 폭은 넓어진다.

● 진리 - 집단이 개인을 통제하는 질서
● 자유 - 개인에서 집단으로 상승하는 가치

가치가 인간을 소통케 하고 소통이 인간을 자유케 하고 자유가 인간을 진리케 한다. 개인에게서 집단으로 나아가게 한다.

처음은 고립된 개인이다. 인간은 덩그렇게 내던져진 존재다. 자유를 행사함에 따라 만남을 얻는다. 사회를 만나고 자연을 만나고 진리를 만나고 신을 만난다.

역사는 집단의 질서와 개인의 가치의 싸움이다. 집단의 질서를 위해 개인의 가치를 희생할 것인가 개인의 가치를 위해 집단의 질서를 유보할 것인가다.

그 사이에 소통이 있다. 그 소통을 위하여 미학이 있다. 철학의 최종결론은 미학이다. 인류의 최종결론은 미학이다. 깨달음의 최종결론 역시 미학이다.

예술은

정(靜)에서 동(動)으로
공간(空間)에서 시간(時間)으로

반복(反復)에서 반전(反轉)으로 비약하면서
극적인 긴장감을 끌어내는 것이다.

그 긴장감은 소통할 때의 긴장감이다.
소통할 때 인간은 호흡을 멈춘다. 긴장한다.

감정은 어떤 '포우즈'. (그 '포우즈'의 원소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닌지 나도 모르겠소.) 그 포우즈가 부동자세에까지 고도화할 때 감정은 딱 공급을 정지합네다.(이상의 날개)

만날 때 긴장하고
맞물릴 때 긴장하고
맞설 때 긴장하고 - 여기까지 공간

하나될 때 긴장하고
소통할 때 오르가즘을 느낀다. - 그리고 시간

그리고 전율한다.
모든 예술은 결국 소통의 형식이다.

정(靜)에서 동(動)으로
공간(空間)에서 시간(時間)으로
반복(反復)에서 반전(反轉)으로
단절(斷絶)에서 소통(疏通)으로의 전환이다.

소통하기 위해 긴장시킨다.
소통의 순간 호흡을 멈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요(凹)와 철(凸)이 맞물리기 위해서는
포우즈를 정지시켜야 한다.  

감정은 어떤 포우즈
그 포우즈가 부동자세로 고도화될 때

소통은 이루어진다.
그 한 순간에 부분에서 전체로 퍼져나간다.

울림과 떨림은 전파된다.
살 떨리는 전율이 그 가운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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