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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0135 vote 0 2005.10.27 (16:44:06)

10. 26 재보선은 실용주의 노선의 파산선고다.

우리당 지도부의 실용주의 노선은 완벽한 오류로 드러났다. 우리당은 깨질 만큼 깨졌다. 이제는 오판을 인정해야 한다. 잘못된 노선을 주장한 사람들은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영천지역 개발공약, 부천의 화장터 공약, 대구 동구의 공공기관 유치공약은 모두 실패한 공약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공약들은 사실이지 환영받지 못한다. 인근지역의 시기심만 키워줄 뿐이다.

개발공약은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크다. 시골에 사는 50, 60대 유권자들은 말만 그렇지 실제로는 개발공약에 별반 관심이 없다. 행정수도 이전공약만 해도 단기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20세기는 저물었고 개발시대는 끝났다. 개발논리는 더 이상 국민들에게 먹혀들지 않는다. 과연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충청민심을 우리당 쪽으로 끌어왔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역풍이 더 크다.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모두들 경제를 말하지만 이는 여당이 싫기 때문에 트집잡느라고 하는 소리다. 겉으로 내세우는 핑계에 불과하다. 본질은? 자부심이다. 그들이 한나라당에 투표하거나 혹은 우리당에 투표하는 이유는 자부심 때문이다.

한나라당에 투표하는 유권자들은 개발시대의 주역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우리당에 투표하는 유권자들은 민주화시대의 주역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50, 60대 유권자라면 조만간 현역에서 은퇴할 나이다. 시골에서 노후를 계획할 기성세대가 개발공약에 관심이 있을 리 없다. 젊은 층은 원래 관심이 없고 기성세대 역시 관심이 없으므로 개발공약은 백프로 지는 공약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우리당은 다섯가지 악재를 만났다. 첫째는 실용주의라는 잘못된 정치노선이다. 둘째는 불경기다. 셋째는 문희상을 필두로 한 엉터리 지도부다. 넷째는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논란이다. 다섯째는 여당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여당이라는 사실 자체가 초대형 악재다. 민주화 세력은 도전자의 포지션에 설 때 밥값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정권을 내놓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불경기도 그렇다. 고도성장기는 끝났다. 연 5프로의 안정성장이 바로 가는 것이다. 5프로 성장으로 고도성장의 환상을 가진 기성세대를 설득하기는 어렵다.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논란 역시 단기적으로는 악재임이 분명하다. 오랜 독재로 순치된 한국 유권자들은 정부 여당에 정신적으로 의존하려는 심리가 있기 때문에 대통령과 정권이 약하게 보이면 당연히 등을 돌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미 여당인데 야당을 하는 수는 없다. 안정성장을 포기하고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꾀할 수도 없다. 고성장은 필연 노동자의 희생을 수반한다. 이제는 누구를 희생시켜 가며 성장을 꾀해서 안된다.

우리는 어려운 환경에서 집권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했다 해도 역시 재보선에서 전패했을 것임은 분명하다. 지금은 대내외적으로 매우 어렵고, 어렵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무능하고 부패한 한나라당 보다, 상대적으로 젊고 유능한 우리당에 권력을 위임한 것이다. 이 사실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어쩌면 이 또한 운명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길 수 밖에.

방법은 없는가? 우선 실용주의부터 폐기해야 한다. 더 이상의 개발공약은 좋지 않다. 차라리 복지공약과 환경공약을 내세울 일이다. 서민생계 안정을 위해서 부가세의 단계적 철폐, 상속세로 일원화 하는 세제개편도 검토할 만 하다.

세계적인 한류의 열풍을 정치상품으로 바꿔야 한다. 실용주의를 폐기하고 문화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또 지금의 정치갈등이 민족세력 대 매국세력의 대결이라는 점을 분명히 선언해야 한다.

독재는 끝났고 민주화는 도래하였다. 거함이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빌어먹을 실용주의 헛소동 때문에 국민은 이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5천년 만에 노예시대를 청산하고 비로소 국민이 주인되는 위대한 민주화 시대를 열었는데도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용주의는 보수심리와도 충돌한다
흔히 모르고 보수보수 하는데 보수는 안정을 바라는 심리다. 안정은 복지와 환경에서 오는 것이지 개발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시청 앞에서 데모하는 수구 떨거지들은 안정을 바라는 사람이 아니라 전쟁을 바라는 사람들이다.

왜 국민 다수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지율스님과 정부의 타협을 바랬는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분별없는 실용주의는 안정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감을 유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보수심리는 경제개발과 부동산 투기를 통한 일확천금의 횡재심리가 아니라 기성세대가 자기들이 공헌한 것을 신세대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심리, 신세대들로부터 존경받고 싶은 심리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경제개발을 주장하는 엉터리 실용주의는 지역 간에 시기심을 낳고 심리적 불안감을 부추겨 보수와 개혁 양쪽에서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 개발 위주의 실용주의를 폐기하고 한류를 앞세우는 문화주의로 나아가라.
● 보안법철폐, 사법개혁 등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로 고정 지지층을 결속하라.
● 환경공약, 복지공약, 부가세 철폐 등으로 안정희구심리의 유권자를 잡아라.
● 민족세력 대 매국세력의 대결구도를 천명하는 방법으로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화해할 수 있는 접점을 찾으라.

우리의 기성세대는 일본 제국주의와 싸워서 소중한 터전을 지켜낸 사람들이다. 그들은 신세대들로부터 그들의 기여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친일친미 사대매국세력을 응징하는 역사 바로세우기야 말로 기성세대의 마음을 잡는 수단이다.

친일파 척결이 기성세대와 신세대를 반목하게 한다는 주장은 조중동의 속임수에 불과하다. 이 경우 유권자는 보통 처음에는 반대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진전된 내용은 승인하는 습관이 있다.

예컨대 사형폐지론이 그렇다. 선진국에서도 사형폐지 반대가 높았지만 일단 법이 시행되고 나면 모두가 찬성한다. 호주제 철폐나 동성동본 조항 따위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반대자가 있지만 나중에는 모두가 좋아한다.

민주화도 그렇다. 전두환 독재 당시 국민의 70프로가 전두환 정권을 인정하고 민주화를 반대했다. 그러나 일단 민주화가 이루어지자 국민의 100프로가 민주화를 지지하고 전두환을 비난했다.

너희들 중에 도둑이 있다고 말하면 모두가 화를 내지만 그 도둑을 체포하고 나면 모두가 박수를 치는 것이 인간이다.

친일파 척결도 그러하다. 지금은 반대하는 사람이 있지만 일단 친일세력을 징벌하고 나면 국민의 100프로가 그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마치 자기가 주도한 일인 것인양 자랑하고 다닌다. 이것이 인간이라는 존재다.

모로 가서는 서울 못간다
우리당의 본실력은 예전의 40석이다. 거기에 추가된 백석 중 절반은 거품이다. 거품은 어떻게든 꺼질 것이다. 우리의 힘든 여행은 계속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정이라는 고육지책을 내놓은 그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힘들더라도 바른 길로 가서 자부심 하나라도 건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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