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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034 vote 0 2005.07.30 (17:14:55)

데일리 서프라이즈 칼럼

대법원이 김교사의 사진작품을 음란물로 판정했다. 뭐 좋다. 일단은 받아들인다. 음란물일 수도 있다. 지들이 그걸 보고 뭔가를 느꼈나 본데 느꼈으면 느낀 거다.

그래서? 음란물이라면 어떻다는 말인가? 예술과 외설의 경계지점 따위는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 예술이 외설일수도 있고 외설이 예술일 수도 있다. 그 경계가 명확해야 할 이유 따위는 없다.

문제는 문화주의로 가느냐 반문화로 가느냐다. 문화주의로 가면 과거의 판례를 뒤집는 것이 맞고 반문화로 가면 마광수의 판례를 고수하는 것이 맞다. 대법원은 반문화를 택한 것이다. 이건 잘못된 거다.

왜 그들은 문화주의를 버리고 반문화를 택했을까? 음란이든 아니든 그 결정권을 자기네들이 가지고 싶어서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권력의 작동원리가 노출되는 법이며 또한 정치학이 존재하는 것이다.

법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이고 그들은 자기네들이 이 문제에 적극 개입하여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 영역을 그들의 권력이 작동하는 바운더리로 보고 그들의 권리를 다시금 확인한 것이다.

나는 거기에 반대한다. 그들은 권리가 없다. 인정할 수 없다. 그들의 권리는 나의 권리와 충돌하는 만큼 제약되어야 한다. 질서는 법원이 아니라 사회의 더 많은 문화 주체들에 의해 지켜져야 한다.

법원의 개입은 최소화 되어야 한다. 그 방향으로 법률은 개정되어야 한다. 또 그 방향으로 법무부의 재량권 범위에서 법원의 인사는 행해져야 한다. 참여정부의 존재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나는 믿는다.

왜인가? 법원의 판결은 적어도 대한민국의 출산률을 낮추는데 기여할 것이다. 법원의 판결로 인하여 이 나라의 남자들은 더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진 셈으로 되고 되도록 결혼을 기피할 것이고 심지어는 연애조차도 회피하게 될 것이다.

이 나라의 생존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더 많은 젊은이들은 삶을 향유하기 보다는 권력의 획득에 몰입할 것이다. 이 나라는 덜 아름다운 나라가 되고 말 것이다. 이 사회는 극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배자로 이분되고 말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유는 자유를 획득하고자 함이다. 더 많은 자유의 모습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는 그 자유의 범위가 너무나 좁다. 한국에서 자유는 돈을 벌어서 해외로 나가서 즐기는 식의 방법 외에 존재하지 않는다.

법원이 한국인의 자유를 축소할수록, 한국인 개개인의 재량권 범위를 좁혀갈수록 한국인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그 만큼 이 사회는 더 각박해지고 그 만큼 젊은이들은 결혼을 기피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공동체의 파괴로 나타날 것이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

김교사의 작품을 보고 수치심을 느끼는 기특한 자들도 있기는 있겠지만 그들은 더 많은 사회의 다양한 문화적 영역들에 의해서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여행을 가든, 산책을 하든, 명상을 하든, 음악을 듣든 당신의 자유다. 그런데 왜 거기서 그걸 들여다보고 수치스러워 하고 있지?

일부 문제가 있다면 그 답 역시 법원이 아닌 문화주체들에 의해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법원의 판결은 문화를 죽이는 판결이며 이는 문화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답을 제시할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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