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체는 탈레스의 물을 높이 평가했다. 만물은 하나의 근원을 가진다. 그것은 물이다. 다신교 시대에 용감하게 일원론을 제시한 것이다. 만유가 공유하는 하나의 근원은 변화다. 물은 변한다. 세상은 변화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여기서 틀린 부분을 찾지 못한다. 다만 그 물은 우리가 마실 수 없다. 탈레스의 물은 구체적인 사물로서의 물이 아니라 물의 어떤 속성을 가리키는 추상의 물이다. 원자설과 구조론의 차이는 창조설과 진화론의 차이와 같다. 패턴이 같다. 창조설은 이전에 우주가 없었는데 이제는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상당한 사유의 진전이다. 밑도 끝도 없는 불교의 말장난과 다르다. 시간으로 무한하고 공간으로 무한하다면 우주는 통일성이 없어 일원론이 비집고 들어설 틈이 없다. 언제 어디서 시작해야 통일된다. 창조설은 일원론인 점에서 탈레스와도 통한다. 창조설이 틀렸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첫 단추를 꿰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뉴턴이 틀렸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뉴턴이 없으면 아인슈타인도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창조설이 없으면 진화론도 없다. 창조설과 진화론은 무엇이 다른가? 창조설은 주어가 있되 술어가 없다. 말을 하다가 말았다. 우주가 창조되었다고 치고 어떻게 창조했지? 어떤 도구를 사용했지? 말하지 않고 얼버무렸다. 창조설과 진화론은 무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통한다. 창조되기 전에 우주가 없었고 진화하기 전에 생명이 없었다. 감탄해야 한다. 통했잖아. 반갑다. 고향친구를 만난 느낌이다. 창조설이 이론이 될 수 없는 것은 문장이 미완성이기 때문이다. 화살은 있는데 활이 없다. 화살은 생명이다. 지구라는 과녁에 생명이라는 화살이 날아와 박혔다면 화살을 쏜 활은? 과학이 발견한 활은 DNA다. 원자설의 오류는 주어가 있는데 동사가 없다는 점이다. 원자라는 레고블럭을 누가 조립했지? 물질은 자동조립된다. 생명은 저절로 진화한다. 생명 내부의 진화장치는 DNA다. 물질 내부의 자동 조립장치는 구조다. 우리가 생각이 열려야 한다. 탈레스의 물은 그 물이 아니고, 창조설의 창조는 그 창조가 아니다. 창조설이 얼버무린 부분을 보완하면 세상은 창조된 것이 아니라 구조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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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나 구조나
창조를 구조 언어로 표현하거나
구조를 창조 언어로 표현하거나
통하는 면이 있으면 되는 거.
언제 기록되었는지 명확하지 않던 구전 창조설은 나름 우주와 인간의 본질을 논하고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것을 연대측정하고, 젊은 지구론을 이야기하거나 진화론이 잘못되었네 뭐네 하는 것이 문제.
기원전 2천년 시절부터 내려오던 이야기를 모아 놓은 책과 19세기 진화론을 놓고 언쟁하는 것 자체가 꼴불이다.
빛과 어둠, 흑과 백을 한쪽만 옳다고 주장하는 격.
우주에는 눈으로 보이는 무지개 총천연색도 있고, 가시할 수 없는 빛의 존재가 엄연히 있는 법이니...
내게는 창조냐 구조냐를 구분하는 것도 의미는 없다고 본다.
창조 없이 구조 없고, 구조 없이 창조 없으니 더 적합한 실재/실제와 그 의미를 찾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