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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42 vote 0 2024.06.09 (12:10:47)

    유클리드의 원론이 필요하다. 지식의 출발점을 찍는 문제다. 지식의 원론은 온고지신, 술이부작, 원형이정, 이유극강 그리고 연기법이다. 온고지신은 지식이 원형으로부터 복제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원형이 옛것이기는 하나 옛것이 모두 원형은 아니라는데 주의해야 한다. 술이부작은 존재가 먼저 인간에게로 다가와야 한다는 원칙이다. 관객의 욕망이 작가의 의도를 침범하면 안 된다. 원형이정은 변화로써 변화를 복제한다는 원칙이다. 안정은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변화의 엔진은 원래부터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이유극강은 변화의 자궁에서 존재가 비롯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변화가 원래부터 있었다면 내부에 숨겨져 있던 것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연기법은 이것과 저것을 연결하여 모두 한 줄에 꿰어져야 한다는 원칙이다. 배우가 많아도 한 명의 감독에게 지시를 받아야 한다. 규칙은 정해졌다. 비로소 우주를 설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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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어는 있는데 주어가 없다면 이상하다. 인류에게 세계관은 있는데 세계상은 없다. 나는 세상을 이렇게 본다고 말하는 사람은 있는데 세상이 어떻게 내게로 다가와 먼저 손을 내밀었는지를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근원의 물음에 답해야 한다. 그것은 세계상이다.


    공자의 술이부작과 같다. 세계관은 개인의 주관이 개입하므로 작作을 피할 수 없다. 술述에 충실하려면 세상이 스스로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걸어야 한다. 세상이 스스로 다가오려면 자체엔진을 갖추어야 한다. 자체 동력을 자기고 변화가 내장되어 있어야 한다.


    불경의 여시아문과 같다. 불교 경전은 '나는 이렇게 들었다.'로 시작한다. 작作의 세계관에서 술述의 세계상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천동설과 지동설의 차이다. 천동설은 인간의 희망사항을 반영한다. 그것은 작作이다. 패러다임의 교체가 아니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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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론은 인류가 생각한 첫 번째 세계상이다. 세상은 근원으로부터 복제된다. 세계가 먼저 당신을 불러냈다. 우리가 인간중심적 사고를 버리고 세계중심적 사고로 바꿔야 한다. 객석에 앉아있는 관객의 입장을 버리고 무대 뒤에서 움직이는 연출자의 입장에 주목하면 진실이 보인다.


    기승전결은 원형이정을 복제한 것이다. 인의예지도 마찬가지다. 변화로 변화를 복제하는 방법으로만 세상이 당신을 호출할 수 있다. 세상은 원자의 집합이 아니라 원형의 복제다. 원형을 복제하여 세상을 연출하는 엔진이 있다. 자연에서는 에너지가 되고 사회에서는 권력이 된다.


    우리는 객체가 먼저 있고 외부 작용에 의해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틀렸다. 변화가 먼저다. 바람이 불기 전에 기압골이 형성되어 있었고 비가 내리기 전에 먹구름이 몰려와 있었다. 강체가 움직이기 전에 유체가 압박했다. 이유극강이다.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변화가 격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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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 것이 외부의 작용을 받으면 불균형을 일으키지만 부드러운 것은 내부에서 스스로 균형을 만들어낸다. 변화의 자궁은 유체다. 유가 강을 낳는다. 변화는 자궁 안에서 일어난다. 사건은 닫힌계 안에서 격발된다. 인류는 닫힌계 내부를 보지 않았다. 변화의 자궁을 찾지 못했다.


    당구공이 굴라가는 방향은 외부에서 결정된다. 화장실 가는 시점은 위장 내부에서 결정된다. 강체의 변화는 외부에서 결정되고 유체의 변화는 내부에서 결정된다. 인류는 그동안 외부를 봤을 뿐이다. 내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체를 쪼개면 내부가 사라지므로 쪼갤 수 없다.


    대칭을 통해 내부를 볼 수 있다. 대칭은 축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왼쪽의 반대가 오른쪽인 것은 아는데 주변의 반대가 중심인 것은 모른다. 인류가 수평의 대칭은 아는데 수직의 대칭을 모른다. 매개를 모르고 차원을 모르고 층위를 모른다. 내부를 보려면 특별한 도구를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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