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300 vote 0 2024.04.12 (09:34:03)


    모든 이념은 거짓말이다


    이념은 지지자와 명망가들이 정치인을 가둬 놓는 가축우리다. 수갑을 채우고, 재갈을 물리고, 목줄을 묶어서 옴쭉달싹 못하게 한다. 지지자와 지식인들이 정치인들에게 갑질하는 기술이 이념이다. 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반드시 배신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국민이 준 표를 재벌에게 팔아먹는다. 국민은 표가 있지만 재벌은 돈이 있다. 재벌이 돈으로 정치인을 회유하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이유가 없다. 그것을 방지할 방법도 없다. 이념이란 정치인이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장치다. 


    그렇다면 의리다. 정치인이 의리가 없기 때문에, 국민이 정치인을 불신하기 때문에 이념이라는 감옥에 가둬서 배신을 차단한다. 이념 때문에 정치인의 보폭이 좁아져서 손해보는 것을 알면서 말이다. 로마의 삽질과 같다. 집정관 두 명이 하루씩 교대로 전쟁한다.


    한니발에게 박살 난다. 정치인을 감시하려다가 망한 것이다. 한 사람에게 전권을 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나라가 망해도 정치인이 통수를 못 치도록 감시해야겠다는 거다. 그래서 망했다. 정치의 진짜 이념은 의리다. 좌파, 우파, 중도파는 다 거짓말이다. 


    의리가 이념이며 의리를 안 지키니까 이념이라는 도장을 찍어놓는다. 죄수의 얼굴에 먹물로 문신을 하는 것과 같다. 주홍글씨를 새겨서 그가 죄수임을 알아보게 한다. 넌 좌파야. 넌 우파야 하고 딱지를 붙여서 감시하게 좋게 한다. 중도는 여차하면 도망치니까.


    이념은 점점 극단적으로 간다. 그래도 조경태, 조정훈, 이상민, 김영주 같은 사꾸라는 탈출해서 적진에 투항한다. 양쪽에서 단속 들어간다. 극좌가 되고 극우가 된다. 철통같이 감시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이념이라는 수갑에 묶여서 지지자에게 복종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진짜 정치인은 이념을 버리고 대신 의리를 지킨다. 노무현이 그런 사람이다. 그는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고, 중도파도 아니다. 이념에서 자유로워져야 할 일을 할 수 있다.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것은 중도가 아니라 그냥 일이다. 


    노무현은 좌로 가지 않고, 우로 가지 않고, 중도로 가지 않고 일로 갔다. 그는 일을 했다. 이념이라는 족쇄로 묶어서 그를 감시하던 지식인들이 노무현을 죽였다. 왜? 지식인들은 노무현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이념의 감옥에 가뒀는데 노무현이 탈출했기 때문이다.


    이라크 파병 반대, FTA 반대, 외국영화 개방 반대하던 지식인들이 그걸로 무엇을 얻었나? 파병 안 하고, 경제 망치고, 외국영화 안 보면 어떤 이득이 있지? 없다. 그들은 이득이 없는 짓을 한 것이다. 왜? 갑질하려고. 그냥 개의 목줄을 당긴 것이다. 왜? 묶었으니까.


    노무현의 목에 이념이라는 목줄을 채우고 그 줄을 당겼다. 당긴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목줄을 묶은 의미가 없으니까. 자신에게 이득 되지 않고 대한민국에 이득 되지 않지만, 목줄을 묶었으니까 당겨야지. 안 당길 목줄을 왜 묶었겠냐고. 영화 큐브와 비슷하다. 


    우리가 이 짓을 왜 하지? 왜 하긴 건물을 지었으니까 하는 거지. 시설 지어놓고 놀리면 되겠냐? 그런데 시설은 왜 지었지. 그야 예산이 승인되었으니까 지었지. 예산이 나왔는데 안 지으면 어쩌냐? 그게 말이나 되냐? 공무원 하는 일이 다 그렇지. 안 그랬던 적 있냐? 


    그들은 노무현을 이념이라는 큐브에 가둔 것이다. 이득이 없는데도 그런 짓을 하는 이유는? 공무원들 하는 짓이 다 그렇지. 그저 노무현을 가두려고 가둔 것이다. 이념의 감옥에서 탈출한 대통령의 성공 사례가 만들어지면 피곤하니까. 그렇다. 이것은 형벌이다.


    인간이 의리를 지키지 않는데 다른 통제 방법이 없으므로 이념이라는 형벌을 받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데 이념 말고 다른 해결 방법이 있나? 의리 외에는 없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947 인간이 멍청한 이유 김동렬 2024-08-05 2021
6946 되는 것은 왜 되는가? 김동렬 2024-08-05 1521
6945 안 되는 것은 왜 안되는가? 김동렬 2024-08-04 1690
6944 근본적인 의문 1 김동렬 2024-08-04 1517
6943 수학과 환원주의 3 김동렬 2024-08-03 1660
6942 구조의 눈 2 김동렬 2024-08-02 1498
6941 인공지능의 특이점 김동렬 2024-08-02 1537
6940 독재자들의 방법 김동렬 2024-08-01 1695
6939 생각한다 김동렬 2024-07-31 1544
6938 해리스와 추미애 image 김동렬 2024-07-30 1789
6937 해씨가 트씨를 이긴다 김동렬 2024-07-29 1777
6936 추악한 한국 1 김동렬 2024-07-29 2160
6935 미국 대선 관전 포인트 김동렬 2024-07-28 2038
6934 사죄하면 죽는다 김동렬 2024-07-27 1827
6933 새로운 길 김동렬 2024-07-27 1483
6932 구조론의 초대 김동렬 2024-07-26 1577
6931 구조색 김동렬 2024-07-25 1551
6930 약속 만남 대화 김동렬 2024-07-24 1587
6929 일본과 한국의 방법 김동렬 2024-07-24 2013
6928 정치는 구도다. 구도는 구조다. 김동렬 2024-07-24 15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