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도덕시간에 자신이나 교실에서 벌어지는 도덕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써보라고 했더니 한 아이가 아래와 같은 글을 썼다.

"도우너가 이제 화를 참는 방법을 안 것 같다. 이젠 친구들과 어울리기까지 한다. 그중에서도 또치가 도우너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근데 또치가 원래 장난이 좀 과격하다보니 도우너한테도 좀 과격하게 보이는 장난을 종종친다.그래서 저번에도 그런 이유로 서로 싸웠다. 또치가 장난의 정도를 잘 조절하면 도우너도 많이 나아질 것 같다. 도우너도 분명 화를 내고 싶어서 내는 게 아닐 것이다. 도우너가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게 우리가 맞춰줘야 할 것 같다."

문제있는 행동을 하는 학생보고 변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문제행동에서 약간 떨어져있는 아이들의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학생과 부대끼는 학생들이 좀 더 노력하면 문제행동이 심한 학생도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오은영식 해법의 한계는 학생을 병리적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그리고 부모에게 달라지라고 한다. 학생의 문제점을 심리적으로 분석하고 부모가 달라지면 좋다. 그런데 대부분 학교에서 벌어지는 학생의 많은 문제는 문제행동 학생은 계속 피해를 주는데도 반성을 안하고 그 학부모가 문제행동을 부인하고 다른 학생과 학교를 비난한다. 정작 자신들이 교실 혼란의 원인이 됨에도 친구를 학교폭력으로, 교사를 아동학대로, 학교에는 끊임없는 민원으로, 교육청과 국민권익위에 추가 민원을 제기한다.

늦깎이 교사로 17년째 학교에 있다보니 그래도 교사가 가장 힘이 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 만이 유일하게 그 학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교육현장에서 일개 말단의 존재처럼 보이지만, 그는 교육적 전문성을 가진 한 학급의 지도자다. 행정적으로 보면 교장과 교감이 리더같지만, 교장은 학교를 관리하는 관리자고, 교감은 교사의 교육이 원활해지도록 돕는 조력자다.

열흘 전만해도 학생에게 폭언과 막말, 두 시간 동안의 수업방해, 교감의 비협조로 어려운 일이 있었는데, 지금 우리 교실은 평안하다. 문제의 그 학생이 이틀이나 자발적으로 청소봉사를 했다. 친구들 말대로 감정조절할 줄 알고 친구들과 잘 어울린다고 한다.

매년 힘든 아이었지만, 지금은 점점 부정적인 존재감이 사라진다. 3년 동안의 학급혼란이 이제 서서히 정리되고 그간 결핍된 학습면에서 기본실력을 갖추도록 도와줘야겠다. 누가 이기나 보자고 아예 작정을 하고 대립각을 세울 때도 있지만, 적어도 아이에 대한 존중과 그래도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진부하지만 아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아이와 부모 변화의 열쇠가 됨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먼저 존중하고 공감하고 격려하며 아이들 앞에서 교사를 한다.

*동렬님의 마음의 구조가 학생 교육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 교육철학의 바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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