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100 vote 0 2024.01.17 (19:09:47)

      
    조르주 멜리에스가 영화에 편집술을 처음 사용했을 때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필름을 잘라 붙이면 갑작스런 장면전환에 관객들이 당황하지 않을까? 멀미를 하지 않을까? 놀랍게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진정한 영화의 탄생이다.


    뇌의 자동보정 기능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자기를 속이는데 능하다. 인간은 자신이 못 본다는 사실을 못 본다. 눈동자의 맹점과 같다. 시각은 보정해도 되는데 생각을 보정하면? 뇌가 편집술을 구사하여 허구를 창작한다면? 위태롭다.


    각종 음모론과 망상과 확증편향과 편견의 원인이다. 뇌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비용을 들인 만큼 보상을 받아야 한다. 뇌가 지금까지 투자한 것에 본전을 뽑으려면? 의미 없는 부스러기 생각을 연결하여 없는 의미를 만들어 넣는다.


    왜? 흥분했기 때문이다. 그냥 꿈인데 예지몽으로 포장해야 손해를 덜 본다. 인간이 오판하는 이유는 흥분하기 때문이다.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에너지의 손실을 줄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부스러기 생각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쓰레기 모으는 할머니가 있다. 가끔 뉴스에 나온다. 왜 버리지 못할까?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흥분상태의 관성력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생각을 연결하여 한 줄에 꿰는 긍정적 사고를 못하면 이렇게 된다. 긍정이 인간을 구한다.


    ###


    인간이 나쁜 짓을 하는 이유는 타인에게 말을 걸고 싶은데 말을 걸지 못하기 때문이다. 흥분했다. 말해야 한다. 못한다. 화가 난다. 괴롭힌다. 괴롭히면 상대가 내게 먼저 질문해 온다. '너 왜 그래?' 말을 붙이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악해지는 이유다.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긍정을 하고 싶은데 긍정을 못하기 때문이다. 동력원에 연결시키지 못하므로 일단 모아놓는다. 모아두면 쓰레기가 먼저 내게 말을 걸겠지. 이웃 사람이 말을 걸어준다. 방송국에서 찾아온다. '왜 그러세요?' 성공이다.


    권력은 매개다. 매개는 붙잡는 것이다. 긍정은 붙잡는 것이고 부정은 단절하는 것이다. 내가 먼저 상대를 붙잡지 못하므로 상대가 먼저 내게로 손길을 내밀어 나를 붙잡도록 한다. 상대를 괴롭히는 방법을 쓴다. 범죄를 저지르면 교도소가 붙잡아준다.


    붙잡는 것은 매개, 매질, 촉매다. 매媒는 붙잡는 것이다. 붙잡는 것은 밸런스다. 닫힌계 안에서 작동하는 구조의 축과 대칭이 붙잡는다. 메커니즘이 붙잡고 에너지의 흐름이 붙잡고 권력이 붙잡는다. 도마는 생선을 붙잡고 모루는 쇠붙이를 붙잡는다.


    인간은 붙잡히려고 하고 또 붙잡으려고 한다. 가족과 집단과 국가에 붙잡히고 이념과 진영에 붙잡힌다. 자녀를 붙잡고 연인을 붙잡고 동료를 붙잡고 돈을 붙잡는다. 음모론과 확증편향과 망상으로 붙잡으려고 한다. 진정한 긍정으로 붙잡을 수 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34986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25119
1008 피투성이님의 글을 읽으며 image 김동렬 2004-01-25 14948
1007 조선일보를 고쳐쓰자? image 김동렬 2004-01-24 15096
1006 노무현, 올인을 안해서 문제이다. image 김동렬 2004-01-23 15726
1005 DJ 민주당을 버리다 image 김동렬 2004-01-21 18289
1004 코피 난 김에 혈서 쓰기 image 김동렬 2004-01-20 14091
1003 조순형의 졸렬한 결단 김동렬 2004-01-20 13164
1002 우리당 아직 천정 안찍었다 image 김동렬 2004-01-19 13843
1001 베이브 루스와 노무현 image 김동렬 2004-01-16 14011
1000 두 가지 에피소드.. (임시 저장 ^^;;) 스피릿 2004-01-16 16108
999 윤영관 짤렸다. image 김동렬 2004-01-15 14852
998 정동영의 현장정치 image 김동렬 2004-01-14 13779
997 정동영바람이 분다 김동렬 2004-01-13 15864
996 YS에게 콩밥을 멕여라 image 김동렬 2004-01-13 14541
995 정동영 대박이다 image 김동렬 2004-01-12 17739
994 딴나라당 잔혹사 image 김동렬 2004-01-09 13856
993 추미애 미치지 않았다 김동렬 2004-01-07 14339
992 김근태의 날마다 아햏햏 image 김동렬 2004-01-07 16395
991 홍사덕의 민중당죽이기 image 김동렬 2004-01-06 13621
990 노무현의 총선유세 좋지 않다. image 김동렬 2004-01-05 14329
989 김용옥 득도하였는가? image 김동렬 2004-01-03 134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