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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에서 병사가 다른 부대에 파견을 가는 수 있다. 아무것도 안 하게 된다. 모든 것에 열외다. 이유가 있다. 일단 아저씨라고 부른다. 계급 무시다. 외부인 취급을 한다. 내부인으로 끼워주자고? 어울려 보자고? 그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하려고 해도 안 된다.  


    말년병장과 바둑이나 두다가 오게 된다. 딱 그런 케이스다. 윤석열은 호남을 타자로 찍었다. 여가부를 남이라고 찍었다. 남이면 파견 나온 다른 부대 소속 병사다. 일단 아저씨다. 잼버리는 여가부가 주도하고 호남에서 치러진다. 파견 나온 병사 취급을 했던 것이다. 


    세상일이 그렇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우리편이냐 남남이냐다. 거기서 틀어지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태평양전쟁 시기 초슈 번이 주도하는 일본 육군과 사츠마 번이 주도하는 일본 해군 사이가 틀어지듯 답이 없다. 한 번 외부세력으로 찍히면 모든게 피곤해진다. 


    '우리가 남이가' 차별논리에 호남과 여가부가 찍혔다. 어울리고 싶어도 실패한다. 사소한 부분이 문제된다. 일단 호칭부터 곤란하다. 물 주전자 당번 시킬 수도 없고. 식판검사 할 수도 없고. 암구어 잊어먹었다고 쪼인트를 깔 수도 없고. 눈치 보며 서로 민망해한다.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게 낫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여가부와 호남뿐이랴. 모든 공무원이 그렇다. 윤석열호의 컨셉은 차별주의로 정해졌다. 공무원이 복지부동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회의 기초가 되는 원리는 신의성실의 원칙이다. 여기서 깨지면 답이 없다.


    무슨 일을 해도 그렇다. '이것을 해라'고 위에서 시키면 뭐라도 돌아오는 반대급부가 있겠지 하고 한 번 믿어보는 것과 미리 '그럼 넌 내게 뭐 해줄 건데?' 하고 거래를 트는 것의 차이다. 신의성실이 깨지고 거래관계가 되거나 적대관계로 변하면 판은 깨져버린 거다. 

   

    이태원 무너져서 158명 죽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을 때 공무원은 알아버렸다. 이 정권에서 일하면 찍히는구나. 절대 일하지 말자. 잼버리 폭망이 왜 이태원 이상민 장관 때문인지 모르겠다는 자가 있다면 그자가 살인자다. 사건은 또 일어난다. 10일을 조심하라.


    이태원 터지고, 오송에 물 차고, 잼버리 파멸해도 그냥 낱낱의 사건일 뿐 구조적으로 엮여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이라면 태풍 카눈이 덮쳐도 아무 대비도 하지 않을 것이다. 사건은 또 일어난다. 사람은 또 죽어나간다. 그때도 이상민과 관계없다고 말할 것인가?


    관계설정 중요하다. 조건 걸고, 게임 걸고, 프레임 걸고, 흥정 하고, 눈치 보고, 기술 거는 순간 적대관계가 된다. 돌이킬 수 없다. 엎어진 물. 멸망은 결정되었다. 무조건적 신뢰가 아니면 안 된다. 사람을 봐가며 차별하려다가 모두를 차별한다. 자신을 처벌하게 된다. 


[레벨:30]스마일

2023.08.07 (07:56:16)

책임지지 않는 이상민장관이 또 책임자이고 

그 책임자는 누가 임명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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