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228 vote 0 2023.07.05 (17:58:51)

    지능은 반대편을 보는 능력이다. 앞을 보고 뒤를 아는게 지능이다. 그런데 반대편을 보지 못한다. 정지한 것은 보는데 움직이는 것은 보지 못한다. 인간의 사유에는 맹점이 있다.


    어린이 영재를 테스트하는 방법이 있다. 물체의 앞면을 보여주고 뒷면을 그리게 하면 의외로 사람들이 잘 그리지 못한다. 앞면이 볼록하면 뒷면은 오목하다. 그냥 반대로 그리면 되는데 그리지 못한다.


    좌우대칭은 잘 그린다. 똑같이 그리되 방향만 뒤집어주면 된다. 앞뒤 대칭은? 곤란하다. 이집트 부조는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있다. 코를 정면으로 그리지 못한다. 만화가들도 코를 그리는데 애를 먹는다.


    앞뒤는 엄밀히 말하면 대칭이 아니다. 포개지기 때문이다. 겹쳐지기 때문이다.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대칭이되 대칭이 아니다. 머리와 꼬리는 대칭이되 대칭이 아니다. 머리는 꼬리를 흔들 수 있지만 꼬리는 머리를 흔들 수 없다.


    세상은 대칭이다. 앞을 보면 뒤를 안다. 에너지는 비대칭이다. 에너지는 포개진다. 에너지는 한 방향으로 움직이며 겹쳐진다. 그럴 때 역설이 작용한다. 인간의 의도와 반대로 된다. 애를 먹는다. 인간은 대칭 속의 비대칭에 약하다.


    인간은 대칭 위주로 사고하므로 실패한다. 에너지의 역설이 작용하여 인간의 의도와 반대로 되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항상 숨은 변수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외에 하나가 더 있다. 숨은 플러스 요소가 있다.


    자본에는 이윤이 있고, 집단에는 권력이 있고, 자연에는 기세가 있다. 항상 하나가 더 있다. 그것은 가만히 엎드려 있다가 움직임이 격발될 때 갑자기 튀어나와서 사람을 놀라게 한다.


    인간은 포개지는 것에 약하다. 인간은 대칭을 고리로 삼아 사유하는데 포개지는 것은 비대칭이다. 사람을 포개면 권력이 빌생하고, 돈을 포개면 이윤이 발생하고, 자연을 포개면 기세가 발생한다. 권력과 이윤과 기세에 대칭되는 반 권력, 반 이윤, 반 기세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사유하지 못한다.


    빛과 어둠은 대칭이다. 그런데 대칭이 아니다. 빛은 광자가 있는데 어둠은 암자가 없다. 빛과 어둠은 포개져 있다. 머리와 꼬리가 포개져 있다. 빛은 어둠을 조절할 수 있고 어둠은 빛을 조절할 수 없다. 기관차는 객차를 조절할 수 있고 객차는 기관차를 조절할 수 없다. 포개진 것은 언제나 비대칭이다.


    인간의 사유도 움직인다. 움직이는 것에는 항상 하나가 더 있다. 움직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연결고리가 있다. 지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게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식의 연결고리는 무엇인가? 지식과 지식을 겹쳐지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구조다.


    새끼곰을 쓰다듬는데 엄마곰이 뒤에서 노려보고 있다면 깜짝 놀라게 된다. 꽃을 보고 눈길을 주는데 향기를 더하면 전율하게 된다. 모든 움직이는 것, 연결되는 것,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 겹쳐지는 것, 포개지는 것에는 하나가 더 있다. 그것은 갑자기 나타나서 사람을 당황하게 한다. 혹은 기쁘게도 한다.


    그것은 강체에 없고 유체에 있다. 그것은 죽은 것에 없고 산 것에 있다. 그것은 고인 물에 없고 흐르는 물에 있다. 그것은 개체에 없고 집단에 있다. 오합지졸은 그것이 없고 베테랑은 그것이 있다. 유체는 놔두면 뿔뿔이 흩어진다. 유체가 흩어지지 않고 있다면 거기에 무언가 있다. 결속시켜 주는 것이 있다.


    우리는 역설에 미끄러진다. 항상 의도와 반대로 된다. 얻으려고 하면 잃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니다. 역설은 움직이는 것에 나타난다. 포개지는 것에 나타난다. 유체에 나타난다. 집단에 나타난다. 에너지를 태운 것에 나타난다.


    그냥 자동차와 시동이 걸린 자동차는 다르다. 그냥 두 명의 지나가는 사람과 고백으로 맺어진 커플은 다르다. 그냥 국민과 성난 국민은 다르다. 거기에는 무언가 하나가 더 있다. 그것은 평소에 잠복해 있다가 어떤 임계에 도달했을 때만 나타난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서 다 된 밥에 재를 뿌린다. 여유로울 때는 없고 긴장할 때만 나타난다. 당황할 이유는 없다.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한 방향으로 몰아서 닫힌계를 걸어주고 압력을 조절하여 균형을 끌어내면 된다. 전략으로 대응하면 된다.


    우리가 아는 세계는 3차원이다. 거기에 에너지를 더하면 사차원이다. 2D와 3D가 다르듯이 3차원과 4차원은 다르다. 계에 압력이 걸려 있고 내부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자원들이 포개져 있다. 그것을 꿰뚫어 보는 감각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정지한 것과 그것이 움직이는 것, 그 움직임을 격발하는 것, 그 격발의 힘을 장악한 것을 볼 수 있다. 부족하다. 하나를 더 봐야 한다. 다섯 번째가 진짜다. 그것은 흩어지지 않게 붙잡고 있는 것이다. 그 붙잡은 것을 놓을 때 세상은 격발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21405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9782
1286 구조론과 그 적들 4 김동렬 2020-09-06 3225
1285 에너지는 대칭과 호응이다 1 김동렬 2019-06-10 3225
1284 실체냐 관계냐? 1 김동렬 2019-05-07 3224
1283 동기는 거짓이다 김동렬 2021-03-28 3223
1282 구조론 한마디 김동렬 2021-06-29 3221
1281 대중의 선택적인 분노 image 김동렬 2021-03-24 3221
1280 아스퍼거에 대해서 4 김동렬 2020-08-19 3221
1279 연역은 복제한다 1 김동렬 2019-08-01 3220
1278 기독교의 입장 2 김동렬 2020-02-04 3218
1277 아베 총격범 야마가미 김동렬 2022-07-11 3216
1276 신과 나누는 이야기 김동렬 2022-03-15 3216
1275 성선택설은 가짜다 2 김동렬 2020-03-20 3216
1274 숙명여고 쌍둥이의 경우 1 김동렬 2020-07-19 3215
1273 토끼그림의 의미 image 2 김동렬 2020-04-29 3215
1272 질러야 한다. 1 김동렬 2020-08-05 3214
1271 이기는 법 김동렬 2021-02-15 3212
1270 체와 용의 관계 김동렬 2021-09-13 3211
1269 구조론의 정의 1 김동렬 2019-11-04 3208
1268 방향성 찾기 1 김동렬 2019-10-16 3208
1267 행복이냐 치열이냐 김동렬 2020-09-09 3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