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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517 vote 0 2023.06.06 (09:25:26)

    헤어져야 하는가 아니면 의지해야 하는가? 이런 것은 많은 정보를 파악해서 깊이 분석하기보다 매뉴얼을 정해놓고 기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파고들수록 정보의 수렁에 빠진다. 말단이 부각되고 본질을 놓친다. 본질은 은폐되기 때문이다. 답은 기계적으로 정해져 있다.


    누가 물으면 공적 공간에서는 무조건 헤어지라고 말하는게 맞다. 왜냐하면 인간은 헤어지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중학교에 진학하면 초등학교 친구와 헤어지게 된다. 결혼하면 평균 친구 2명을 잃는다. 상승할 때마다 잃을 것이며, 헤어진다는 것은 상승한다는 것과 같다. 


    헤어지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사회 전체로 보면 헤어지는 기운이 왕성한 사회가 선진국이다. 상호작용이 활발하다. 헤어지지 않으면? 막장이다. 대체재가 없다. 더 상승할 공간이 없다. 헤어지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누군가 사적으로 질문해 오면 의지하라고 말해야 한다.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나이가 들수록 심해진다. 헤어진다는 것은 새로운 것이 낡은 것을 밀어내는 것이다. 그것을 고민하고 있다면 밀어낼 새로운 기운이 없다는 의미다. 서로 의지하고 있으므로 거기서 하나를 뺄 수 없다. 이건 무의식이므로 본인도 모른다.


    그러므로 파고들수록 본질을 놓치게 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하는가 아니면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도 같다. 공적 공간에서는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하는게 맞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게 맞다. 왜냐하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니까. 


    결국 사람은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하게 된다. 내가 못 하는데 남들이 더 못하면 내가 그것을 해야 한다. 나만 그것을 할 수 있다면 내가 그것을 해야 한다. 그것은 무의식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범죄자도 남이 안 하니까 그 짓을 하는 것이다. 사회의 약점을 보고 흥분한 거.


    앞에서 유혹하는 것은 가짜고 뒤에서 등을 떠미는 것이 진짜다. 앞에서 유혹하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이고 뒤에서 등을 떠미는 것은 내가 잘하는 것이다. 혹은 해야 하는 것이다. 등을 떠미는 것은 자신이 흥분하는 것, 자신이 반응하는 것,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그것을 하지 않으면 괴롭다. 인간은 좋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고 나쁜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극도의 긴장 속으로 들어간다. 그 긴장 속으로 들어가기 싫지만 한 번 들어가면 그 긴장 속에서 빠져나오기도 싫다. 인간은 자연스럽게 긴장이 자신을 붙잡는 것을 선택한다.


    문제는 그 점을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데 있다. 아내에 의지하는 남자는 자신이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떠나고 난 다음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아, 내가 의지하고 있었구나' 하고 깨닫지만 늦었다. 젊었을 때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모험을 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 자신을 불러주는 곳, 하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것을 하게 된다. 장의사 같은 직업도 있어야 사회가 돌아가니까. 인간은 결국 사회와 결속되어 있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돈을 더 벌지만 뭔가 사회와 겉돌고 있는 사람들 있다.


    젊었을 때 많이 벌어서 해외여행을 하거나 술집에 드나드는 것으로 위안을 삼지만 그게 겉도는 것이다. 구두쇠처럼 벌고 40살에 은퇴한다는 파이어족이 유행하지만 공허는 채워지지 않는다. 해외여행을 못 해도, 술집에 못 가도 사회와 결속되어 있는 선택을 하는게 맞다. 


    그게 옳다는 것은 아니다. 일찍 은퇴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 있다. 그게 더 행복할 수 있지만 구조론은 행복을 강조하지 않는다. 결속이 더 중요하다. 해외여행을 가거나 룸살롱을 가는 것은 유혹당하는 것이다. 그게 사실은 등을 떠밀리는 것이다. 깃들 둥지를 찾지 못한 거. 


    인간은 냉혈한이 아니므로 자기도 모르게 사회와 결속하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덜 행복하더라도 자연스러움을 따라가는게 맞다. 집에 개를 모으는 애니멀 호더 김건희나 집에 쓰레기를 모으는 세상에 이런 일이 할머니나 살인을 하는 정유정이나 사회와 겉도는 사람이다. 


    일본에는 그런 쓰레기 집이 5천 가구 있다고 한다. 그들은 사회와의 결속을 원한다. 접점이 끊어져 있다. 혼자가 되면 외롭고 같이 살려니 괴롭다. 자신은 사회로부터 멀어지려고 하면서 사회가 자신에게 손을 내밀도록 유인한다. 인간은 자연스러움을 따라가는 동물이다.


    루틴을 만들고 루틴을 지키는게 현대인이다. 동물수집 김건희나 쓰레기 할머니나 루틴을 만들어 사회와 결속한다. 배가 흔들리므로 사람은 가장 덜 흔들리는 지점에 간다. 그곳이 어디인지 모르므로 젊었을 때는 돌아다녀 봐야 하지만 무의식이 강하게 반응하는 곳이 있다. 


    흥분하는 것, 긴장하는 것, 스트레스받는 것, 왠지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것, 긴장 속에 오래 머무르게 되는 것이 있다. 긴장에 붙잡히는 것이 있다. 자연스럽게 인간은 그곳에 붙잡혀서 살게 된다. 물체는 중력에 끌려 낮은 곳으로 향하고 인간은 집단의 중심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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