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1]chow
read 1515 vote 0 2022.06.18 (03:13:55)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순환논증오류는 2차원에서의 모순이다. 이는 창과 방패의 모순과 같다. 창과 방패 중 누가 이기느냐는 그 자체로만 보면 절대로 결론이 나질 않는다. 이걸 해결하려면 숨겨진 전제를 찾아야 한다. 없으면 만든다. 숨겨진 전제는 우리가 흔히 규칙이라고 부르는 놈이다. 나의 무기가 이기느냐는 지공이냐 속공이냐 단기전이냐 장기전이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답이 안 나오는 문제는 차원을 높이면 된다.


이는 이전에 내가 지적한 구구단의 이상함과 맥락을 같이 한다. "2 x 1 = 2" 가 이상하다고 했던 것 말이다. 대수식에 단위를 붙여 일종의 기하식으로 바꾸면 이게 이해가 된다고 했다. "2(m) x 1(m) = 2(m^2)" 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물론 우리는 일상에서 곱셈을 차원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덧셈을 간결하게 압축하는 도구로 사용을 한다. 그건 꼼수이므로 논외다. 곱셈의 본질은 그런 게 아니다.


아마도 피타고라스 정리도 이런 식의 차원 변환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설명이 안 되는 것은 냅다 차원을 넣으면 설명이 된다. 대다수 사람들이 미적분에서 접선의 기울기를 그릴 때 흔히 빼먹는 것이 있다. 바로 축의 기호다. 라이프니츠는 미분의 의미에 대해 접선의 기울기로 표현했다고 하는데, 라이프니츠가 빼먹은 건지, 후대가 못 본 건지는 몰라도 그래프에서 빠진 것이 "달라진" 축의 기호다. 다음은 보통 사람들이 접선을 설명하는 그림이다.


263E0B3958FBFCBB2A.png


이 그림은 문제가 있다. 무슨 말이냐, 세로축이 y라고만 표기되어 있는데, 이건 녹색 곡선에 대한 축의 기호이다. 그러면 빨간 접선은? 미분하여 구한 접선의 그래프는 축이 달라져야 한다. 즉 빨간 선의 축의 기호는 y'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축의 기호를 바꾸지 않고 두 차원에 걸친 그래프를 대강 그리지만, 실제로는 두 차원을 겹쳐서 그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343434.png


이제 좀 마음이 편안해진다. (물론 세로축의 기호가 잘못됐다고 하거나, 가로축의 기호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그림을 보고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높은 차원, 즉 f(x)에 대한 그래프의 그림자가 f'(x)의 그래프라는 것이다. 이렇게 차원이 낮아지는 것을 동시에 그린다는 것을 보여주면, 우리는 이제야 "순간변화율"이라는 말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순간과 변화가 중첩된 지점이 저기에 있는 게 눈에 잘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참고로 직선은 하나다. 직선 위의 모든 점은 비율이 같기 때문이다. 반면 곡선은 둘이다. 곡선 위의 모든 점은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이지 그냥 접선이라는 표현은 이상한 것이다. 접해서 뭐 어쩌라고. 대신 둘이면서 동시에 하나인 것을 표현했다, 즉 중첩했다고 해야 바르다. 접선이나 접점이 아니라 중첩점이다. 



Drop here!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구조론 매월 1만원 정기 후원 회원 모집 image 29 오리 2020-06-05 84747
2015 [경향] 비리 사학 비호하는 사법부 image 수원나그네 2018-03-31 1409
2014 에너지와 통제 1 systema 2018-11-14 1411
2013 결맞음을 끌어내기 systema 2019-11-03 1412
2012 생명로드51 - 후원을 희망합니다 image 수원나그네 2019-12-20 1412
2011 핵융합 이터 설계 아나키(÷) 2020-07-28 1414
2010 이번 주 구조론 모임은 취소 되었습니다. image 오리 2020-09-02 1415
2009 인간이 쓰는 언어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현강 2020-01-08 1418
2008 그리운 사람! 내면화된 사랑 - <노무현> 아란도 2020-05-23 1418
2007 소리가 난다는 것..일대 사건이다. 1 아제 2018-01-14 1419
2006 이번주 구조론 모임은 취소 되었습니다. 3 오리 2020-08-19 1419
2005 일본의 에너지 고립. image 아나키(÷) 2020-07-08 1420
2004 생명로드 39 - 2013년에 뿌린 씨앗 그리고 일본전문가 강연회 image 수원나그네 2019-04-19 1421
2003 소강,대동,그리고 검색의 즐거움. 아제 2020-08-06 1421
2002 생명로드47- 동해안 걷기 11월말 image 1 수원나그네 2019-11-02 1423
2001 12월 1일(토) 걷기행사 다시 알려드립니다. image 2 수원나그네 2018-11-16 1425
2000 판구조를 읽자. 1 systema 2019-07-06 1425
1999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systema 2019-07-27 1425
1998 올해도 학생주도형 출제와 상호평가 시행 2 수원나그네 2020-06-09 1425
1997 땅값 집값 문제 13 - 토지임대정책 수원나그네 2018-01-24 1426
1996 땅값 집값 문제 17 - 개성공단 모델 1 수원나그네 2018-01-29 1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