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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805 vote 0 2022.05.09 (13:13:00)

    윤원형이 강음에서 죽었다. 굥은 재상에서 파면되었는데도 며칠을 지체하며 도성에 머물러 있다가 동문 교외로 나갔다. 많은 사람들의 분노가 그치지 않고 공론이 더욱 격렬함을 듣고 끝내 처단을 면하기 어려움을 알았으나, 또 가산이 흩어질 것을 염려해 어둠을 틈타 부인의 행색처럼 밤에 교자를 타고 도성에 몰래 들어와 집으로 돌아왔다. 이어 그의 첩 쥴리와 더불어 강음 전사에 거처하였는데, 쥴리의 죽음을 보고 드디어 분울해 하다가 또한 죽었다.

    굥이 사림들을 풀베듯 죽이며 흉악한 짓을 있는 대로 다했는데, 오래도록 천벌을 면하더니 금일에 이르러 마침내 핍박으로 죽으니, 조야가 모두 통쾌하게 여겼다. 굥이 일단 패망하고 나니 원수졌던 집에서 떼를 지어 빼앗겼던 재물에 대한 송사를 일으켰다. 조정에서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재물을 본주인에게 돌려주게 하니 굥의 집안에서도 온갖 고통을 견딜 수 없게 되었다. 

    사신은 논한다. 전대의 권간으로 그 죄악이 하늘까지 닿기로는 굥과 같은 자가 드물 것이다. 중종 말년, 인종이 동궁에 있을 때 사자가 없음을 보고, 그의 형 윤원로와 더불어 서로 어울려 헛소문을 만들어 동궁의 마음을 동요시켰으며 문정왕후가 안에서 그 의논을 주장하였다. 이리하여 대윤이니 소윤이니 하는 말이 있게 되어 중종이 이 걱정으로 승하하였다. 

    사림들 가운데 당시 명망이 있던 사람을 일체 배척해 모두 역적으로 몰아, 죽는 자가 계속되었다. 명종이 친정을 하게 되었지만 문정왕후의 제재를 받아 자유롭지 못했는데, 윤원형은 무슨 일이고 할 일이 있으면 반드시 문정왕후와 내통하여 명종을 위협하여 임금의 근심이 언사와 안색에까지 나타나게 하였다. 그의 권세는 임금을 기울게 하였고 중외가 몰려가니 뇌물이 문에 가득해 국고보다 많았다. 

    쥴리를 몹시 사랑하여 정처를 버리더니 필경에는 부인을 독살하는 변을 빚었으며 이어 첩으로 부인을 삼았다. 기타 흉악한 죄들은 머리털을 뽑아 헤아린다 해도 다 셀 수가 없다. 비록 견출이 가해졌으나 체형을 면했으니, 세상 인심의 분함을 이길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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