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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147 vote 0 2021.10.08 (09:59:13)

    학계는 부정하지만 진화는 방향성이 있다. 문제는 상호작용이냐 일방작용이냐다. 일방작용은 방향성이 없지만 상호작용은 방향성이 있다. 플러스냐 마이너스냐, 확산이냐 수렴이냐다. 일방작용의 플러스는 확산이므로 방향성이 없지만 상호작용의 마이너스는 수렴이므로 방향성이 있다. 최적화된 하나만 살아남는 것이 마이너스다.


    하나의 도장을 여러 곳에 찍으면 플러스다. 확산방향에 일방작용이다. 종이는 가만있고 도장이 찍는 거다. 피해자는 가만있고 범죄자가 행동한다. 배구든 테니스든 랠리가 이어지려면 합이 맞아야 한다. 그 경우는 상호작용이다. 이 경우는 마이너스다. 조금만 삐끗해도 랠리가 끊어진다. 에너지의 방향은 수렴 방향이다.


    짝사랑은 일방작용이라 방향이 없다. 뚱뚱해도 좋고, 돈을 잘 벌어도 좋고, 키가 커도 좋고, 얼굴이 예뻐도 좋고, 대머리도 좋고 하나만 맘에 들면 된다. 좋아하는건 내 맘이지. 내가 좋다는데 무슨 상관이야? 결혼은 상호작용이므로 조건이 까다롭다. 대머리라서 안 돼. 키가 작으면 안 돼. 돈을 못 벌어서 안 돼. 얼굴이 아니라서 안 돼. 뚱뚱해서 안 돼. 짝사랑 할 때는 개성이 있어서 좋다더니 태도돌변. 짝사랑의 모든 장점이 결혼의 모든 단점으로 변한다.


    중요한 것은 일방작용이냐 상호작용이냐에 따라 판단기준이 180도로 바뀌는 점이다. 짝사랑은 하나만 좋으면 되고 결혼은 하나만 안 맞아도 파토다. 구조론의 입장과 학계의 입장이 갈리는 지점이다. 생물의 진화를 종의 일방작용으로 볼 것인가,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볼 것인가? 구조론의 결론은 상호작용이다. 생태계에서는 하나만 안 맞아도 아웃이다.


    소년이 격투기를 배운다면 태권도, 유도, 주짓수, 권투, 합기도, 태껸 기타등등 배울 것은 다 배우는 플러스다. 챔피언이 방어전을 한다면 잘하는 것 위주로 해야 한다. 거기서 새로 뭔가를 배우는건 타격폼 건드리다가 망한 야구선수 되는 거다. 투구폼 뜯어고치다가 선수인생 쫑난 선수가 한둘인가? 그냥 잘하는 것을 하도록 내버려두라고 말하는 사람이 이지풍 트레이너다.


    대부분의 종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갈 데까지 가 있다. 치타는 한계까지 속도를 내고 코끼리는 최대한 몸집을 키워 극한에 도달해 있다. 코끼리가 몸집을 더 키우면 무릎이 아작난다. 이론적으로는 몸집을 더 키울 수 있지만 작은 구덩이에 빠져서 못 나오는 약점이 생긴다. 모든 종은 환경 안에서 챔피언이므로 플러스가 불가능하다. 호날두만 해도 맨체스터로 팀을 옮기더니 냉장고에 있는 간식과 음료수를 다 치워서 다른 선수들이 뿔났다고 한다. 챔피언은 마이너스다. 하지 마라는게 많다.


    늑대는 더 진화하지 않는다. 늑대의 서식환경이 극한이기 때문이다. 북극의 북쪽은 없다. 늑대는 그 환경에서 챔피언이다. 환경변화가 일어나면 진화할 수도 있다. 개는 계속 진화한다. 개는 인간을 길들여 놓았으므로 인간의 환경변화에 따라 맞게 변한다. 개는 서식환경이 극한이 아니기 때문이다.


    종은 조절장치가 망가지는 마이너스로 진화하므로 영원한 진화는 없고 갈 데까지 가면 멈춘다. 구조적 모순, 구조적 한계가 있는 것이다. 플러스는 방향이 없지만 마이너스는 방향이 있다. 과학자들이 진화를 플러스로 보기 때문에 방향성이 없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진화가 겉보기로는 없던게 생기니까 플러스라고 생각되지만, 유전자로 보면 마이너스다. 변이를 일으키는 경우의 수는 수학적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변이를 소진하면 자원이 고갈된다.


    코끼리의 코가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하는건 아니다. 코는 순식간에 길어졌고 중간코도 있는데 멸종했고 다시 짧아진건 없다. 하마가 물속으로 들어간게 고래다. 고래가 다시 육지 위로 기어오르는 일은 없다. 다리를 만드는 유전자가 망실되었기 때문이다. 비가역적으로 망가져서 원상복구는 불가능하다.


    진화가 한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사슴은 뿔이 너무 커져서 죽을 맛이다. 그게 생존에 도움이 되는건 전혀 아니고 어쩌다가 일이 꼬여서 갈 데까지 가버린 거다. 이상한 진화가 있을 경우 학계는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맹장도 뭔가 도움이 되는게 있을 거라고 믿었다. 사실은 그냥 하다가 보니 그렇게 되었다. 방해자가 없으면 그냥 놔둔다.


    진화가 합리적인게 아니고 환경이 깎아먹어서 합리화 되는 것이다. 기업이 합리적인게 아니고 경쟁업체가 깎아먹어서 합리화 되는 것이며 경쟁이 없으면 기업은 백 퍼센트 비합리적으로 된다. 종이 상당히 합리화 된 것은 환경과의 상호작용 덕분이며 진화는 본질에서 합리적이지 않다.


    조절장치가 망가지는 형태로 진화가 일어난다. 최홍만이 키가 커진 것은 성장 호르몬 조절장치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비가역적으로 망가지므로 조절이 된다. 최홍만은 너무 크고 반홍만이 좋은데 그게 안 된다. 원래 환경을 읽어서 변이를 일으키는 유전자가 있다. 변이를 막는 차단장치도 동시에 존재한다. 변이는 열성이므로 보통은 변이를 일으키면 죽는다. 환경변화가 일어나면 대멸종이 일어나고 대멸종 직후에 포식자가 사라진 양호한 환경에서 열성인자가 살아남아 진화한다. 이때 양의 피드백으로 폭주하며 단시간에 미친듯이 진화한다.


    원래 노랑머리 백인은 없었는데 빙하가 후퇴하면서 빈 땅이 생기자 미친듯이 진화하여 단시간에 노랑머리가 만들어졌다. 빨강머리는 노랑머리에서 좀 더 나갔기 때문에 그 마이너스를 관찰하여 머리카락뿐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밸런스의 손실을 찾을 수 있다. 빨강머리에 대한 편견이 생겨난 이유다. 한국인 중에도 머리칼이 약간 빨간 사람이 있는데 빨강머리 편견에 포함된 다른 부분도 찾아낼 수 있다.


    진화가 시작되면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순식간에 갈 데까지 가버린다. 종이 환경과 밀착했는데 또 환경변화가 일어나면 멸종한다. 환경과 지나치게 밀착한 종이 멸종할 확률이 높다. 인간의 조상은 원숭이 중에 더럽게 나무 못 타는 원숭이였기 때문에 오히려 진화에 성공했다. 고래는 물속으로 너무 깊이 들어가서 바다가 사라지는 식으로 환경이 변화할 때 멸종확률이 높고 하마는 물속으로 반쯤 들어갔으므로 환경이 변해서 전 세계가 바다가 되어도 고래로 변하여 살아남는다. 시계의 태엽이 풀린 정도를 보고 언제 시계가 멈출지 알 수 있듯이 환경과 밀착한 정도를 보고 종의 멸종확률을 알 수 있다.


    종의 진화뿐 아니라 모든 변화를 상호작용으로 보는 관점을 얻어야 한다. 일방작용으로 보면 이재명, 윤석열 둘 다 숱한 구설수로 낙마해야 하는데 상호작용이므로 아직 생존해 있다. 개는 늑대에 비해 열등하지만 사람의 보호를 받아 살아남고 이재명, 윤석열은 지지자들에게 대체재가 없기 때문에 살아남는다. 유권자가 변해야 한다. 그런데 변하고 있다. 세계가 한국을 다시보기 때문에. 세계가 변하면 한국도 변한다. 한국이 변하면 정당도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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