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104 vote 0 2021.09.24 (12:49:19)

    https://news.v.daum.net/v/20210923113101747


    무려 대학교수라는 양반이 이런 중이병스러운 짓거리를 한다면 슬픈 거다. 엘리트 사회의 족같은 풍경은 사람을 우울하게 한다.


    온갖 시적 기교가 숨어 있어서 글자 한 자 한 자에 메스를 대고 낱낱이 해부해야 하는 것을 이육사라 하고, 자동기술법으로 썼기 때문에 뇌를 비우고 그냥 슬슬 읽으면 되는 것을 이상이라고 한다. 의식의 흐름 기법은 그냥 써지는 대로 쓰는 것이다.


    이상의 글은 구멍난 주머니에서 동전 새듯이 길바닥에 툭툭 흘리고 다니는 글이다. 반면 육사의 시는 공든 탑을 쌓는 것과 같다. 그런 멋진 탑은 우주 안에 두 개가 있으면 안 된다. 육사의 모든 시는 사실 같은 시다. 한 편의 시를 갈고 닦고 광을 내어 모퉁이마다 다른 이름을 붙인다.


    이상의 시는 그냥 툭 떨어지는 마이너스다. 오감도는 서랍에서 꺼낸 1200편 중에서 특별히 잘 된 것을 골라 연재한 것이다. 심리적 배경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상이 어디서 무엇을 보고 이 글을 썼지? 알고 보면 잼있다. 그러나 내용은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어떤 상징도 암호도 숨겨져 있지 않다. 그런게 있으면 안 된다. 그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호흡이 있을 뿐이다. 호흡이 가빠지고 이완되고 고조되고 가라앉을 뿐이다. 이상이 천재라 불리는 이유는 글에서 천재의 광기가 번득이기 때문이다. 그의 짧은 편지글나 잡문도 누군가의 공들여 쓴 시 보다 낫다. 그는 낙서도 시가 되고 편지도 수필이 된다.


    우리는 문학을 오해한다. 무슨 십자말풀이처럼 해답이 있고 장치가 숨겨져 있다고 착각한다. 십자말풀이는 시간만 충분하면 누구나 풀 수 있다. 이상의 시는 툭 흘리는 것이며 그것은 길어야 3초다. 축구의 패스는 0.5초 안에 받아야 하고 여행자의 즉흥시는 3초 안에 댓구를 받아야 한다.


    '사과 한 알이 떨어졌다. 지구는 부서지도록 아팠다. 최후. 이미 여하한 정신도 발아하지 아니한다.' 이건 그냥 찰나의 느낌을 원고지에 옮긴 것이다. 검색해보면 여기에다 온갖 해석을 플러스하여 만유인력 이후로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는 엄숙한 선언이라는 둥 개소리를 잔뜩 퍼질러놨다.


    왜 거기 해석이 들어가? 이상의 시는 무의미시와 연결되고 다다이즘과 연결된다. 마이너스가 정답이다. 왜 이상은 여하한 정신도 발아하지 않는다고 했을까? 그 순간에 여하한 정신도 발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과가 떨어지고 지구가 아팠는데 아득한 느낌이다.


    거기서 여하한 정신이 발아하겠느냐고? 당신의 친구가 방금 절벽에서 떨어졌다는 전갈을 받았다면? 당신은 그 상황에서 여하한 정신이 발아하겠는가? 차라리 이상의 사과 한 알은 8년 후 히로시마에 떨어질 핵폭탄 리틀보이의 예언이라고 우기는게 낫겠다. 사과 한 알이 떨어지고 그 충격에 지구가 흔들리고 아득할 뿐 그 상황에 무슨 이데올로기를 내세우겠는가? 


    건축무한육면각체는 미츠코시 백화점 풍경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천장에 사각형 속의 사각형 속의 사각형이 있다. 그 어떤 암호도 비밀도 없다. 사각형의 원운동의 사각형의 운운동은 화전문의 회전운동이다. 본 것을 그대로 스케치 한 것이다.


    문제는 천재에 대한 오해다. 천재는 뭔가 대단한 암호를 숨겨놔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천재는 광기를 길바닥에 흘리고 다니는 사람이다. 뭘 꽁꽁 싸매고 감추고 숨기고 하는 자는 천재가 아니다. 그림이라도 그렇고 디자인이라도 그렇고 건축이라도 그렇고 시라도 그렇다. 


    단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상은 담백하기 때문에 천재다. 기본적으로 문학에 대해서, 예술에 대해서, 천재에 대해서 비뚤어진 관점을 가진 자가 너무 많다.


    아래는 김기림에게 보낸 편지글 중에서


    해변에도 우울밖에는 없소. 어디를 가나 이 영혼은 즐거워할 줄을 모르니 딱하구려! 전원도 우리들의 병원이 아니라고 형은 그랬지만 바다가 또한 우리들의 약국이 아닙디다.


    위밍업이 다 되었건만 와인드업을 하지 못하는 이 몸이 형을 몹시 부러워하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6]블루

2021.09.24 (14:09:40)

교수들은 모짜르트의 음정 하나하나도 연구할 기세군요~흘린 광기 하나하나가 모여 교향곡이 된것~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21.09.24 (16:48:55)

사과 한 알이 떨어졌다. 지구는 부서지도록 아팠다. 최후. 이미 여하한 정신도 발아하지 아니한다. 이건 그냥 찰나의 느낌을 원고지에 옮긴 것이다. 검색해보면 여기에다 온갖 해석을 플러스 하여 만유인력 이후로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는 선언이라는둥 개소리를 퍼질러놨다. 


    왜 거기 해석이 들어가? 이상의 시는 무의미시와 연결되고 다다이즘과 연결되는 것이다. 마이너스가 정답이다. 왜 이상은 여하한 정신도 발아하지 않는다고 했을까? 그 순간에 여하한 정신도 발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과가 떨어지고 지구가 아팠는데 아득한 느낌이다. 


*이 표현에 대한 사진으로는 이 사진이 딱! 

이 사진이 더 이상적 해석에 근접한 듯.

첨부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update 2 김동렬 2024-05-27 2448
2521 이용수는 왜 윤미향을 치는가? 2 김동렬 2020-05-28 4135
2520 천재의 직관 김동렬 2023-06-14 4132
2519 영화 더 문 폭망 이유? 감독이 바보 김동렬 2023-08-09 4131
2518 이기는 힘 김동렬 2022-07-29 4131
2517 불확정성의 원리 2 김동렬 2022-02-14 4131
2516 윤석열 최재형 김동연 공무원의 난 2 김동렬 2021-07-14 4131
2515 윤석열의 몰락 2 김동렬 2020-11-25 4130
2514 부동산 문제의 진실 6 김동렬 2020-07-05 4130
2513 구조의 빌드업 김동렬 2023-06-22 4128
2512 두려움을 극복하라 2 김동렬 2020-06-04 4126
2511 이재명의 도전 2 김동렬 2021-10-10 4125
2510 위안스카이가 된 안철수 5 김동렬 2020-06-08 4125
2509 인과율과 엔트로피 1 김동렬 2020-01-28 4125
2508 클린스만은 손절하자 김동렬 2024-01-21 4124
2507 구조론을 알고 있다 2 김동렬 2019-07-05 4124
2506 소금이 왜 짜냐? 3 김동렬 2019-04-11 4121
2505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 없다 1 김동렬 2019-04-22 4117
2504 한국의 전성시대 김동렬 2023-06-15 4116
2503 한동훈의 치킨 게임 4 김동렬 2023-03-12 4116
2502 조국이 희생된 이유 김동렬 2021-08-25 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