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688 vote 0 2021.07.09 (10:55:51)

나는 석사 두 개, 박사 한 개 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줄리 못 하신 분도 이해할 수 있다. 46% 논문 표절 같은 거 이해할 수 있다. 사모펀드에 투자해서 8개월만에 겨우 83% 수익을 올리는 시추에이션도 이해할 수 있다. 주가조작도, 부인 집에 삼성이 전세권 설정한 것도, 윤우진 전 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 덮어준 희대의 사건도 다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시선집이나 시집을 사서 그걸 읽고 있다는 분들 진짜 이해할 수가 없다. 시(선)집은 읽기용이 아니다. 이걸 자꾸만 갈쳐줘야 하나? 시집은 사서 읽으라는 책이 아니다. 시집은 그냥 사는 책이다. 그냥 사놓고 잊어먹는 책이다. 그러다가 가끔 라면받침으로 꺼내놓고 제목을 상기하는 책이다. 누가 시 같은 거 물어보면 막 읽은 척 하면서 응, 나 그거 우리집 서가에 있어... 뭐 이럴 때 써먹는 책이다.
자꾸만 시집 사놓고 읽을 생각을 하는 건 시집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어차피 그래놓고 읽지도 않을 거면서 괜히 읽어야 하는 게 부담된다고 사는 것조차 하지 않으니까 세상이 이렇게 황폐해지고 피폐해지고 지폐만도 못해지는 것이다. 시집 절대 읽지 마시라!
그리고 가장 심각하게 이해가 안 가는 분들이 또 계시다. 휴가 갈 때 누가 시집 같은 거 챙기면 왜 그런 짐을 들고 가냐고 잔소리하는 김주대 시인 같은 분들. 진짜 무식한 거다. 시집은 과시용이다. 어디 가서 낮잠 잘 때 핸드폰 베고 자는 사람과 시집 덮고 자는 사람은 품격이 다르다. 애인들이 막 꼬인다. 요즘 세상에 참 고아하고 고결한 사람처럼 보여진다. 시집은 쓸모가 많다.
그래서 시선집 사 놓고 그걸 읽느라 시간 끄는 답답한 분들 때문에 <당신에게 시가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는 이제 겨우 5쇄를 찍고 하이파이브나 하고 있는 것이다. 시선집 읽을 시간 있으면 선물을 하셔야 한다. 시집은 원래 나는 안 읽고 남들한테 선물할 때나 써먹는 책이다. 세상도 얼마나 좋아졌는지 카O오톡 선물하기도 되고 요즘 슬프게 소문난 쿠O으로도 주문이 된다.
하여간, 나도 아직 다 못 읽은 시선집 다 읽었다고 자랑질하는 분들 진짜 이해가 안 된다. 5쇄가 뭔가, 5쇄가... 시바.


###


시는 읽는게 아니다.
섬기는 거다.
그런데 시가 똥을 싼다.
그게 시다.
꼬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934 벌써 가나? image 10 솔숲길 2021-07-20 3345
4933 그섬에 가고싶다 출석부 image 31 이산 2021-07-19 4005
4932 딱 걸린 윤떡 image 6 김동렬 2021-07-19 3234
4931 구름폭탄 출석부 image 28 이산 2021-07-18 4400
4930 일본의 변심 image 5 김동렬 2021-07-18 2875
4929 바다의노인 출석부 image 30 universe 2021-07-17 4280
4928 풀잎먹방 출석부 image 23 universe 2021-07-16 3808
4927 통곡의 윤석열 image 5 김동렬 2021-07-16 3294
4926 미쉐린꼬마 출석부 image 22 이산 2021-07-15 4089
4925 낙연이와 재명이 6 김동렬 2021-07-15 3253
4924 댕댕이 출석부 image 28 이산 2021-07-14 4218
4923 철수와 준석이 image 6 김동렬 2021-07-14 3539
4922 까도까도 쥴리 출석부 image 29 이산 2021-07-13 3646
4921 잠수함 타는 서울대 석사들 image 5 김동렬 2021-07-13 3661
4920 냥냥냥 출석부 image 32 이산 2021-07-12 4371
4919 조선일보 플랜 2 가동 image 5 김동렬 2021-07-12 3471
4918 좋은아침 출석부 image 28 이산 2021-07-11 3719
4917 멸망의 조중동 image 3 김동렬 2021-07-11 3692
4916 썬데이모닝 출석부 image 24 universe 2021-07-11 2943
4915 윤석열의 최후 image 김동렬 2021-07-10 4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