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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791 vote 0 2021.04.17 (19:02:24)

    독재라는 질병에 대하여


    https://news.v.daum.net/v/20210417082342390


   나쁜 상황에 빠지면 그럴수록 더 나쁜 결정을 내리는게 인간이다. 다친 개를 구해주려고 하면 도망친다. 개는 차라리 인간이 물리적으로 제압해 주기를 바란다. 인간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있어도 접촉하는 순간, 그 순간의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발작을 일으킨다.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개는 그냥 안고 나오면 된다. 그 순간 1초만 견디면 된다. 다음부터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태연하게 문을 드나든다. 전문가들은 문제견을 쉽게 해결해서 견주를 놀라게 한다. 인간의 행동을 의도나 목적으로 보는 견해가 틀린 것이다.


    많은 경우 기계적인 심리적 메커니즘에 지배된다. 물리학이다. 미국에 얻어맞고 트라우마에 걸린 북한이나, 임진년과 병자년에 연거푸 얻어맞고 우울증 걸린 조선이나, 서구열강에 반식민지로 얻어맞은 중국이나, 원폭 두 방에 후쿠시마 얻어맞은 일본이나 같다.


    국가도 우울증에 걸린다. 옐친 시절 서구에 납작 엎드렸더니 매몰차게 짓밟아버린 서방에 트라우마를 입고 푸틴을 지지하는 러시아도 마찬가지. 독재는 전시체제다. 전시체제의 결속된 상태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한 번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되물릴 수 없다.


   갓난아기는 포대기로 꽁꽁 싸매놔야 안정감을 느끼고 울음을 멈춘다. 포대기가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불안감을 느낀다. 그냥 본능이다. 북한 주민들은 전시체제라는 결속된 상태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북한이든 쿠바든 스스로 독재라는 나쁜 길을 선택한 것이다.


   히키코모리는 좁은 공간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소떼는 무리 속에 있어야 편안하다. 주변에 벽이 있으면 만족한다. 움직이는 것이 보이면 겁을 먹는다. 개는 비좁은 개굴에 일곱 마리나 들어가 있다. 양떼는 무리 속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몸이 꽉 끼어야 편안하다.


   썰매개들은 무리에서 낙오하느니 죽는 길을 선택한다.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워도 분리불안에 짖어대는 것이 개다. 아기들이 혼자 벽장 속에 숨어있거나 가면쓰기와 복면쓰기를 좋아하고 닌자복장을 즐겨하는 것이 그렇다. 쾌걸 조로가 아이들에게는 인기가 있다.


    소녀들은 앞머리가 눈썹까지 오게 하고 머스매들은 후드티에 얼굴을 파묻는다. 그런데 국가 전체가 복면을 쓰고 있는 경우도 있다. 차도르를 쓰고, 히잡을 쓰고, 부르카를 쓴다. 북한은 체제가 부르카이고, 쿠바는 체제가 차도르이고, 중국은 제도가 그게 히잡이다. 


    공산주의라는게 죽의 장막이라는게 철의 장막이라는게 부르카다. 그래야 편안하다. 그런 나쁜 상황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승리하는 것이다. 문제는 고립된 상태에서 이겨먹을 대상이 주변에 없는 국가들이다. 북한 주변에 이겨먹을 만한 나라가 있는가?


    없다. 쿠바가 이겨먹을 나라는? 없다. 중국이 이겨먹을 나라는? 없다. 중국이 그나마 북한보다 나은건 인도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 정도는 가볍게 즈려밟고 ㅋㅋㅋ. 옳고 그름을 따지는건 무의미하다. 쿠바든 북한이든 중국이든 잘못된 선택을 했다.


    책임을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 옳고 그름은 대화가 되는 어른들끼리나 하는 말이다. 복면놀이나 하는 애들하고 무슨. 쿠바는 벽장에 숨어서 나오지 않는 어린아이다. 꾸짖는 것은 히키고모리를 밖으로 끌어내는 방법이 아니다. 독재는 질병이고 그들은 환자다. 


    환자에게 옳고 그르고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북한은 쿠바는 일본은 환자다. 국가 전체가 우울증에 걸려 있다. 트라우마에 걸려있다. 지리적으로 고립된 상황 자체가 구조적인 질병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유럽의 병자 아일랜드는 용케 질병을 극복했다. 


    알바니아는 그럭저럭 살아나고 있다.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에 져서 침몰 중이다.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여전히 암울하다. 주변에 국가들이 많으면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 이웃나라가 대칭축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고립되어버린 나라는 방법이 없다.


    한국은 북한을 이기고, 일본을 이기고, 88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과 한류의 승리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있다. 여전히 더 벗어나야 한다. 아직은 국민의 반이 환자다. 긍지와 자부심이 필요하다. 이겨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 이겨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지는 거다.


   독재자를 탓하는건 의미가 없다. 밖에서 강제로 구출하지 않으면 그러다가 말라죽는게 보통이다. 백인들이 아이티 원주민을 잡아서 노예로 부려먹으려고 하자 모든 부족민들이 자살해 버렸다. 살아남은 원주민은 정확하게 0명이다. 도처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


   죄다 자살해서 죽어버렸는데 니들의 판단이 틀렸다고 꾸짖은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인간의 비극이다. 대칭과 축의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자기보다 만만한 대상을 발견하지 못하면 인간은 아무것도 못한다. 그 자리에서 말라 죽는다. 북한은 국가자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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