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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809 vote 0 2009.01.22 (00: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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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그림은 그냥 그리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그리는 것이어야 한다. 질≫입자≫힘≫운동≫량이 있다. 질은 그림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다.

아이디어의 의미는 ‘이걸 이렇게 하면 저건 저렇게 된다’는 식으로 어떤 하나의 아이디어를 정하면 굉장히 많은 것이 뒤에 따라온다. 그 안에 조형적 질서가 있어서 작가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그림은 아름다움을 파는 것이 아니라 실상 아이디어를 파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호객용이다. 끼워파는 고객 유인용 서비스 상품 같은 것이다. 국진이빵에 들어있는 스티커 같은 것이다.

왜 아이디어가 중요한가? 그 아이디어가 다른 곳에 응용되기 때문이다. 좋은 그림은 확실히 인류의 사고의 지평을 높인다. 르네상스 미술은 발상의 전환을 일으켜 근대를 통째로 낳은 것이다.

다빈치처럼 제대로 그려주면, 제대로 해보자는 욕구가 일어나고,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며, 대충 얼버무리는 봉건적 태도를 용납하지 않게 된다. 그것이 근대주의-계몽주의-합리주의라는 것이다.

그림에서 질은 작가의 스타일이며 질이 한 번 정해지면 그 아래로 입자, 힘, 운동, 량으로 가지를 쳐나가면서 무수한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질은 왜 그것을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나타내었는가다.

반드시 그림이어야 한다는 필연. 그것은 무엇일까? ‘동시성’이다. 소설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 각각 존재한다.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의 그림일기는 한 폭에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을 다 집어넣으려고 한다.

그러나 점차 머리가 굵어지면서 그건 이미지가 아니라 텍스트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림은 보는 것이며 그것은 어떤 순간 어떤 장소를 보는 것이다. 시간과 장소에 갇히게 된다. 그것을 뛰어넘으려면?

박수근의 두터움과 이중섭의 역동적인 선은 시간적 순서로 나열된 이곳저곳 여러 장소로 이동되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을 한 폭의 그림 안에 전부 집어넣는 것이다.

그림 특유의 동시성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며 그러므로 그 그림이 왜 그림이어야 하는지가 명백해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평면의 그림 안에 입체의 구성이 있는 것이다. 입체가 가지는 특징들이 있다.

그것은 주가 종을 이끌고 종이 주를 따르는 것이다. 머리가 있고 몸통이 있고 손발이 있으며 그들 사이에 계급이 있다. 평면은 그것이 없다. 높고 낮음이 없다. 납작해서 같아져 버린다.

그러나 작가는 조형적 질서를 구축하여 평면의 한계를 극복한다. 바탕에 깔아주는 질의 아이디어, 입자의 테마, 힘의 밸런스, 운동의 역동성, 량의 인상이, 모두 갖추어서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을 구성하는 것이다.

사진은 찰나의 한 컷이지만 그 안에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 전부 갖추어져 있다. 입자는 그림이 왜 두 폭의 그림이 아니라 단 한 폭의 그림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림의 일부를 제거하거나 변형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그림의 절반을 잘라내도 괜찮다면 좋은 그림이 되지 못한다. 그것을 내용에서 찾으면 주제가 된다. 힘은 좌우, 상하, 심원, 강약의 밸런스다. 운동은 움직임의 반영이다.

시간의 길이를 나타내기다. 입자는 그 하나됨으로 질의 동시성을 보완하고 힘은 그 밸런스로 입자의 하나됨를 보완하고 운동은 힘의 언밸런스를 보완한다. 양은 요소들을 차별화하여 운동의 한계를 보완한다.

사진은 두 인물이 있어서 두 그림이 될 수 있다. 사진을 둘로 짤라도 되는 것이다. 그런데 두 인물이 대칭을 이루었으므로 짤림이 방지된다. 사진을 자르면 두 인물 사이의 대칭성이 사라져서 사진의 본질이 희생되고 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운동은 두 인물 사이의 언밸런스를 보완한다. 인물의 움직임에 의해

인물의 크기 차이에 따른 불균형이 상쇄된다. 양은 차별화에 의해 운동의 획일성에 따른 불균형이 극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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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14]곱슬이

2009.01.25 (10:44:41)

저 형제의 기쁨이 착실이 전달되오.    세상에 부러울것이 없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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