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완전한 작품은 하나의 인생이고, 하나의 완전한 사랑이다.
이번에 사쿠라바 가즈키의 소설 <내남자>를 읽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읽는 중에도 그리고 읽고 나서도 한동안 그 책이 머리에 떠나지 않았다.
왜 그렇게 빠져들게 만드는가를 생각해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몰입하게 되는 것은 단지 스토리나 재미보다는 긴장이 더 큰 요소이다.
이 책에는 살인과 근친상간이라는 긴장감이 작품 전반에 내재해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테마에
살인, 근친상간을 소재로 형상화한 이야기와
그에 맞는 관능적인 문체로 분위기를 깔아주는 스타일이 있다.
책을 읽고 생각하니.. 하나의 완전한 작품은
하나의 인생이고 하나의 완전한 사랑이다라는 걸 알겠다.
복잡하고 기나긴 인생에 답도 없이 갑갑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단순하다.
결국 인생은 삶과 죽음의 문제이고,
삶은 죽음이라는 긴장이 있기때문에 그 기나긴 삶의 끈을 놓지 않는것이다.
죽음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삶에 있어 너덜너덜한 문제들도 해결되겠지.
그대 인생을 건 사랑이라는 테마에 죽음과도 같은 긴장을 조성해낼 수 있는가.
그에 걸맞는 스타일과 사랑의 이야기로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가길.
P,S.. 동렬님이 책의 시작이 그 책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니 싣겠다.
내 남자는 훔친 우산을 천천히 펼치면서 이쪽으로 걸어왔다.
지는 해보다 한 발 앞서 찾아온 밤. 저녁 6시가 지난 긴자의 가로수 길.
비에 젖어 빛나는 아스팔트를 저벅저벅 밟으면서 똑바로 이리로 다가왔다.
그리고 가게 앞 쇼윈도에 딱 달라붙어 비를 피하고 있는 내게 훔친 우산을 내밀었다.
우산을 훔친 사람인데, 그 동작은 영락한 귀족처럼 매끄럽고우아하다.
나는 그의 그런 모습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