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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132 vote 0 2016.01.01 (12:57:07)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 거기서 더 이상 오를 고지가 없음을 확인했을 때, 그 정상의 이미지가 어떤건지,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를 인터뷰한다면 그것이 철학이다. 정상에서의 느낌을 인류가 공유함으로써 방향을 잡아야 한다. 철학은 70억 인류가 가는 방향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1도 틀어놓을 때, 그 절정의 순간에 느껴지는 오르가즘이다. 70억이 일제히 방향을 틀 때 전해오는 파동은 느낌이 다른 거다. 그래서 아이폰 신제품이 나온다면 문 앞에 텐트치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좀 느껴보자는 거다. 김연아가 최고의 연기를 마쳤을 때, 그 순간 인류의 뾰족한 모서리 하나가 결정된 것이다. 인류의 대표자 관점이 아니면 철학은 아니다. 철학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칼끝에 있다. [생각의 정석 24회]


    철학을 개인적인 감상이나 늘어놓으며 자기소개 하는 걸로 안다면 곤란하다. 인생이 허무하다는둥, 세상이 공하다는둥 헛소리 하는 자는 500방씩 맞아야 한다. 70억 인류호의 버스 운전사라면 사거리에서 커브를 돌더라도 크게 돌아야 한다. 너무 조용하게 운전해도 좋지 않다. 승객들은 차가 위태롭게 커브를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너무 과격하게 핸들을 꺾어도 좋지 않다. 다가오는 파도를 보고 놀란 승객이 보트에서 벌떡 일어서면 배가 중심을 잃고 전복되는 이치다. 모두가 다가온 위기를 알아야 하지만 그러면서도 숨을 멈추고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승객의 목숨을 책임지는 선장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더 나아가 과거와 미래를 기승전결로 이어가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더 나아가 신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호연지기를 얻어 천하인이 되어야 한다. 완전히 다른 인류로 거듭나야 한다. 천하인에게는 허무도 없고 괴로움도 없으며 죽음도 없고 멈춤도 없다. 들판의 타오르는 불처럼 자체의 에너지에 의해 사건을 연결하며 계속 가는 것이다. 산에 오르는 이유는 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멈출 수 없기 때문에 계속 가는 것이다. 철학은 의사결정능력이다.


[레벨:30]솔숲길

2016.01.01 (21:30:59)

[생각의 정석 24회] 설특집 ; 결혼이란 무엇인가?

http://gujoron.com/xe/436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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