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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아란도
read 2028 vote 0 2015.02.19 (04:01:36)

<고속도로 상념....>

길을 가다보니 갈증이 난다.
물 보다는 좀더 강렬한게 필요하다.
선택은... 캔..맥주...
옆에서 운전하는 운전자의 갈증을 부추기는 음주...
다행히 고속도로 진입시에는 아니었다
고속도로 진입은 그 후로도 몇시간 뒤였으니...

고속도로를 타면서
나는 옆자리에 앉아서 내팔을 머리위로 포개고
달리는 차안에서 고속도로를 감상하다.
벨라차오가 연달아 흐르니 같이 흥얼 거리다.

재난 영화를 생각하다.
그런 상황이라면...이 고속도로는 어떤 쓸모가 있을 것인가...
산성비가 내린다면....고속도로 옆에 세워놓은 방음벽을 뜯어서 지붕으로 만들어야 하나...하는 상념도 해본다.
문명을 보고 있으면, 언제나 재난 상황도 동시에 피어난다.
문명과 재난...창조와 파괴...
거기서 나는 어떤 대처를 할까...끝없이 맞물리는 위기 상황에서...
그때, 만약 어떤 식물이라도 있어 준다면...나는 차를 만들어 마실까...
그 위기 상황에 적응을 하고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이 이런 상황을 맞닥뜨렸을때 그 과정을 벗어나는 아이디어와 세세한 삶의 모습들을 보여준다면 좋을텐데... 문명이 파괴된다면 다시 그 파괴안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디테일을 그리는 그런 영화나 드라마 혹은 소설...

고속도로는 친절한 길이다.
목적지까지 안내가 세세하다.
방향지시등과 도로표지판 과속.추월에 대한 안내, 진입 유도 표시 등등...최대한 친절하게 만들어 놓고...사용료를 받는다.
국도 지방도는 덜 친절하다. 일직선이 아니므로...
그리고... 저절로 난 길이나 산길의 오솔길이나 샛길은 더 불친절하다.
친절한 길은 속도감도 있고 빠르고...또 간간히 멀리 보이는 산자락들이 병풍처럼 펼쳐지므로 웅장하기는 하나 천천히 즐길 수가 없고, 불친절한 길은 구불거리고 느리고 어쩔땐 자기 발로 걸어야 하기도 하지만 운치가 있어서 멋스럽다.

친절한 길과 불친절한 길...
모든 길의 시작은 불친절하다. 그러나...생각해보면, 불친절 하려 해서 불친절한게 아니고 더이상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일 뿐인거 같다. 길은 있되 알아서 가라.... 불친절한 길은 돈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누구나 가도 통행세가 없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불친절한 길의 궁극의 목적은 친절이다. 그 길과 친해지면 불친절한 길은 자기에게 친절한 길이 되기 때문이다. 또 지시하는 표지판이 없지만, 자신이 알아서 만들면 된다.
그리고.... 자기에게 친절해진 길은 그 자신에게 길을 내준다. 또한. 그 친절한 길을 여러 사람이 공유하면 결국은 고속도로가 되어 버린다.

인문학이라고 다를 것인가....
불친절한 인문학이 결국 가장 친절한 인문학이다. 길은 처음부터 친절하지 않았다. 비록 돈을 내더라도 친절한 고속도로를 탈 수 있는 이유는, 불친절한 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친절한 인문학이 많을수록 시간의 경과에 의해 많은 이들이 고속도로를 탈 수 있게 만든다. 모든 학문은 이 경로로 우리앞에 지금 있다. 결국 불친절한 인문학이 현재의 수많은 직업을 만들어 냈다. 그 학문들은 현재 모두 고속도로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해서, 철학은 가장 불친절하다. 철학에 친절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철학에 처음부터 친절을 기대한다는 것은 철학할 생각이 없다는 것과 같다. 철학이 자기에게 친절해질려면 자기가 철학과 친해지면 된다. 친해지면 무한한 철학의 길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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