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정범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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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정범[共同正犯]
둘 이상이 공동으로 저지르는 범죄
각각이 똑같은 처벌을 받는다
공동 정범이 왜요
맨 처음 일을 저지른 건 나지만 나중에 덕을 본 건 너니
풀꽃과 사슴과 사자에게 너와 난 공동 정범이다
제가 범죄자란 말씀인가요
광합성 식물은 있는데 광합성 동물 광합성 인간은 왜 없는 걸까
이런 생각 해 본 적 있느냐
먹고 살기 바쁜데 누가 그런 생각을 해요
풀꽃과 사슴과 사자와 사람이 나란히 서서 햇볕을 쬐고 있는 모습은
아이참 그건 만화나 동화책에나 나오는 이상적인 풍경이죠
지구생물진화 초기에 원시 광합성 동물이 출현했지만
무려 3천만 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동물은 신체구조가 복잡할 뿐만 아니라 활동량도 많아서
식물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햇빛만으로는 필요한 에너지를 다 충당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고등동물로의 진화 더 나아가 인류의 등장을 위해선 먹고 먹히는
생태계 먹이사슬이 나로서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모든 악의 뿌리는 생태계 먹이사슬이고
생태계 먹이사슬은 내가 설계한 것이다
광합성 식물에서 광합성 동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어떤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서 오늘날 이 사달이 난 거군요 그렇죠
결자해지가 무슨 뜻인지 아느냐
잠시만요
결자해지[結者解之]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하여야 한다는 말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꼬인 실타래를 당신과 제가 함께 풀어야 한다는 말씀이잖아요
꼬았다 풀 실타래를 왜 꼬았대요
<제1안> 우주 창조
<제2안> 우주 안 창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다소 소란스럽더라도 뭐라도 하는 것이 낫다
소란이 두려워
그때 내가 제2안을 선택했으면 오늘 우리의 만남은 없었다
욕심이 고통의 원인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맞다
내 욕심 때문에 고통받았던
지금도 고통받는 생물들에게 내가 미안하다
저도 미안해요
그래 고맙다
너와 난 풀꽃과 사슴과 사자에게 공동 정범이다
생물들이 서로를 미워하고 낯을 붉히는 이유가 무엇이냐
먹고사는 문제 때문 아니더냐
우주 만물을 창조한 나도 잘못한 게 있으면
생물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내가 너희들에게 미안하다
어떨 땐 당신 원망하고 미워한 적 있었는데
오늘 당신 정말 멋져요
영원히 살 수는 없지만
모조리 알고는 갈 수 있다
수십 억 년 꼬인 실타래를
풀려 노력하는 이가 있고
더 엉키게 하는 이가 있다
내가 알고 싶은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되고 싶은 것
이 세상에는 이 모든 것들이 다 갖추어져 있다
찾기 나름이고 해석하기 나름이다
국가와 민족을 앞세우던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나를 돌아보고 나를 완성하는 시대가 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세상에는 왜 이리 아픈 사람이 많은 걸까
내가 무지해서 나만 불행하면 괜찮은데 나 하나로 인해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불행해지니까 문제다
탐욕과 이기심이 고통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모두가 나물 먹고 물 마시고 배만 두드리고 있었으면
인류는 지금까지도 거지꼴을 못 면했다
몸은 어른
생각은 어린이
죽음은 이상이고
고통은 현실이다
건강 관리에 힘쓰자
손수레 끌고 파지 줍는 등 굽은 늙은이가
병실에 누워 신음하는 젊은이보다 낫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늙은이 둘이 병실에 있다고 했을 때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사람이 공부를 적게 한 사람이고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사람이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다
내가 너를 미워할 이유를 찾으면 100가지가 넘고
내가 너를 이해할 이유를 찾아도 100가지가 넘는다
내가 공부가 게을러서 부족한 사람으로 남아 있으면
세상 어느 누구를 만나도 섭섭한 대접을 받고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근사한 사람이 되면
세상 어느 누구를 만나도 후한 대접을 받는다
키를 낮추면 모두가 햇볕을 충분히 받을 텐데 서로 햇볕 많이 받겠다고
키를 키우다가 키 큰 나무들 지난번 태풍에 우루루 다 넘어졌네
햇볕 가지고 서로 다투지 말아요 나무 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