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과 B급 팟캐스트 ‘생각의 정석’ 51회에 나왔지만, 웹소설앱 ‘북팔’의 성공스토리에 대해서는 아는 분이 많을 것이다. 초기에 마케터님과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예전에 콘텐츠 사이트를 운영했기에 할 말이 있었다. 왕년의 계획은 첫째 ‘B급의 A급화 문제’ 둘째 ‘텍스트에서 이미지를 거쳐 동영상으로 진화하는 문제’ 셋째 ‘게임원리의 적용에 대한 문제’라는 세 가지 방향을 탐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흘렀다. 딴지일보에서 ‘졸라’와 ‘씨바’를 외치며 B급문화를 조명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착각한다. B급은 B급이다. B급을 A급이라고 주장하면 안 된다. 그런데 필자가 격찬한 이소룡 영화도 B급이다. 항상 이야기하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서부극도 B급이고, 원조인 구로자와 아키라도 B급이고, 그 원본인 존 포드의 서부극도 B급이고, 히치코크 영화도 B급이다. 좋은건 다 B급이다. B급은 표절이 예사다. 언급한 B급들을 보면 서로 베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소룡이 감독한 맹룡과강은 당산대형과 정무문을 베낀 것이다. 그런데 왜 평론가들은 표절을 예사로 한 구로자와 아키라를 신처럼 떠받드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는데 1퍼센트의 창의성이 있으면 나머지는 무시된다. 그 1퍼센트가 문제인 것이다. 창의적 요소가 없으면 아무리 영화를 잘 만들어도 트집을 잡는다. 단 그 창의가 진짜 창의라야 한다. B급과 A급은 무엇이 다른가? 부둘님이 이야기한 감각이입과 감정이입으로 설명할 수 있다. B급은 감각이입으로 승부한다. 히치코크 영화가 그렇다. 스치로폼으로 유리창을 문지르면 기분나쁜 소리가 난다. 이는 물리적이다. 그럴듯한 이야기로 청중을 설득하여 감동을 자아내는게 아니라 그냥 기계적으로 난타해서 독자를 자극한다. 소설이라면 직접적으로 섹스를 묘사하는 것이고 영화라면 노골적인 노출장면이겠다. 이게 B급이다. B급이 뜨면 아류가 난무한다. 한 때는 1년에 수천편의 서부극이 쏟아지기도 했고 전성기의 홍콩영화도 그랬다. 성의없이 만든 표절영화가 융단폭격을 한다. 그런데 그게 신통하게 흥행을 한다. 무엇인가? B급은 쓰레기지만 그 B급을 처음으로 창의해 낸 선각자는 천재라는 거다. 그런데 90년대 중반에 팀 버튼이 ‘에드 우드’와 ‘화성침공’을 만들면서 ‘B급이 정답이다’ 하는 잘못된 사상이 전파되었다. 포스트 모더니즘이니 패러디니 하는 구호들과 섞여서 일정한 세를 이룬 것이다. 거기까지였다. B급에 열광하면서 B급으로 A급을 치는게 주류에 대한 전복이며 진보주의라는 식이라면 오버가 심한 것이다. 팀 버튼의 화성침공에서 마지막에 지구를 구하는 것은 흘러간 컨트리송이었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뽕짝이 지구를 구한다는 식이다. 착각이다. 진짜는 인터넷으로 종이신문을 치는 것이다. 본질은 인터넷세력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brS6GVeaHrk&feature=youtu.be 딴지일보가 허경영을 비중있게 다루기도 했고 빵상완전정복이라는 것도 만들어졌다. 착각도 유분수지 정말 허경영 추종자가 된 사람이 나를 찾아와서 측근이라며 진지하게 ‘한 자리’를 제안하는 소동도 있었다. A급이냐 B급이냐의 구분은 간단하다. 작가가 독자를 끌고 가면 A급이고 작가가 독자에게 아부하면 B급이다. 그러나 모든 B급의 공식들도 처음 창의하는 순간은 A급이다. 에드 우드에게도 천재적 요소는 있다. 이소룡 영화들은 계속 업그레이드 되는게 있다. 새로운 B급의 공식을 만들어낸다. 분명 맹룡과강이 다르고, 용쟁호투가 다르고, 사망유희가 다르다. 항상 새로운 것을 들고 나온다. 그래서 후한 평가를 받는다. 남들이 그것을 따라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을 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냥 따라하는 것들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뽕짝은 변하는게 없다. 아무리 노래를 잘 불러도, 창의성이 없으면 똥이다. 그거 안 쳐준다. 간단하다. B급은 감각이입이다. 직접적으로 관객의 뇌를 타격한다. 그 B급을 새로 창의해내면 A급이다. 아무리 영화를 잘 만들어도 창의가 없으면 쓰레기다. 천만관객이 눈물을 훔치게 하는건 필요없는 헛수고다. 본론으로 돌아가자. 북팔 초기에 PC통신시절의 유머작가군단이 어디로 사라졌는지에 대해서 논의한 적이 있다. 차승원 부인도 그때 유행한 엽기코드에 편승한 유머작가였다. 어쩌다가 유머가 에세이로 변했다. 원래는 자전적 요소를 가미한 그냥 유머소설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무명이었던 차승원이 뜨면서 출판사의 기대에 의해 점차 실화로 변해간게 아닌가 추정한다. 하여간 B급은 돈이 된다는게 필자의 주장이었다. 버스 터미널에 항상 팔리던 B급 콘텐츠가 있었다. 경찰의 수사기록을 빙자한 창작꽁트가 아닌지 의심되는 ‘사건과 실화’류나 독자의 체험을 빙자한 창작꽁트집으로 의심되는 ‘사랑의 체험수기’도 인기가 있었다. 지금도 궁금하다. 그 사건과 실화는 진짜 경찰서에서 가져온 것인지 아니면 출판사 아저씨가 줄담배 피우면서 하루에 열편씩 쓰는지, 그 사랑의 체험수기는 진짜 독자의 글인지 아니면 전담작가가 붙는지 아리송. 하여간 필자의 제안은 그 터미널용 B급 콘텐츠를 생각있는 사람이 열심히 만들면 돈이 된다는 것이다. B급이라고 너무 성의없게 하는 거다. 애마부인류 성인비디오도 너무 성의가 없다. 선데이서울도 그렇고. 너무 못생긴 모델이 나오는 거다. 사진품질도 조악하기 짝이 없었다. 요즘은 모텔도 시설이 좋은데 성인비디오는 물주전자 주는 어디 면소재지 여인숙에서 찍는지 나라망신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품질이 조악하다. 왜 B급은 돈이 되는가? 트로트 가수 장윤정이 돈을 버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독자가 선택하고 작가가 복종하기 때문이다. 답은 권력이다. 초등학생이 소설 쓰는 사이트가 있다는데 거기도 공식이 있다고 한다. 왕자와 공주가 만나서 뽀뽀 백만번 한다는 식이다. 뽀뽀를 어떻게 백만번이나 할 수 있느냐고 따지지 말라. 백만이라는 숫자는 독자의 선택이다. 무협지도 비슷하다. 장풍을 쏘려면 빅장을 100킬로는 쏴줘야 한다. 김성모 만화만 해도 그렇다. 발차기를 하려면 108단 콤보로 차줘야 한다. 18만단 콤보로 가지 않는 것도 나이가 들어서다. 초등학생이 썼다면 180만단 콤보 정도는 기본 가주는 거다. 말인심은 다다익선 아닌가? 무엇인가? 독자의 이러한 감각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광석과 같다. 거기서 가치있는 뭔가를 발굴하는게 A급이다. 그냥 거기에 아부하는건 B급이다. 허영만 타짜는 A급이다. 진짜 타짜는 이런 거다 하는걸 보여준다. 거기에 논리가 있다. 김성모가 했다면 뭐 초능력으로 고스톱을 치는 걸로 했을지도. 하긴 김세영 작가도 맛탱이가 갔는지 나중에 초능력으로 포커치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건 선을 넘어버린 것이며 그야말로 B급이다. 주성치의 도성에도 초능력으로 카드를 돌리지만 그건 A급이다. 주성치 자신의 논리가 있고 그 논리를 일관되게 따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영만 이후 김세영의 타짜 속편들은 자기논리가 없고 독자에 아부한다. 주성치의 논리는 중국과 홍콩, 빈자와 부자, 촌놈과 도시인을 대비시키는 데서 극을 끌고가는 에너지를 조달하므로 초능력 포커를 쳤다고 그걸 시비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 대결지점을 잃을 때 쓰레기가 된다. B급은 감각이입이다. 감각은 물리적이다. 물리는 에너지다. 그러므로 돈이 된다. 에너지의 법칙에 지배되는 것이다. 돈이 된다고 해서 가치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곳에 다듬어지지 않은 원광석이 묻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지점에서 헷갈린다. 오판한다. 허경영은 사람을 웃길 수 있다. 그런데 진짜로 허경영 따라가려는 사람이 있다. 곤란하다. 빵상도 돈이 된다. 사람을 웃길 수 있다. 거기까지다.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 거기서 주성치가 본 무언가를 봐야 한다. 주성치가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대결지점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포기하면 성룡이 된다. 시대에 한 방 먹이려는 의도에서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조달해야 한다. 콘텐츠는 텍스트에서 이미지를 거쳐 동영상으로 진화한다. 아프리카 TV를 예로 들 수 있다.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 게임의 요소와 결합되어야 한다. ‘네가 이걸 선택하면 이렇게 응수한다’는 대결구도가 답이다. 정리하자. 독자에 영합하면 B급이다. 독자를 이끌면 A급이다. B급은 감각이입이다. 자극적인 야동처럼 물리적으로 건드린다. 그래서 돈이 된다. B급은 다듬지 않은 원광석이다. 새로 개척하여 진도나가면 A급이다. A급은 주성치가 그랬고 이소룡이 그랬듯이 에너지를 공급하는 ‘시대와의 대결구도’를 계속 끌고가야 한다. 시대에 한 방 먹이려는 의도가 깔려있어야 한다. 그리고 매번 새로운 버전으로 업데이트가 되어야 한다. 세상과 대결하는 신무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조금 먹힌다고 속편이나 찍고 있으면 그게 바로 B급이다. 콘텐츠가 진화해 가는 공식이 있다. 공식대로 진화해야 한다. 콘텐츠가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다. A급이냐 B급이냐 하는 구분은 ‘콘텐츠의 진화’라는 대전제를 깔고 들어가는 거다. 그러한 진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과는 대화가 불능이다. 그냥 독자가 좋아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좋은건 우리편이 좋은 거다.
진보에 가담해야 우리편입니다. 주성치는 우리편입니다. 성룡은 적군입니다. 정치를 말하는게 아닙니다. 세상이 작동하는 원리가 그렇다는 말입니다. 돌지 않는 팽이는 쓰러지고, 진보하지 않는 문명은 죽습니다. 발전하지 않는 콘텐츠도 죽습니다. 죽거나 아니면 나아가거나입니다.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면 A급이고, 제자리에 죽치고 앉아 자리 깔면 B급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A급 정신을 포기하면 안 됩니다. |
정신이 번쩍 듭니다. *_*
한국 대중 음악에서 B급의 대부는 신중현.
70년대 미인이라는 곡을 발표하고 바로 대마초 원흉으로 활동 중지.
한번 보고 두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기억속에 이 노래가 공중파에서도 대단했는데 어느날 짤림.
http://www.youtube.com/watch?v=a1lbIxyDo94
'미인' 은 한국 가요역사상 명곡중의 명곡..
특히 이곡은 국내 기타리스트들이 모여서 잼을 하거나 합주를 할때 단골로 연주되는데 정말 장관임.
대마초.. 신중현님의 말에 의하면 자기집에 있던 대마초 그거 자기가 알고있던 외국히피들 걔네들이 두고 간거라고..
자긴 피지도 않았고 그게 거기 있었는지도 몰랐다고..ㅎ
실제 그 전까지는 대마가 마약류로 분리도 되지 않았던 시절인데
듣기로 박지만이 대마를 즐겼고 그래서 박정희가 그럼 대마 피는
넘들 다 조져 해서 그게 이상한 음악을 하는 신중현-소위 말하는
70년대 미국 히피 등등의 사이키델릭 록-을 조지게 된거죠.
덕분에(?)한국대중음악의 10년이상 퇴보를 가져옴. 당시 음악하는 사람들은 다 걸려들었죠.
음악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서도 퇴보를 가져왔다고 생각함.
한대수 말에 의하면 60~70년대 당시에 히피문화가 자리잡지 못했던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었다는데.
팟캐스트를 듣고 읽으니 더욱 다가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