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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582 vote 1 2016.10.02 (15:11:29)

     

    언어는 의미가 아니라 맥락이다.


    언어 뿐만이 아니다. 그림이든 회화든 영화든 시든 마찬가지다. 뭔가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행태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고흐의 그림에 무슨 의미가 있지? 의미가 있으면 안 된다. 의미가 없기 때문에 걸작인 것이다. 물론 전혀 의미가 없다고만 볼 수도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언어의 의미를 다양하게 부여하기 때문이다. 의미없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원래 언어의 의미가 포괄적이기 때문에 딱 규정하면 안 된다. 그런데 의미가 뭐지? 문제는 원자론적 관점이다. 원자론은 곧 집합론이다. 작은 것이 모여서 큰 것을 이룬다.


    콩깍지를 까면 콩알이 나오고, 밤송이를 까면 밤톨이 나오듯이 언어를 까면 의미가 나온다고 여긴다. 그럴 리가 있나? 양파껍질을 계속 까면 무엇이 나오나? 언어를 까면 무엇이 나오나? 아무 것도 없다. 언어에는 원래 의미가 없다. 대신 맥락과 포지션이 있다.


    맥락과 포지션도 일종의 의미이므로 의미가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원자론, 집합론 개념에서의 의미는 없다. 그런거 없다. 원래 없다. 대신 구조론적 의미가 있다. 그런데 다른 거다. 그래서 허둥댄다. 네이버 지식백과를 참고하기로 하자. 의미가 뭘까?


    https://is.gd/glRQrY <- 네이버 지식백과


    길게도 써놨다. 이렇게 말이 많다는 사실 자체가 조또 모린다는 의미다. 사실 이 주제는 필자가 아홉 살때부터 40년간 생각한 것이라 익숙하다. 참 설명하기가 어렵다. 낯선 단어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말해줘도 전달이 잘 안 된다. 원자론의 관점을 버려라.


    뇌세척을 하고 머리를 텅 비운 상태에서 들어야 한다. 국어사전은 의미 중심의 기술이 아니라 족보와 메커니즘 위주로 기술해야 한다는게 40년 전 필자의 깨달음이다. 분류이론을 적용하여 분류할 수 있을 뿐 언어 자체의 내재한 고유한 속성 따위는 없다는 거다.


    예컨대 ‘개’라고 써놓으면 개는 무엇일까? 일단 동물 개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언어원리로 보면 개는 개를 의미하지 않는다. 개같은 놈이라거나 하며 개와 상관없는 이유로 개를 들먹거리기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특히 수학에서 이 문제가 중요하다.


    1은 뭐지? 곤란해진다. 구조론은 포지션을 본다. 2는 3과 1 사이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반대다. 족보가 있고 메커니즘이 있으며 족보 안에서 각자 위치가 있고 메커니즘 안에서 각자 역할이 있다. 이를 추구할 뿐 개별적인 의미는 없다. 앞과 뒤는 무엇이 다르지?


    다른거 없다. 전진하면 앞이고 후진하면 뒤다. 앞이나 뒤는 절대적으로 정해지는게 아니라 운전자가 정하는 것이다. 운전자가 보는 방향이 앞이고 앞의 반대가 되다. 즉 앞이나 뒤의 의미는 없으며 의미가 있다면 방향에 있고 방향의 의미는 공간에 있는 것이다.


    공간의 의미는 물질에 있고 물질의 의미는 에너지에 있다. 그러므로 에너지로 설명할 뿐 앞이나 뒤 자체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어떤 것을 설명할 때는 그 자체에 내재한 무언가를 찾을 것이 아니라 그 주변과의 관계를 설명해야 한다. 예컨대 1을 설명한다면?


    1을 집합으로 보고 1집합의 원소들을 찾으려 한다. 근데 원소가 없다. 가족을 설명한다면 가족원인 아들, 딸, 엄마, 아빠, 할배, 할매를 열거하기 보다 부족과 국가와 개인과 인류를 함께 설명해야 한다. 왜냐하면 아들도 없고 딸도 없는 가족도 있기 때문이다.


    개를 설명하려면 개집합의 원소로 똥개, 사냥개, 미친개, 개고기 따위를 열거할 것이 아니라 개돼지라고 할 때 돼지 앞에 오는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 구조론적으로 의미는 사건의 다음 단계다. 의미가 있다는 것은 사건 안에서 따라붙는 다음 단계가 있다는 거다.


    가치가 있다는 것은 앞단계에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앞단계가 다음 단계를 지배하면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의미와 가치와 맥락과 포지션과 메커니즘은 세트이므로 이들을 함께 조명해야 한다. 남이 장에 간다고 거름 지고 장에 따라가봤자 장에서 거름을 팔 건가?


    다음 단계가 없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런데 언어에는 원래 의미가 없다. 다음 단계가 없다. 예컨대 ‘나’는 ‘너’를 반대로 발음한 것이다. ‘위’는 침팬지처럼 입술을 모아서 위를 가리키는 것이고 아래는 반대로 혀를 아래로 늘어뜨리는 것이며 즉 아래는 위의 반대발음이다.


    위를 발음할때 입술을 모으므로 아래를 발음할 때는 반대로 입술을 벌린다. 화자가 어떤 동작을 하면 상대방이 이 동작을 모방한다. 그게 의미다. 단어 안에 어떤 의미가 있는게 아니라 두 사람 사이의 동작모방에 의미가 있다. 구조론은 항상 둘의 사이를 봐야 한다.


    메커니즘, 맥락, 포지션, 가치, 의미는 세트이며 넓은 의미에서는 메커니즘과 맥락과 포지션도 의미에 속한다. 언어라는게 원래 두루뭉술이다. 구조론이 의미를 엄격하게 규정하는 것은 헷갈리지 않게 하려는 것이고 원래 인간은 언어를 대충 쓴다. 그래서 위험하다.


    원자론의 관점, 집합론의 관점을 버리고 구조론의 관점을 얻으면 의미는 쉽다. 의미가 있다. 단 안에 없고 밖에 있다. 언어의 의미는 호응에 있다. 아기가 놀랐을 때 엄마를 외쳐 부른다. 어머나도 있다. 단어 안에 의미가 없다. 그때 엄마가 호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와 아기가 서로 눈을 마주쳐 얼굴을 볼때 의미가 탄생한다. 다음 단계가 탄생한다. 호응되면 의미있다. 손뼉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화자와 듣는 사람이 호응하여 일치해야 의미가 생성된다. 1만원짜리 지폐를 부시맨에게 주면 부시맨은 전혀 호응하지 않는다.


    의미가 없다. 잘 해봤자 응가 처리용으로 쓰는데 부시맨은 응가를 예쁘게 처리하지도 않는다. 부시맨에게 1만원 현찰은 종이도 아니고 그냥 쓰레기다. 호응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의미가 뭐냐 묻지 마라. 자체에 의미가 있는게 아니다. 의미는 호응되어야 생긴다.


555.jpg


   콩깍지를 까면 콩이 나온다는 식의 경험주의적 태도는 곤란합니다. 깨달음을 얻어 깨부셔야 합니다. 양파를 까면 껍질의 순서가 나옵니다. 그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신의 존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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