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385 vote 0 2016.06.02 (14:49:14)

     

    내면에 개인주의를 갖추면 두려움이 없다. 두려운 이유는 남의 눈치를 보고 의사결정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는 영화를 봐서 천만관객을 거뜬히 채워주고, 남들이 입는 패딩을 입어서 외국회사의 매출을 올려주고, 일부러 원단을 찢어놓은 등산복을 입어서 나라망신 시키는 사람은 개인주의가 없는 사람이다. 자기 스스로는 의사결정을 못하므로 두려운 것이다. [생각의 정석 114회]


    두려움은 집단의 의사결정 중심으로 쳐들어가라는 유전자의 명령이다. 우리는 뱀을 두려워한다거나 쥐를 두려워 한다고 믿지만 가짜다. 두려움의 대상은 뱀이나 쥐가 아니다. 자기 안에 두려움이 가득 들어차 있고 그것을 출력하는 수단으로 뱀이나 쥐를 쓰는 거다. 아마존이나 파푸아뉴기니의 여인족들은 뱀이든 쥐든 벌레든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의사결정하는 자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결정하면 죽음도 두렵지 않다.


    우쭐대거나 과시하는 등 언뜻 두려움과 무관해 보이는 행동도 마음 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죽음의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소외의 두려움도 마찬가지다. 모든 두려움의 본질은 자신이 결정할 수 없다는 좌절감이다. 카지노에서는 10억 원도 태연하게 내다버리는게 인간이다. 자신이 결정하게 되면 간이 커져서 호랑이도 무섭지 않다.



   aDSC01523.JPG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 소설을 읽는 이유, 만화를 보는 이유, 노래를 부르는 이유, 디자인을 논하는 이유, 화장을 하는 이유, 음식의 맛을 따지는 이유, 예절을 따지는 이유, 분위기를 따지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모든 것은 의사결정을 실습하여 두려움을 극복하자는 것입니다. 자신의 의사결정기준을 가질 때, 자기만의 미학적 스타일을 가질 때 두려움은 사라집니다. 영화를 재미로 보고, 소설을 흥미로 읽고, 음식을 맛으로 먹는 사람, 디자인을 멋으로 고르는 사람은 아직 어른이 못된 사람입니다.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미성년자라는 거죠. 의도가 없으면 예술이 아닙니다. 의도적으로 의도를 배제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역시 의도가 있는 겁니다. 당신의 의도는 무엇입니까? 그것을 정하기 전까지 당신은 어른이 아닙니다. 


[레벨:30]솔숲길

2016.06.02 (21:44:15)

[생각의 정석 114회] 더불어 분리수거 성공

http://gujoron.com/xe/677917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38352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28541
3553 구조론으로 본 홍명보축구 image 김동렬* 2012-10-21 8573
3552 점 선 면 입체 그리고 차원 1 김동렬 2014-09-30 8560
3551 바둑은 장기를 이긴다 7 김동렬 2014-07-15 8556
3550 구조론의 대의 image 3 김동렬 2013-12-23 8540
3549 물질이냐 에너지냐 image 김동렬 2016-10-06 8538
3548 신은 권력이다 김동렬 2018-06-20 8528
3547 고쳐쓴 노자와 디오게네스 김동렬 2018-06-25 8524
3546 자기 생각을 쓰지 마라 6 김동렬 2014-09-17 8524
3545 인간이 말을 들어야 한다 image 6 김동렬 2018-07-01 8512
3544 힉스입자의 발견에 대하여 image 김동렬* 2012-10-21 8493
3543 왜 한중일미독인가? image 김동렬 2016-10-01 8488
3542 모든 이야기의 이야기 image 3 김동렬 2016-09-29 8484
3541 이중의 역설을 이해하자 image 8 김동렬 2016-09-26 8480
3540 오컴의 면도날 13 김동렬 2014-09-29 8473
3539 권리에는 의무가 따른다? 1 김동렬 2018-07-12 8471
3538 예수의 언어 image 22 김동렬 2015-09-09 8463
3537 엑소더스의 의미 image 34 김동렬 2015-01-07 8456
3536 과학의 첫 단추 김동렬 2013-10-21 8444
3535 회의주의와의 싸움이 철학이다 5 김동렬 2014-03-09 8439
3534 소통으로 출발하라 1 김동렬 2014-01-06 8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