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823 vote 0 2016.05.16 (22:27:10)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식의 유아틱한 자기소개는 철학이 아니다. 나를 지우고 대신 그 자리에 천하를 놓아야 한다. 내 개인의 생각을 발표하지 말고 대신 천하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해야 한다. 천하의 마음을 대변하는 대표자가 되어야 한다. 나를 배제함으로써 집단에 이르며, 집단을 배제함으로써 정상에 이르며, 거기서 비로소 신과의 일대일을 이룬다. 거기서 천하의 큰 일을 발견하고 기승전결로 그 일을 전개시켜 낸다. [생각의 정석 107회]


    언어는 동사+목적어+주어다. 변하는 것은 목적어다. 결혼을 목적으로 하다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친구로 사귀려다가 결혼하게도 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주어다. 그러나 그 주어도 변한다. 주어는 나다. 나는 변하지 않지만, 대신 크게 확장된다. 나의 가족, 나의 국가, 나의 세계로 점차 커진다.


    의사결정은 그렇게 커진 전체 단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일은 오늘에서 끝나지 않고 내일로 모레로 계속 이어져 가기 때문이다. 작은 ‘나’를 주어로 삼으면 아침저녁으로 변덕을 일으킨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 생각이 다르고, 나올 때 생각이 다르다. 그것으로 의사결정을 하면 실패한다.



aDSC01523.JPG


    10년 후에 도착할 편지를 보낸다면 어떨까? 답신을 받는다면 20년 후다.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나를 그 편지의 주어로는 쓸 수 없다. 인생은 적어도 50년의 계획이다. 50년은 변하지 않는 나를 그 편지의 주어로 삼아야 한다. 소년은 열일곱에 친구와 헤어진다. 30년 후 다시 만날 때를 상상하며 그것을 등대의 불빛으로 삼아 인생의 항해를 하는 것이다.


[레벨:30]솔숲길

2016.05.17 (12:16:45)

[생각의 정석 108회] 안철수의 국민당

http://gujoron.com/xe/659404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38752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28889
3413 말을 똑바로 하면 깨달음이다 image 3 김동렬 2016-02-26 5351
3412 사랑의 정석 62, 소들의 평상심 image 1 김동렬 2016-02-26 5225
3411 공자 22, 교언영색은 새누리다 image 김동렬 2016-02-26 5720
3410 중용 끝, 효는 개인주의다 image 김동렬 2016-02-25 5547
3409 공자 21, 나면서 아는 것이다 image 김동렬 2016-02-25 5220
3408 사랑의 정석 61, 산은 산 물은 물 image 1 김동렬 2016-02-25 5087
3407 공자와 노자 사상의 뿌리 image 김동렬 2016-02-25 5735
3406 공자 20, 안 되는 줄 알면서 image 6 김동렬 2016-02-24 5878
3405 사랑의 정석 60, 세계시민권을 팔자 image 2 김동렬 2016-02-24 4897
3404 중용 2, 정곡을 찌르다 image 3 김동렬 2016-02-23 5267
3403 공자 19, 어울리되 묶이지 않는다 image 김동렬 2016-02-23 5061
3402 사랑의 정석 59. 반듯한 것은 굽었다 image 1 김동렬 2016-02-23 5009
3401 중용1, 어울리되 휩쓸리지 않는다 image 1 김동렬 2016-02-22 5873
3400 사랑의 정석 58, 사람을 사랑하라 1 김동렬 2016-02-22 5312
3399 공자18, 중용이냐 쓸모냐 image 1 김동렬 2016-02-22 5444
3398 김용옥과 노자 image 김동렬 2016-02-21 6123
3397 노자 마지막, 바보 노자가 좋다. image 김동렬 2016-02-20 5510
3396 공자 17, 내용보다 형식이 중요하다 image 1 김동렬 2016-02-19 5831
3395 사랑의 정석 57, 이상주의자가 되라. image 1 김동렬 2016-02-19 5055
3394 괴력난신을 극복하라 image 2 김동렬 2016-02-18 5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