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254 vote 0 2015.10.06 (14:14:20)

     

    반기문의 이용가치


    정치의 기본은 ‘토사구팽’이다. 친박은 반기문 사냥개를 총선에 한 번 이용해먹고 버리면 된다. 반기문 입장에서도 제 발로 찾아오는 손님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누구든 손에 패를 쥐고 판에 끼이려 하는 법이다. 꽃놀이패면 더욱 좋다. 최소한 응수타진의 효과가 있다. 어떻게 돌아가는 판인지 슬쩍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반기문은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다. 그러나 충청권력이 이제 한 번 나올 때가 되었다고 여긴다. 킹은 아니라도 킹메이커는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국내정치에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반기문은 외교관으로 단련된 사람이다. 적을 만들지 않는다. 누가 싫어하는 행동을 할 사람은 아니다. 정치인으로는 약점이다.


    특히 말 많은 진보를 적으로 만들 우매한 짓을 벌일 사람은 아니다. 진보를 적으로 만드는 사람은 대개 깊숙한 곳에 열등감을 감춘 사람이다. 인류에게 보복할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우등생 반기문에게 그런 열등감이 있을 리 없다. 그런 촌놈의식의 열등감은 반드시 얼굴에 나타나기 마련이며 외교관으로는 실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엔사무총장에서 대선후보로 나오면 신분하락이다. 반기문은 잃을 것이 매우 많다. 보수가 반기문을 치기는 어렵지만, 진보는 반기문을 칠 건수가 많다. 보수가 권세를 추구하는 집단이라면, 진보는 명성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보수가 반기문의 권세를 꺾기는 어렵지만, 진보가 반기문의 명성에 먹칠하기는 매우 쉽다.


    반기문의 친인척 비리 한 두곳만 털어도 깨갱하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권세는 먼지와 같아서 밟을수록 오히려 세력이 피어오르지만, 명성은 맑은 유리창과 같아서 약간만 금이 가도 전체가 깨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잡초같은 변방의 아웃사이더 정치인은 짓밟을수록 세력이 불어나지만 대쪽과 같은 엘리트 외교관은 반대다.


    이회창이 한 방에 가버린 것도 명성을 탐하는 유리창형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노무현은 잡초처럼 자란 변방의 아웃사이더라서 한 방에 가지 않는다. 이명박은 아주 독초라서 농약을 뿌려도 안 죽는다. 형을 대신 깜방 보내고 자신은 살아남는다. 물론 노무현이 나중에는 성공했으므로 유리창의 측면도 동시에 가지게 되었다.


    성공한 반기문은 지금 깨지기 좋은 유리창이 되었다. 유리창을 깰 때는 중앙보다 약간 거리를 두고 주변을 슬쩍 치는게 답이다. 주변에서 시작된 실금이 중앙까지 쭉쭉 뻗어가서 한 순간에 와장창 허물어지게 되어 있다. 지금 야당도 주저없이 반기문을 잡아야 한다. 문재인은 킹 메이커가 될듯이 애매한 포지션을 취해야 한다. 


    반기문을 잡는다는 것은 당장 대선후보로 밀겠다는 것이 아니라 차기 총선과 대선을 충청이 결정한다는 점을 받아들인다는 신호의 의미다. 일단 충청에게 물어본다는 점에서 응수타진 들어가준다. 반기문 본인이야 당연히 거절하겠지만 그게 충청에 대한 예의다. '반기문이 안 되면 안희정이라도' 하는 뒷맛이 있음은 물론이다.


    어쨌든 충청의 몸값은 올라간다. '차기 총선과 대선은 오직 충청에 달렸다.' <- 이 구호 하나로 단순화해야 한다. 복잡한 전선을 싹 정리하는 효과가 있다. 진흙탕 정치판을 만들려는 안철수, 김한길을 제압하는 수단이다. 가능하다면 문재인은 반기문을 한 번 만나줘야 한다. 물론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으로나 가능한 일이다.


    친박이 반기문을 영입하는데는 관심이 없으면서도 김무성을 조지고 공천을 따기 위해 반기문 에드벌룬을 띄우는 흐름에 야당은 편승해야 한다. 반기문을 견제할 필요는 없다. 친박의 그러한 행동에 제동을 걸 이유가 없다. 바보가 사고치려 할 때는 되레 멍석을 깔아줘야 한다. 바보가 바보인증해봤자 바보 본인에게만 손해다.



   DSC01488.JPG


    지금은 판을 단순화하고 본질을 드러내야 합니다. 누가 선수인지 말해줘야 합니다. 선수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지금 문재인, 박원순, 안희정, 반기문, 김무성이 선수입니다. 선수를 드러내야 그 선수의 배후가 드러납니다. 배후는 충청입니다. 


[레벨:11]큰바위

2015.10.07 (07:52:16)

김동렬 명문 많이 쏟아지고 있네요. 


권세는 먼지와 같아서 밟을수록 오히려 세력이 피어오르지만, 명성은 맑은 유리창과 같아서 약간만 금이 가도 전체가 깨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72 교과서라 쓰고 우상화라 읽는다 image 김동렬 2015-10-27 16039
671 국정교과서, 이재오가 답이다. image 3 김동렬 2015-10-24 16273
670 마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계속하라 image 1 김동렬 2015-10-14 17263
669 총선에서 이기는 방법 image 4 김동렬 2015-10-08 16295
» 반기문의 이용가치 image 1 김동렬 2015-10-06 14254
667 차별은 정신병이다 image 13 김동렬 2015-09-24 17838
666 안철수의 김대중 공격 image 2 김동렬 2015-09-21 16698
665 진보는 말을 잘해야 한다 image 4 김동렬 2015-09-15 21076
664 문재인, 안철수를 치다. image 3 김동렬 2015-09-14 18334
663 공산당식 꼼수정치 걷어치워라. image 2 김동렬 2015-09-02 14580
662 마라 나폴레옹 스탈린 히틀러 그리고 image 2 김동렬 2015-08-31 13028
661 북한은 사과하지 않았다 image 2 김동렬 2015-08-25 21270
660 한국을 패전국으로 분류하는 건국절놀음 image 1 김동렬 2015-08-21 13181
659 문재인의 한반도 경제공동체 구상 image 4 김동렬 2015-08-16 13339
658 미학의 역사, 패권의 역사 image 4 김동렬 2015-08-12 12026
657 패권주의가 식민사관이다. image 김동렬 2015-08-11 12117
656 문재인의 일괄타결안 지지한다. image 1 김동렬 2015-08-05 11938
655 이기는 경제가 정답이다 image 3 김동렬 2015-08-02 12235
654 국정원식 살인 image 1 김동렬 2015-07-20 13795
653 식민사관 비판은 식민사관이다 image 김동렬 2015-07-07 12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