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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622 vote 0 2015.03.26 (17:50:25)

     

    구조론으로 시작하자


    세상에서 가장 센 것은 ‘여러 사람의 힘과 지혜를 합치는 기술’이다. 1+1은 2가 되어야 한다. 2로 합쳐서 고립된 1을 이길 수 있다. 그러나 보통은 어떤가? ‘1 그리고 1’이 되어 각개격파 당한다. 여럿이 모여서 웅성거릴 뿐 제대로 하나를 이루지 못한다. 확실한 하나를 이루려면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 구조론이다.


    오합지졸은 곤란하다. 어설픈 무더기가 아니라 견고한 단일체라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미학이다. 미학은 ‘계의 완전성’을 탐구한다. 웅성거리는 오합지졸은 그 완전성이 결여되어 있다. 수학의 집합론은 결정적으로 그 완전성 개념이 빠져 있다. 인류 최후의 학문은 그 부족한 완전성을 해결하는 미학이다.


    수학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뉴턴 이전에는 별로였다. 뉴턴이 수학을 업그레이드하여 인류의 시각교정을 해줬다. 뉴턴의 일깨움에 힘입어 인류는 사탄이나 마귀나 요괴들이 뒷구멍으로 무슨 수작을 부리더라도 별들은 끄떡없이 제 위치를 지킨다는 사실을 알고 안도하게 되었다. 하느님 할배도 물리법칙은 못 건드린다.


    미학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깨달음이 없는 미학은 수학에 미치지 못하는 주먹구구에 불과하다. 완전성이 없으니까. 수학은 집합이다. 그것은 모아놓은 무더기다. 모였으나 1이 되어 있지 않다. 1만 장의 연탄이 쌓여있다고 치자. 대형트럭을 부르면 한 차에 모두 실을 수 있다. 1만 장의 연탄이 트럭에 의해 1로 변했다.


    그런데 꼼수를 썼다. 트럭을 쓴 것이다. 누가 트럭 쓰랬냐고? 연탄이 스스로 1로 행세하지는 않는다. 반드시 외부에서 용기容器를 투입해줘야 한다. 미학이란 말하자면 연탄이 스스로 1을 이루도록 조직하는 기술이다. 1만 장의 연탄이 제 발로 트럭에 올라타게 하려면? 그냥은 안 되고 구조론의 방법을 써야 한다.


    독립적인 1을 이루려면 반드시 계가 설정되어야 하고, 내부에 축과 대칭이 갖추어져 있어야 하며 다음 치고나가는 방향과 순서가 지정되어야 한다. 이 다섯 가지 조건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는게 구조론이다. 갖출 구조를 갖춘 다음 에너지를 걸어주면 연탄 1만장이 벌떡 일어나 트럭에 올라타고 부르릉 시동을 건다.


    ◎ 질 - 계를 정하라. 바둑판 크기는 유한하다.
    ◎ 입자 – 축과 대칭을 정하라. 바둑판 하나를 흑과 백이 공유한다.
    ◎ 힘 – 방향을 정하라. 한 점은 사방의 네 점과 연결한다.
    ◎ 운동 – 순서를 정하라. 한 점씩 교대로 둔다.
    ◎ 량 – 승부를 정하라. 집 숫자로 승부한다.


    바둑과 같다. 바둑을 이기려고 집계산을 하는건 수학이지만 그 바둑의 룰을 정하는건 구조론이다. 구조론은 모든 존재하는 것의 존재하기 이전 단계를 규명한다. 보통은 그 단계를 생략한다. 원자가 있다고 전제한다. 숫자가 있다고 전제한다. 원자가 왜 있는데? 숫자가 왜 있는데? 반드시 자궁이라는 관문을 통과한다.


    ‘그것이 그것이게 하는’ 필연의 관문이 있다. 처음부터 그냥 있는건 없고 낳아져서 있는 것이다. 거기서 딱 걸린다. 미학은 수학에 선행한다. 수학은 처음부터 그것이 있다고 치는 것이며, 미학은 그것이 있을 자격을 정한다. 사과 다섯 개가 있다면 수학이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사과일까? 미학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인간이 강해진 것은 여러 사람이 힘과 지혜를 합쳤기 때문이다. 합치려면 팀에 들어야 한다. 팀원에 드는 자격은? 인류는 이 부분을 탐구하지 않았다. 그냥 감으로 적당히 때려잡는게 예술이고 문화다. 고흐는 그림을 팔지 못했고 이사도라 덩컨은 고국을 떠나야 했다. 주먹구구로 해온 미학을 과학으로 갈아타야 한다.


    인간은 언어로 강해지자 전쟁을 시작했고, 인쇄술로 강해지자 마녀사냥에 나섰으며, 수학으로 강해지자 전체주의로 기울었고, 미디어로 통합되자 일베깽판을 쳤다. IS깽판도 만만치 않다. 세계는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본질은 미학의 부재다. 애초에 팀에 들 자격이 없는 자들이 팀에 들어와버린 것이다.



   199.JPG


    수학은 정해져 있는 것을 셈합니다. 구조론은 수학보다 먼저 와서 그것을 정합니다. 구조론은 먼저 와서 바둑을 두고 수학은 끝난 바둑의 집을 세어 승자와 패자를 판정합니다. 모든 존재하는 것의 그 이전단계를 구조론이 규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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