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해라 정동영” 정치과잉에서 벗어나서 냉정하게 바라볼 일이다. 지금 일어난 상황은 동서고금의 역사에 걸쳐 늘 있어온 바 지극히 상식적인 경우다. 김대중, 노무현급 지성인이 집권자가 된 예는 서양사에도 드물고 동양사에도 찾아보기 어렵다. 기적이 늘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큰 인물은 큰 위기나 큰 기회에 한 번 나와주는 법이라 했는데 지금은 1997년 IMF의 국가적 위기도 아니고 2002년 인터넷 신문명의 역사적 기회도 아니다. 물에 빠진 사람 제 보따리 찾아간지 오래이고 마침내 올 것이 오고야 만 것이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그 뿐이다. 정치의 본의는 소수파의 연대에 있다. 그리고 변방에서 중심을 치는 것이다. 그런데 소수파의 연대가 깨졌다. 왜 깨졌나? 찌질이와 궁물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왜 등을 돌렸나? 욕심 때문이다. 연대를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얻은 것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소수파의 살길은 연대 뿐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입바른 말을 일삼을 뿐 독야청청 소수인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그들을 찌질이라 부른다. 변방에서 중심을 치려는 야심을 포기한 민노류 찌질이들 말이다. 그들은 배제를 당하여 억울하게 소수로 내몰린게 아니라 잘난척 하기 위하여 기를 쓰고 소수가 되려는 자들이다. 그들은 원래 소수가 되는 것이 목적이므로 영원히 소수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돈 깨나 벌어서 일산이나 분당에 아파트라도 장만하게 되니까 배가 불러서 이제는 소수파에서 벗어나 다수파로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류도 있다. 우리는 그들을 궁물이라 부른다. 그들은 오랫 동안의 소수파 노릇에 한이 맺힌 사람들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소수파의 한을 풀고싶다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다. 이제는 으시대고 싶고, 주름잡고 싶고, 목청 높이고 싶고, 행세하고 싶고, 위세부리며 살고 싶다면 어쩔 수 없다. 더 이상은 기죽어 살기 싫고, 남 눈치보기도 싫고, 전략적 사고 하기 싫다면 어쩔 수 없다. 그동안 억울한 소수파 노릇 힘들었을 텐데 계속 소수파로 남아있으라고 윽박지를 권리가 우리에게 없다. 찌질이는 가라. 궁물도 가라. 갈 사람 가도록 놓아주는게 맞다. 우리 내부에서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패배한 진짜 이유는 우리가 가진 자체의 역량과 매력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미 한 번 써먹은 지역구도 편승전략을 두 번 써먹으려 한 것이 원초적인 잘못이다. 나의 원칙은 두 가지다. 첫째 정동영이나 정동영이 소속한 정당과는 얼굴보지 않는다. 그들을 비판하지 않는다. 그들을 돕지도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자기 자신의 운명을 선택했다. 그들은 이제 힘을 길러서 스스로 다수파가 되었다고 믿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그동안 소수파 노릇 힘들었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들은 조직의 귀재 정동영을 따라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앞길을 헤쳐나가는 것이 맞다. 둘째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정한 우리의 정당을 건설한다. 사실이지 우리당은 창당 당시부터 정동영의 인기에 편승한 것이다. 노인발언이 있기 전 정동영의 인기는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정동영의 인기가 없었다면 우리당은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동영으로 인하여 만들어진 당에서 끝내 정동영이 대선후보로 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동영이 제 몫을 찾아갔으니 서로간에 계산은 끝난 거다. 정동영은 불법과 비리에도 불구하고 그 비리를 물타기 하고도 남을 만큼 여유있게 표차를 벌려 정통성 있는 신당의 후보가 되었다. 이해찬과 유시민, 한명숙, 강금실은 그 정동영의 정통성을 보증서 주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정동영이 거기서 더 뭔가를 바란다면 염치없는 일이다. 각자의 길을 가는 거다. 우리와는 애초에 맞지 않았다. 반한나라면 다 된다? 그런 식으로 사고한다면 참으로 인생 편하게 사는 사람이라 하겠다. 사실이지 편리한 뇌구조를 가진 사람들 많다. 광주? 싹쓸어 버리면 된다 518. 이라크? 싹 죽여버리면 된다 조지 부시. 전과자는 삼청교육대 보내면 되고 노숙자는 형제복지원에 가두면 되고. 그래서 일 벌어지면? 책임전가 하면 된다. 잘못된건 다 김정일탓이다 조갑제. 김정일이 더 나쁘기 때문에 무슨 뻘짓을 해도 정당화 된다는 식이다. 한나라당이 더 나쁘기 때문에 정동영은 무슨 짓을 해도 정당화 된다는 식이라면 참 인생 편하게 사는 거다. 인간이 그렇게 살면 안 된다. 한나라당과 짝퉁 한나라당의 싸움이 되어버렸다. 짝퉁이 오리지날을 이기지 못하는 법이라 했으니 짝퉁 한나라당이 진짜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이번 대선으로 얻을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한나라당을 하려면 어물어물 정동영스럽게 해서는 안 되고 싹슬이 전두환, 물도저 노태우, 공구리 이명박처럼 뻔뻔하게 해야한다는 교훈이겠다. 씁쓸할 뿐이다. 분통 터뜨리기는 이 정도로 끝내고 역사 앞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하자. 남 탓할 거 없다. 답은 우리 내부에 있다. 경선이든 대선이든 패인은 단 하나다. 한나라당이 독점하고 있는 경상도를 둘로 쪼개지 못해서 진 것이다. 영남에서 지역주의의 건재가 호남에서의 지역주의를 부추긴 것이다. 영남의 지역주의를 먼저 깨뜨리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 이해찬으로는 경상도를 쪼갤 수 없다. 유시민으로도 지금은 약하다. 어쨌거나 경상도를 쪼갤 수 있는 후보를 키워야 한다. 100년이 걸리더라도. 경상도에서 최소 4할을 잘라줄 후보와 세력이 있어야 우리가 주도적으로 판을 짤 수 있다. 그렇다면? 대선은 끝난 이야기고 총선에서 경상도 지역에 최소한의 교두보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혁당을 재건해야 한다. 물론 개혁당을 재건한다고 해서 바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길이 없지 않은가. 내가 이 바닥을 기웃거리는 이유는 단 하나다. 사람이 좋기 때문이다. 누구를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진정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기 위해서다. 우리에겐 좋은 사람을 좋아할 권리가 있다. 좋은 사람이 있는데도 나쁜 사람을 따를 이유는 없다. 우리의 길을 가는 것이 맞다. 그것은 승리지향의 사회가 아니라 가치지향의 사회다. 인간을 길들이고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사회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였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