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우리가 써먹기 나름이다. 어느 분야든 한 분야의 수장이 되는 최고 책임자는 일을 잘했는지 잘못했는지는 따지지 않고 무조건 결과에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이는 일처리를 잘했는데도 여론이 나쁘면 희생될 수 있다는 뜻이며 반대로 일을 못했어도 여론이 좋거나 처세술이 좋으면 장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박근혜가 총리잔혹사를 쓰던 시절 정홍원 총리가 그런 경우다. 진작에 짤렸어야 할 허수아비지만 제대로 된 후임자를 구하지 못해서 계속 총리를 해야만 했다. 아직 윤석열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을 만한 기간이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물론 사건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볼 수도 있다.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지는 최종보스이고 검찰총장이나 장관은 실무자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 분야로 좁혀서 보면 검찰총장이 검찰조직의 최종보스다. 검찰이 문제를 일으켰다면 총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임명된지 겨우 한 달 보름 된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사건이 기와 승과 전을 거쳐 결까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대통령의 개혁의지에 맞추어 만회할 기간이 남아있다. 중요한 것은 선거로 확인된 국민의 요구에 검찰이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며, 대통령의 정책방향을 거부하고 삐딱선을 타는 행동은 선거제도 능멸이라는 점이다. 대통령 지시에 반대의견을 낼 수는 있어도 거부할 권리는 없다. 대통령에게 항명한다면 민주주의에 대한 도발이자 검찰발 쿠데타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는 그런 사람을 임명한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이므로 아직은 대통령의 책임이다. 선거로 확인된 국민의 요구는 검찰개혁이다. 윤석열이 이 과업을 해내지 못하면 짤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지금 단계에서 윤석열이 그 임무를 해냈다 못 했다고 말할 수 없다. 윤석열도 조직장악을 위해 뭐든 해야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윤석열이 조직장악을 시도할 기회는 줘야 한다. 그래서 윤석열은 변명할 수 있다. 검찰조직 내 분위기가 그래서 혹은 검찰조직을 장악하려면 부하들의 건의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춰야 하므로 어쩔 수 없다고 둘러댈 수 있다. 물론 이 기간이 오래 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단계에서는 우리쪽도 윤석열 일당의 뻣뻣한 태도를 이용해먹을수 있는 점이다. 윤석열이 자기편이라 믿는 자한당을 희망고문으로 말려 죽일 수 있고 윤석열이 겁대가리 없이 자기 상관을 쳤으니 이제는 자한당을 매우 쳐서 균형잡힌 연출을 과시하도록 하는 용도에 써먹을 수도 있다. 윤석열은 아직 뒷맛이 남아있다. 아마가 아닌 프로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거다. 아군 적군 안 가리고 닥치는 대로 수사한다는 윤석열의 강골 이미지가 국민의 균형감각 입장에서 좋게 보일 수 있다. 윤석열은 활용하기 나름이며 써먹지 못한다면 프로가 아니며 결국 우리 진영의 기량에 달려있다. 싸우고 또 싸워서 계속 이겨나가는 수밖에. 일단은 우리가 이겼다. 금태섭 하나 빼고 단결된 모양새를 갖추었고 이 점은 국민에게 신뢰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인상을 준다. 국민이 진보를 불신하는 이유는 권력을 줘봤자 자기네들끼리 서로 총질하다가 자멸할 집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분열로 망한다는 진보가 분열주의를 극복하고 통합되면 무섭다. |
"윤석열은 활용하기 나름이며 써먹지 못한다면 프로가 아니며 결국 우리 진영의 기량에 달려있다."
동감입니다.
안고가야죠. 아주 칼부림 제대로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