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매도 재개로 주식시장이 시끄럽다고 하는데, 과연 공매도가 뭔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한국에 있는지가 의문이다. 내가 어떤 것을 쉽게 설명하려는 이유가 있다. 상대를 알면 만만해지고, 만만해지면 다음 스테이지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뭐 당연한가? 인간은 대상을 만만하게 느낄 때와 아닐 때의 태도가 다르다. 뭔지 모르면 숭배하고 알면 지배한다. 모르면 경험에 의해 행동하고 알면 이론에 의해 예측한다. 뭐가 더 낫겠냐고.
이 문장을 읽고 공매도가 뭔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물론 "이해"의 의미가 다르다. 나무위키를 작성한 사람은 자기가 공매도를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썼을 테니깐. 학교다닐 때 선생님한테 뭔가를 물어보면 저런식으로 줄줄이 잘 읊어주는 분이 있었다. "그래서 그게 뭔데요?" 하고 물으면 같은 말이 반복된다. 둘 사이에 어색한 기운이 흐른다. 멸망이다.
돈을 미리 빌리고 그걸 나중에 다시 갚고부터 말하면 망하는 것이다. 이게 뭔 개소리야. 매도후매수라니 이해가 불가능이다. 살면서 매도후매수 해봤냐고. 자고로 설명은 상대가 경험한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런 개소리 말고, 대신 모든 거래의 원리는 같지만 공매도는 상승이 아닌 하락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다르다고, 즉 공통점과 차이점을 함께 말해줘야 한다.
모든 거래는 그 원리가 같다. 이들 사이에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것은 미래를 맞추는 것이다. 경마장에서 1번말에 돈을 걸듯이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에 돈을 건다. 그뿐이다. 모든 거래는 같은 원리를 공유한다. "더 많이 아는 놈이 더 예측을 잘하고, 더 예측을 잘하는 놈이 더 싸게 사고, 더 싸게 사는 놈이 더 많이 번다."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매도도 같다. 미래의 가격을 예측하면 돈을 벌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왜 저런 설명이 나왔을까? 공매도는 일종의 담보를 걸기 때문이다. 담보를 거는 것을 두고 미리 매도한다고 표현하였다. 이는 도박이라면 판돈을 올리는 것과 같다. 근데 이렇게 보면 일반적인 거래도 담보를 거는 것은 같다. 어쨌거나 내 돈이 거래소로 들어가는 건 같잖아. 다만 일반거래는 집어넣은 돈만 날리고, 공매도는 그것 이상으로 날릴 수 있다는 게 다르다. 공매도의 실패인 주가 상승은 끝이 없으니깐.
거래와 도박에서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과정이 있어야 예측에 의미가 서기 때문이다. 경마를 해도 말이 뛰는 과정이 있고 섯다를 해도 "난 이번 판 안 보고 겁니다"라는 허풍의 과정이 있고, 주식시장에도 코로나와 전쟁의 과정이 있다. 선수들은 서로 상대의 패를 읽고 과정에 따른 미래를 추론하려고 머리를 쓴다. 그리고 그게 겜블링으로 나타난다. 밀당으로 상대를 떠보는 과정이 반드시 있다.
흔히들 공매도는 돈을 걸되 주가가 내려간 만큼 추가적으로 돈을 지급하겠다고 하므로 손실이 매우 커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근데 일반적인 거래도 손실이 매우 커질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팔지 못한 재고는 주식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단지 공매도라서 더 위험한 게 아니라 인간들이 이해를 못해서 겁을 먹는다.
듣는 사람이 헷갈리므로 뭔가 대단한 게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알고나면 간단하다. 그냥 2번마(주식하강)에 걸되 뒷주자와 차이난만큼(떨어진만큼) 먹는다. 쉽잖아. 한국에서 세력만 공매도에 허용하는 것은 아직 한국에서는 세력만 공매도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개인들은 그게 뭔지도 모르잖아. 코인하는 사람치고 코인이 뭔지 이해하는 사람이 없듯이.
많은 사람들이 공매도를 이해할 정도가 되면 시장이 커진다. 독일에서 아우토반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는 이유는 독일의 자동차 역사가 길기 때문이다. 한국은 독일 역사의 반도 안 된다. 한국인은 차와 도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무려 독일인은 아우토반에서 직진차가 끼어드는 차를 위해 비켜준다고 하는데, 한국인은 직진차가 우선권을 가진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독일인이 더 똑똑해서가 아니라 독일에서 자동차의 역사가 오래되어 시장이 크고 구성원의 이해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이 공매도를 허용하는 이유나 독일의 아우토반이 속도를 무제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규제를 하는 이유는 시장이 작아 선수들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인의 수준은 높지 않다는 게 주식과 자동차의 공통점이다. 후진국이 관세를 걸거나 중국이 금융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것도 같다. 어린아이를 교육없이 집밖으로 내놓기가 겁나잖아.
법규만 지키면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운전 초보다. 어떤 분야든 성숙하면 성문법보다 불문법이 중요시된다. 불문법이 더 중요하다고 하여 성문법이 무시된다는 게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약속으로 더 높은 질서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몽둥이 보다는 글자, 글자 보다는 약속이다.
만약 어떤 인간이 성문법에 최고의 가치를 둔다면 그 새끼는 눈치가 없는 것이다. 중딩이다. 사회경험이 없으므로 책에 적힌 FM만 추구한다. 군대에서 경험없는 중위들이 보통 이렇다. 무조건 법대로 하겠단다. 그러다가 병사들한테 패싱을 당하는 것이다. 이번 공매도 소요가 끝나고 나면 드디어 한국도 공매도를 허용할 수 있게될 것이다. 충분히 유명해졌으니께.
공매도가 만만해졌다면 시장에 대해 그것이 순기능을 가지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런건 조절로 보아야 한다. 시장이 하향세라면 공매도를 닫고 지나친 상향세라면 허용해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균형자다. 시장을 건전하게 유지하고자 금리를 조정하듯이 공매도 또한 조절해야 한다. 일반적인 주식 거래가 악셀이므로 때로는 공매도라는 브레이크도 밟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냥 판돈을 올려놓고 베팅을 하는 것은 일반매매나 공매도나 같습니다. 베팅의 방향과 판돈의 범위가 좀 다를 뿐이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일반매매는 주식이 오르는 것에 베팅을 하는 것이고, 공매도는 주식이 내리는 것에 베팅을 하는 것입니다. 이게 끝이에요. 더 없어요. 그냥 거래의 한 종류라니깐요.
일반매매는 돈으로 주식을 사고 팔지만 공매도는 주식으로 돈을 사고 판다? 이게 말이 안 되는 말입니다. 사고판다는 말 속에 돈이 전제된 것입니다. 사실이지 주식과 돈은 계층이 다른데 둘을 동급으로 두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문제입니다. 대개 나무위키류의 설명이 이런 점에서 문제가 많죠. 동급이 아닌데 동급이라고 박박 우기니 듣는 사람이 헷갈려.
제가 이런 글을 쓴 것은 글자에 현혹되지 말자는 취지에 의한 것입니다. 공매도? 없는 걸 판다? 이건 언어불성립입니다. 이걸 말이 되게 하려고 하니 마이너스 거래니 어쩌니 개소리. 공기도 비슷한데, 사실 공기는 공기가 아닙니다. 비어있는 기운이라니. 공기에 뭐가 있는 지 모르던 시절에 공기라는 말이 만들어진거겠죠.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라 거기에 산소니 질소니 해서 뭐 많아요.
암흑물질? 인간이 보기에 검은데, 사실 물질이라는 표현도 부적절. 공기와 비슷한 발견인데, 거기에 뭐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추측하여 굳이 "물질"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죠. 암흑물질은 한번도 관측된 적이 없습니다. 사실 블랙홀도 인간이 말하는 모습은 없죠. 말그대로 블랙인데 게다가 구멍이잖아요. 그림자에 이름을 붙인다고 그게 있는 건 아니에요. 구멍에는 구멍이 없어요. 없는 걸 구멍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구멍이 진짜로 있는줄 안다니깐요.
공매도라는 명칭도 비슷합니다.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 대강 지은 이름입니다. 차라리 공매매라고 지었으면 좀 나았을랑가. 한때 비트코인이 화폐의 미래라고 떠들고 다니던 때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비잔틴장군문제 어쩌고 하면서 그 알고리즘의 특수성을 떠벌렸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뭡니까? 그냥 자산의 한 종류잖아요. 공매도도 그런 식입니다. 그냥 투자나 거래 방법의 하나일뿐입니다.
비트코인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환상에 빠져 그 쓸모에 대해 역설하다가 개털이 되는 것처럼, 공매도도 그 신비로움에 매혹된 사람들이 투기를 하다가 개털이 됩니다. 대상에서 설명을 찾지 말고, 대상의 맥락, 이 경우엔 사람이 대상을 다루는 태도에서 설명을 찾아야 바른 설명이 나옵니다. 바깥에서 안으로 설명을 해야 바르다는 거죠. 안에서 밖으로 설명이 나가면 중구난방 개판이 됩니다.
인간이 공매도를 거래의 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게 칼라가 무지개건 똥색이건 엉덩이에서 나왔으면 무조건 똥이라는 말이에요. 대상이 아니라 맥락에서 보라는 말이나 결과가 아니라 원인으로 말하라는 말이나 다 같은 겁니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재차 설명하는 것은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좀 더 부연하자면
1) 돈에 비해 주식이 상대적 가치가 오를 거 같으면 (돈 가치 < 주식 가치) 돈을 팔아서 주식을 산다. --> 롱. 다만 무일푼으로 시작한다고 보면 시장 이자율로 돈을 빌려(대출) 주식을 산다.
2) 주식에 비해 돈의 상대적 가치가 오를 거 같으면 (주식 가치 < 돈 가치) 주식을 팔아서 돈을 산다. --> 숏/공매도. 마찬가지로 무일푼을 가정하면 주식을 빌려 (대주) 돈을 산다 (주식을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