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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537 vote 0 2024.06.13 (10:49:04)

https://www.youtube.com/watch?v=BPJKF7QdwME


    한국인의 특징으로 정과 한恨을 거론하는게 보통이다. 정을 뒤집으면 한이다. 합치면 정한情恨이다. 한은 스트레스다. 정은 스트레스를 안 받는 행동이다. 자기 영역을 확실히 장악하면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 시골사람은 정이 많다. 시골을 확실히 장악한다.  


    정은 뜻 정인데 무슨 뜻이 있다는 거야? 한국인들은 정이라는 말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 정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상대방에 의존하는 마음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부모도 자녀들에게 의존한다. 자녀를 거느리면서 세력의 힘을 느끼고 그 세력에 의존한다.

 

    정은 포괄적인 의미의 사랑에 속하지만 의존이 아니라 장악이다. 사랑이 세력본능이라면 정은 영역본능이다. 인간은 무리에 의존하면서 호르몬에 의해 편안해지고 영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영역이 공간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의사결정구조가 영역이다. 


    정은 자기 영역, 자기 나와바리, 자기 의사결정구조 안에 들어온 타인에 대해 익숙한 사람 취급을 하고 익숙한 행동을 하면서 타인을 타인취급 하지 않는 마음이다. 타인을 타인취급 하고 경계할 때의 불편함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이다. 타인이면 대가를 줘야 한다. 


    예의와 평판과 명성에 신경을 써야 하고 서열을 따지고 계급을 따지고 신분을 따지고 갑을을 따져야 한다. 갑을놀이에 빠진 한국인들은 매우 피곤해지는 것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말이 있다. 타인을 철저하게 타인으로 취급하겠다는 말이다. 배려하지 않는다.


    인정사정 보지 않으면 타인을 신경 쓸 이유가 없고 책임질 필요도 없다. 투입되는 심리적 에너지가 0이다. 반대로 인정사정 봐주면 많은 심리적 에너지가 들어간다. 나중에 혹시 뒤통수 맞지 않을까? 도와주면 나를 하인으로 착각하고 또 도와달라 하는게 아닐까? 


    내가 팁을 뜯으려고 호의를 보인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매우 피곤해지는 것이다. 호의를 보이는 시골사람 경계하라. 도와주는 척하며 감시하고 내 약점을 뒤지고 구실을 만들어 돈을 뜯어간다. 어떤 일본 소설에서 본 대목이다. 친절한 시골사람이 뒤통수 친다.


    한국인 중에는 정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한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사람이 없다. 생각 좀 하고 살자. 정은 심리적 에너지다. 피아구분을 하면 피곤하므로 피가 아니라 아라고 생각한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내 영역에 들어오면 내 가족이다.


    그게 심리적 에너지를 절약한다. 말하자면 자동차에 시동이 걸린 상태다. 관성력이 작동하는 상태다. 타인을 만날 때마다 마음의 시동을 껐다가 켰다가 하면 기름이 낭비된다. 미리 발동을 걸어놓으면 효율적이다. 외국에서는 길을 갈 때 주변을 잘 살펴봐야 한다.


    집시들이 지갑을 들고 튀기 때문이다. 호의를 꺼야 한다. 오지랖을 부리다가 도둑취급을 당한다. 피곤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기 영역을 확실히 장악해야 한다. 외국인은 타인을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하는데 한국은 내 영역에 들어온 이상 편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 며느리는 더 불편해진다. 시어머니 - 내 영역에 들어온 며느리는 내 자식과 같다. 며느리 - 엥? 정은 영역을 확실히 장악하고 타인을 가족처럼 편하게 대하는 것이다. 그게 본인은 편한데 다른 사람은 불편해진다. 정이라면서 멋대로 덤을 집어간다.


    정이 든다는 말은 심리적 에너지가 누적된다는 말이다. 정을 뗀다는 말은 심리적 에너지를 단절한다는 말이다. 단절하면 심리적 관성력이 0이다. 정이 들면 심리적 관성력이 100이다. 관성력이 높아지면 죽이 잘 맞는 친구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행동을 하게 된다. 


    심리적 에너지 관리 비용을 줄인다. 스마트폰은 24시간 켜져 있다. 데스크탑은 매일 새로 켜야 한다. 끄고 켜는데 의사결정비용이 든다. 스마트폰은 심리적 비용을 줄인다. 정은 24시간 켜놓고 있으므로 의사결정비용을 줄인다. 그러다가 잘못되면 한이 쌓인다.


    24시간 스마트폰 켜놓고 사용하지 않으면 배터리만 닳는다. 정의 반대는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는 심리적 에너지가 고갈이며 영역을 장악하지 못한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이다. 뭐든 하려면 가로막는 심리적 장벽을 극복하는 기운이 필요하게 된다.


    정을 끊으면 한도 없다. 인간은 세력동물이면서 영역동물이다. 세력행동은 사랑으로 나타나고 영역행동은 정으로 나타난다. 외부인을 경계하며 접촉을 거부하거나 이미 접촉했다면 가족처럼 대하는게 정이다. 오지랖 넓게 정을 주었다가 뒤통수 맞으면 한이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므로 은근한 정이 있고 개는 세력동물이므로 요란한 사랑이 있다. 호르몬이 결정한다.



[레벨:11]큰바위

2024.06.13 (16:40:42)

제가 만난 사람 중에 정한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동렬님이 두 번째. 
첫 번째는 한국의 한을 설명할 때, 원한怨恨만 설명하지 말고 정한情恨을 설명해야 한다고 했던 고등학교 선배님 한분이었고
두 번째로 이번 글에서 정한情恨을 잘풀어 설명해 주셨습니다.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는 단어인데 사람들이 정 따로 한 따로 설명하다보니 정한情恨이라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설명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수피아

2024.06.16 (02:10:46)

인간은 고양이와 개가 적절히 섞여있는 동물이군요! 고양이의 '은근한 정'이라는 표현이 새롭게 와닿고요. 개의 '요란한 사랑' 이라는 대목에서는 빵 터졌네요. 앞으로 개들의 애교를 보면 "고놈 참 요란하네"라고 허허 웃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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