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427 vote 0 2023.06.11 (23:54:09)

    수도꼭지를 틀어막으면 수압이 강해진다. 2를 1로 줄이는게 힘이다. 면적을 줄였더니 압력이 강해졌다. 선택지를 줄였더니 권력이 강해졌다. 


    벽을 등지고 앞을 바라보면 걱정이 없다. 두 방향에서 오던 적군이 한 방향으로 좁혀졌다. 공간을 좁히는 것이 힘이다. 신은 힘이다. 신은 내 역할을 좁힌다. 


    나를 이끌어 여기까지 도달하게 한 것은 등 뒤의 벽이다. 내가 앞으로 가야 할 일은 눈앞에 펼쳐져 있다. 신을 믿는다는 것은 내가 여기까지 도달한 것은 우연히 흘러든 것이 아니라 필연의 거대한 힘에 등을 떠밀려 온 것임을 아는 것이다.


    나는 바둑의 포석처럼, 장기의 행마처럼 임무를 부여받고 여기에 포진해 있다. 내가 잘못한다면 나를 잘못 배치한 신의 책임이다. 


    인간이 기도하는 것은 신의 벽을 등지고 서서 앞으로 갈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신은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으로 하여금 임무의 실천을 약속하게 하는 존재다. 


    신은 힘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가진 힘을 깨닫게 하는 존재다. 인간은 신의 은총 덕분이 아니라 자신의 약속 때문에 강해진다. 


    빅뱅에서 출발하여 은하계와 태양계를 거쳐 역사와 문명을 거쳐 지금 여기에 와 있다는 사실이 내 등 뒤의 벽이다. 그렇다면 내가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명백하다. 온 길을 알면 갈 길을 안다. 벽을 등졌으면 앞으로 발을 내디뎌야 한다. 


    인간은 운명에 등을 떠밀리고 수렁에 빠지고 코너에 몰리고 선택지를 빼앗긴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든든한 벽으로 삼아 한 걸음 더 내디뎌야 한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가야 할 길은 가게 된다.


[레벨:12]청풍녹수

2023.06.12 (12:52:06)

프로필 이미지 [레벨:7]SimplyRed

2023.06.12 (23:51:32)

우리도 결국은 근본으로부터 흘러온 에너지의 일시적인 모습... 

에너지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 더 이상하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39892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30041
5513 소인배의 권력행동과 페미니즘 1 김동렬 2022-10-01 3402
5512 말 나온 김에 청와대 옮기자. 2 김동렬 2022-03-21 3403
5511 윤석열의 비밀, 김건희의 진실 1 김동렬 2022-09-30 3404
5510 신은 누구인가? 1 김동렬 2020-01-17 3406
5509 고통은 권력의지 때문이다. 김동렬 2021-03-09 3406
5508 범죄자의 심리 김동렬 2021-03-23 3410
5507 조국과 곽상도의 공정 2 김동렬 2021-09-30 3410
5506 독립군 이재명 친일파 윤석열 김동렬 2021-11-13 3410
5505 마이클 샌델의 정의는 없다 김동렬 2020-11-27 3412
5504 석가탄신일에 2 김동렬 2020-04-30 3413
5503 대구로 간 윤석열 김동렬 2021-03-03 3416
5502 명낙대전은 이재명에 유리한 싸움 김동렬 2021-08-16 3417
5501 구조가 5인 이유 image 1 김동렬 2019-07-02 3418
5500 게임의 세계관 image 김동렬 2023-06-18 3420
5499 조선일보와 윤석열의 막장극 김동렬 2024-02-14 3420
5498 강형욱 양원보 통일교 내전? 4 김동렬 2024-05-27 3421
5497 자본주의는 욕망의 봉건주의다 4 김동렬 2020-02-06 3422
5496 구조의 눈 김동렬 2022-09-08 3423
5495 윤석열의 오서방 정치 1 김동렬 2022-07-18 3424
5494 방향성의 이해 1 김동렬 2020-02-22 3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