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나라당이 30대 얼짱 후보를 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서 쓴 웃음을 지은 일이 있다. 막말로.. 우리당이 서태지를 영입하면 과연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날까? 20대 유권자들이 투표해 줄까? 천만에!
20대 후보로 20대 유권자를 잡겠다는 발상은, 여성후보를 내면 여성들의 표가 몰릴 거라는 발상과 같은 단세포적인 사고이다. 여성표를 얻으려면 정동영을 내세워야 하고, 남성표를 얻으려면 강금실을 내세워야 한다.
정치는 항상 역으로 간다. 역설이다. 또한 밑줄 쫙이다.
우리당도 윤선희씨를 비롯해 20대 후보들이 있지만, 젊은 표 획득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홍보효과가 있다. 일단은 신문보도를 타게 되니까. 4, 50대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데도 도움이 된다.
하여간 기대한 것에 비해서는 효과가 저조하다.
정치는 제휴이다. 제휴는 전략이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정치적 제휴를 통해 획득하려고 한다. 이는 젊은 연인들이 배우자를 고르는
심리와 비슷하다. 20대 젊은 유권자들은 듬직한 40대 후보를 좋아한다. 30대 유권자들은
50대 후보를 좋아한다.
20대 유권자들은 20대 후보에 질투심을 느낀다. 다른 세대의 후보에 투표한다. 20대 유권자들에게 있어 20대 후보는 잠재적인 경쟁자이다. 라이벌이다. 자신의 라이벌을 지도자로 모시고 싶은 20대는 없다.
386 정치인을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386 유권자들이다.
생각하라! 같은 시대에 나서, 같이 학교를 다니면서 그 인간의 됨됨이를 알고 있는데.. 온갖 치사빤스한 구석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데.. 문득 자기 머리 꼭지 위로 올라가서 염병을 하는 김민새를 어느 386이 좋아하겠는가?
심리는 미묘하다. 강금실을 좋아하는 유권자는 30대 남성이다. 여성의 정계진출에 대한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강금실을 지지하는 것으로 면피하려는 심리가 있다. (난 강금실을 지지하므로 마초 아니다. 히힛 <- 이런 얄팍한 심리)
제휴에는 제휴의 공식이 있다
같은 세대 뿐 아니라 바로 앞의 선배세대도
싫어한다. 20대 유권자는 30대 후보를 싫어한다. 똥차가 앞에서 길을 막고 있으니
절단이다. 4, 50대들 보다 2, 30대가 DJ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2, 30대
입장에서 DJ는 앞에서 길을 막는 걸림돌이 아니다.
여기서 제휴의 공식은.. 2, 30대의 젊은 세대와 6, 70대의 DJ세대가 중간에 낀 4, 50대를 협공하여 압살해버리는 것이다. 이 경우 4, 50대는 잃어버린 세대가 된다. 물론 이 공식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서는 안된다. 대선과 총선은 다르기 때문이다.
하여간 어떤 세대이든, 자기네 보다 10살 정도 위의 세대를 싫어한다. 윗세대의 존재사실 그 자체가 스트레스다. 똥차가 앞길을 막고 있는 것이다.
● 20대 : 40대와 제휴하여 30대를 협살한다.
● 30대 : 50대와 제휴하여
40대를 협공한다.
● 40대 : 60대와 제휴하여 50대를 협공한다.
4, 50대가 이회창을 좋아하고 노무현을 싫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2, 30대가 노무현과 정동영을 좋아하는 것도 이유가 있다.
물론 이 심리라는 것은 하나의 흐름에 불과하다. 기계적으로 적용해서 안된다. 또 이미지가 작용하기 때문에 실제 나이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규칙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알고 있어야 오판을 방지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맛탱이가 간 진짜이유
한나라당의 문제는 구조적이다.
우리당의 인기비결은 2, 30대 유권자와 노무현, 정동영 등 50대 지도자의 전략적
제휴의 성공에 있다. 두 세대 간의 마찰은 없다. 한나라당은 주된 지지층은 조중동을
보는 4, 50대이다. 4, 50대는 6, 70대와 제휴하거나 2, 30대와 제휴한다.
한나라당은 구조적으로 6, 70대가 아니면 2, 30대 지도자를 배출해야 한다. 6, 70대는 늙었고 2, 30대는 어리다. 연부역강한 50대 지도자감이 한나라당엔 없다. 사실은 이회창이 딱인데 실패하고 말았다.
물론 손학규, 이명박 등 50대 인물이 있기는 있다. 워낙 떼거리가 많으니 지도자감도 많은 것이다. 문제는 4, 50대가 중핵인 한나라당은 구조적으로 50대 리더가 뜰 수 없다는 데 있다. 386이 386을 싫어하듯이, 한나라당의 중핵인 50대는 50대 지도자를 싫어한다.
이문열, 전여옥들이 특히 노무현을 싫어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같은 세대, 같은 또래집단에 속하기 때문에 더더욱 싫은 것이다. 자신과 같은 계급의 인물이 자기네 머리 꼭지 위로 기어오르는 꼴을 못봐주겠다는 거다.
한나라당이 잠시라도 수명을 연장하는 길은 둘 밖에 없다. 하나는 곧 죽어도 창을 복귀시켜 6, 70대 지도부로 가는 길이다. 둘은 2, 30대 얼짱을 키워 30년 후를 대비하는 일이다. 최병렬이 20대인 이효리를 영입하려 한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니다.
이렇듯 정치에도 궁합이 있다. 상생이 있고 상극이 있다. 조중동에 세뇌된 4, 50대 중심의 한나라당은 곧 죽어도 6, 70대와 짝을 지어야 한다. 시대로부터 버림받는 길이 되겠지만 잠시나마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만약 한나라당이 연부역강한 50대 인물을 내세운다면? 노무현을 죽도록 싫어하는 그들이다. 누가 그들의 리더가 되더라도 그들이 지금 노무현 대접하는 방식으로, 그 지도자를 대접할 것이다. 그 결과는? 콩가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