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5151 vote 0 2008.09.30 (23:34:10)

 

구조론은 세상을 해석하는 경로다. 우편물을 배달하려면 주소체계가 필요하고, 웹을 해석하려면 웹브라우저가 필요하고, 자료를 전송받으려면 압축프로그램이 필요하듯이, 세상을 해석하려면 구조론이 필요하다.

###

구조론은 복잡한 것을 단순화 시킨다. 점≫선≫각≫입체≫밀도의 순으로 공간을 압축하고, 사실≫의미≫가치≫개념≫원리의 순으로 정보를 압축하고, 량≫운동≫힘≫입자≫질의 순서로 물질을 압축한다.

많은 웹사이트를 ‘www’ 주소체계 하나로 통일하듯이, 많은 메모를 작은 수첩 하나에 전부 기록하듯이, 소지품을 가방 속에 차곡차곡 집어넣듯이, 구조론은 흩어져 있는 것을 정리하여 한 번에 운반하게 한다.

보통은 열거형으로 나열한다. 그러므로 복잡하다. 감당하기 어렵다. 자유자재로 다루지 못한다. 구조론은 흩어져 있는 것을 모아서 선으로 정렬하고, 각으로 압축하고, 입체적인 모형으로 구축해 들어간다.

처음부터 끝 까지 한 줄에 꿰어낸다. 안으로는 차곡차곡 정리하여 전모를 볼 수 있게 하고, 바깥으로는 문을 내고 길을 열어 소통하게 한다. 한 번의 조작으로 계 전체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게 한다.

세상은 관계다. 가까운 관계와 먼 관계가 있다. 관계의 멀고 가까움에 따라 단계적으로 압축할 수 있다. 사실을 의미 속에 넣고, 의미를 가치 속에 넣고, 가치를 개념 속에 넣고, 개념을 원리 속에 담아낼 수 있다.

그렇게 압축되지 않고, 단순화 되지 않고, 흩어져 있거나 나열되어 있으면 운반할 수 없다. 통제할 수 없다. 움직일 수도 없고 변화할 수도 없다. 외부 세계와 관계를 맺을 수 없다. 그러므로 발전할 수 없다.

구조론은 분류하고, 압축하고, 정리하고, 편집하고, 단순화 하는 체계다. 시간적 우선순위와 공간적 접근경로에 따라 압축한다. 압축된 상태로 전달한다. 그리고 필요한 때 그 압축을 풀어 사용하게 한다.

일이 진행되는 일 사이클의 전개에 따라 입력≫저장≫제어≫연산≫출력의 순으로 정리한다. 사건의 진행은 원인≫작용≫판정≫반작용≫결과로 정리하고, 사유의 발전은 과학≫철학≫사상≫이념≫미학으로 정리한다.

구조론은 서랍과 같다. 정보는 파일에 담고, 파일은 폴더에 담고, 폴더는 프로그램에 담고, 프로그램은 OS에 설치하듯이 차례차례 담아낸다. 구조론의 서랍에 담는 과정은 복잡해 보이지만 실로 단순하다.

흩어진 물건을 차곡차곡 정리할수록 방은 점점 깨끗해진다. 구조론 서랍을 사용할수록 세상은 더 단순화 된다. 간편해지고 명쾌해진다. 완전히 정리되었을 때 지극한 아름다움에 이른다. 거기서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

아기가 엄마품을 찾아 안기듯이, 노동자가 하루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듯이 푸근함이 그 가운데에 있다. 에너지의 순환이 있고 잉여의 창출이 있다.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고 위대한 낳음이 있다. 깨달음의 세계다.

www.drkimz.com.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43336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33573
1961 조국의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image 김동렬 2020-09-15 3729
1960 세상은 대칭으로 이루어져 있다 1 김동렬 2020-09-16 2956
1959 대칭에서 비대칭으로 도약하라 김동렬 2020-09-17 2988
1958 바보야! 답은 재용이다. 김동렬 2020-09-18 3274
1957 오인혜의 죽음과 대심문관의 입장 김동렬 2020-09-18 4154
1956 논객행동 이재명 김동렬 2020-09-20 3200
1955 서민, 안철수, 진중권 귀족의 심리 김동렬 2020-09-20 3692
1954 유일한 믿을 구석은 추론뿐 1 김동렬 2020-09-21 5218
1953 국힘당 지지율의 하락 김동렬 2020-09-21 3887
1952 언어가 존재에 앞선다 3 김동렬 2020-09-22 4496
1951 사람을 바꾸는 2초간의 전율 1 김동렬 2020-09-23 3527
1950 언어는 연결되고 과학은 재현된다 김동렬 2020-09-23 2910
1949 구조주의와 구조론 김동렬 2020-09-24 3727
1948 우주는 음의 피드백이다 1 김동렬 2020-09-25 3496
1947 누난 네가 왜 화났는지 알아. 3 김동렬 2020-09-28 3835
1946 공무원 월선사건 정리 김동렬 2020-09-28 4074
1945 박근혜=문재인, 조국=최순실, 세월호=월북자 1 김동렬 2020-09-29 3376
1944 껍질이 알맹이다 1 김동렬 2020-09-29 3063
1943 조응천 박용진 금태섭의 화병 김동렬 2020-09-30 3591
1942 세상은 구조다. 1 김동렬 2020-09-30 3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