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791 vote 0 2021.10.09 (09:33:09)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쉽게 공간, 시간, 물질 따위를 떠올릴 수 있다. 공간과 시간에 대해서는 정체가 뭔지 잘 모르겠고 보통은 물질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물질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원자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집합이 뭐지? 그건 수학자에게나 물어보셔. 피곤하다. 


    생물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세포의 집합이라고 하면 된다. 그럼 생명은 뭐지? 세포는 공간 속의 존재다. 시간 속의 생명활동은? DNA는 또 뭐야? 컴퓨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되어 있다. 하드웨어가 세포라면 소프트웨어는 생명이다. 물질이 하드웨어라면 물질의 소프트웨어는 뭐지? 시간과 공간은 뭐지? 시간과 공간은 그냥 존재할 뿐 특별히 하는게 없는데? 물질의 집합이라고는 하는데 집합은 뭐지? 우리는 기본적인 의문에 합당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바둑은 바둑판과 바둑알 그리고 기보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고수들은 바둑판과 바둑알이 없이도 둔다. 바둑은 대국자의 마음 속에 있다. 바둑알과 바둑판은 확인을 위한 약속이다. 과학자가 투명한 염색체에 염색약을 뿌려 보이게 하듯이 투명한 마음에 잉크를 뿌려서 색깔을 입힌 것이다.


    모든 것의 출발점 찾기다. 우리는 기본적인 것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해야 한다. 물질이 원자의 집합이라는 말은 얼버무린 말이다. 원자는 양자역학에 깨졌고 집합과 시간과 공간의 관계는 아리송하다. 누가 물질을 집합시켰지? 생물이 세포와 생명으로 이루어지고, 바둑이 바둑판과 대국으로 이루어지고, 컴퓨터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이루어지듯이 물질이라는 하드웨어와 짝이 맞는 소프트웨어로서의 무엇이 나와야 한다.


    뭔가 근본적으로 틀어져 있다. 애초에 보는 방법이 잘못되었다. 세상은 사물이 아닌 사건이다. 사물은 일방작용이고 사건은 상호작용이다. 일방작용의 관점으로 보면 항상 뭔가 둘로 나누어진다. 쪼개진다. 수습이 안 된다. 이원론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이 일원론이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 바둑은 바둑판과 기보 두가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두 대국자 사이에 오가는 하나의 랠리로 이루어져 있다. 생물은 DNA의 자기복제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 사건은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를 겸한다. 물질은 집합된 것이 아니라 복제된 것이다. 집합의 원소를 찾아야 할 것이 아니라 복제의 원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의사결정구조다. 세상은 사건을 연결하는 구조의 복제로 이루어져 있다.


[레벨:4]고향은

2021.10.09 (11:27:07)

세상은, 생명은
자신의 원본을 투사할 대상과
구조를 이루고 시간을 살아간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58502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48997
1847 유나바머 1 김동렬 2020-05-20 3844
1846 이기는 방법 김동렬 2022-07-31 3843
1845 강한 개인의 시대 김동렬 2021-04-02 3843
1844 권력과 동원 김동렬 2021-08-25 3842
1843 효율성의 법칙 6 김동렬 2019-07-24 3840
1842 허장성세 윤석열 김동렬 2021-11-30 3835
1841 남의 가랑이 밑을 긴 한신 2 김동렬 2021-11-14 3835
1840 똑똑한 사람들의 어리석은 결정 image 1 김동렬 2020-11-22 3834
1839 라고한다의 법칙 김동렬 2021-07-24 3833
1838 전광훈이 미통당 잡는다 2 김동렬 2020-08-16 3833
1837 공짜먹는게 교육이다 2 김동렬 2020-05-31 3833
1836 믿음이란? 1 김동렬 2019-03-29 3833
1835 지적설계와 인공지능 도약 김동렬 2023-10-05 3831
1834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가? 1 김동렬 2021-07-05 3830
1833 전기차와 인공지능의 한계 김동렬 2021-05-25 3830
1832 말이 아니라 무기다 2 김동렬 2018-11-01 3829
1831 머무르면 죽고 움직이면 산다 2 김동렬 2019-02-07 3828
1830 패배자의 즐거움 1 김동렬 2018-12-17 3827
1829 의리 없는 홍정욱 image 5 김동렬 2020-12-08 3826
1828 한화 야구가 망하는 이유 1 김동렬 2020-06-14 3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