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024 vote 0 2024.02.25 (12:07:41)

    원래 영화라는 것은 절대 공존할 수 없는, 서로 상극인 것을 같은 공간에 던져두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킥킥거리며 지켜보는 것이라고 하겠다. 예컨대 레옹이라면 12살 소녀와 아저씨 킬러라는 절대 공존할 수 없는, 공존해서도 안 되는 둘을 같은 침대에 눕혀놓고.. 


    이게 말이 돼? 이렇게 막나가도 검열 안 걸려? 도대체가 말이 안 되잖아. 이러면. 얌마. 너 바보냐? 말이 안되니까 존나 말이 되잖아. 봐! 평소 말없기로 소문난 과묵한 네가 벌써 두 마디나 떠들게 만들었잖아.. 이러면서 농담 따먹기 하는 건데 지난번 올드보이 원작.. 


    박찬욱 영화는 말 되니까 패스.. 전혀 말이 안 되는.. 내가 노래 부를 때 네가 눈물을 흘렸어. 그게 복수의 이유라고라고라고라? 전혀 말이 안 되지만 현실에 그런 느낌을 주는 일은 흔히 일어난다. 현실에서 내가 초딩 때 마음 속으로 숭배했던 키 크고 잘난 녀석이 말야.


    어떻게 사는가 알아보니 오대수처럼 평범해져 있다면.. 저 새끼 안되겠어. 10년간 가둬버려야겠어. 이런 생각을 해보게도 되는 것이다. 만화 원작에서 유지태는 인간 한계를 넘어선 말하자면 초인, 불교국가 일본만화 답게 깨달은 사람이 되려고 했는데 깨닫기는 개뿔, 


    왕따의 설움을 실어 간절한 노래를 부르는 보통 꼬맹이.. 그러한 점을 최민식에게 들켰지. 아 쪽팔려. 저새끼 죽여버리고 싶어. 현실은 죽이고 싶다에서 끝나는데 영화는 실제 죽이는 거지. 왜냐하면 영화니깐.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을 대리 실험하는 심리과학이 영화.


    저 녀석이 전학와서 왕따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버티나 싶었지만 알고보니 한 많은 녀석이었어. 달콤한 인생에서 보스는 '나에게도 순정이 있다'며 뜬금 곽철용이 대사를 치려는데. 올드보이 원작과 반대로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아니라 16살 먹은 순진한 문학소년.


    입만 열면 부지불식간에 시가 튀어나와버려. 희수 앞에만 서면 갑자기 시인이 되어버려. 아 시 한 수 땡기고 싶네. 이러는데 이걸 부하들이 알면 개쪽이야. 개망신이지. 근데 이병헌이 벌써 알아버렸네. 이넘을 묻어버려. 암만. 당연히 묻어야지. 안묻으면 그게 영화냐?


    이병헌은 일을 잘하기로 소문나서 7년 동안 신임 받았는데 이 정도로 눈치 없는 꽉 막힌 친구가 어떻게 보스의 총애를 받아 넘버 2까지 올라가느냐고 전혀 말이 안되지만 극장에 온 관객은 다 이병헌이거든. 관객은 다 눈치가 없어. 관객은 순정파 소년 곽철용이라고. 


    이병헌은 조폭 행동대장 연기를 하는게 아니라 관객 연기를 하는 거. 관객은 달콤한 인생을 누리고 배우들은 쓰디쓴 현실을 맞이하는 거지. 이병헌은 12시간 밧줄에 매달려서 찬물 뒤집어쓰고 죽을뻔 했다는 거야. 구덩이에 묻힐 때도 살수차가 물을 너무 많이 뿌려서.


    타짜 곽철용도 화란에게 순정을 보여주려 하지만, 순정을 짓밟으면 마 그때는 깡패가 되는 거야. 감독은 불교적인 인과응보를 이야기하려고 한듯. 그렇지만 탐미주의, 미학의 관점에서 봐야 영화가 제대로 보이는 거. 본질은 이병헌은 폼을 잘 잡는다. 영화는 폼이라는.


    주윤발 폼과 이병헌 폼 중에 누가 더 낫냐? 진짜 폼은 죽기 전에 담배 한 가치 땡기는 거냐? 죽기 전에 여자한테 전화 한 통화 하고 뒈지는 거냐? 가장 멋지게 죽는 것은 어떻게 죽는 거야? 달콤한 인생은 여자의 극중 비중이 약해서 균형 잃음. 감독이 연애 안해본듯. 


    미남미녀 배우를 세워놓고 온갖 생폼 똥폼을 다 잡게 하는게 영화지. 영화 해석은 필요가 없지만 유튜브에 해석이 다수 나오더라고. 두목은 이병헌을 자기 아들 정도로 아끼는데 원래 아비가 아들을 죽여. 리들리 스콧은 언제나 아비가 아들을 죽여. 아끼니까 죽이지.


    아들을 죽인 자는 한 무제.. 자기가 명장 키워놓고 숙청.. 선조임금.. 이순신 키워놓고 제거.. 숙종.. 후궁 키워놓고 제거.. 박정희.. 김종필 키워놓고 제거, 김형욱도 제거, 김재규는 제거되기 전에 선빵. 역사에 무수히 등장. 반대로 아비를 죽이는 경우도 무수히 많은데. 


    아끼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자살과 유사. 자신이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자기연민 나르시시즘에 빠져서 아들을 죽이면서 아비를 죽이는 아빠가 더 불쌍해. 죽는 아들 동정하지 말고 죽이는 아빠를 동정해 달라고. 오죽하면 제 자식을 죽이겠어. 이러는 거임. 미친. 흔해.


  관객생각..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당했다. 시원한 복수가 필요하다. 


  감독생각.. 영화가 대박쳤다고? 대박은 미남미녀배우의 완전 똥폼에서 나오는데? 진정한 똥폼은 진짜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터지는 거지. 진짜 말도 안 되는 그림을 묘하게 말이 되는듯이 만들어 보라고. 주성치가 총알이 빗발처럼 쏟아지는 와중에 가슴에 흰 장미 한 송이를 꽂고 여인에게 다가서며 왈츠 한 곡을 신청하는데.. 개소리 주절주절.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44017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34233
245 조절장치 김동렬 2024-01-29 2100
244 영웅 죽이기 스티브 잡스편 김동렬 2023-12-17 2100
243 유인촌 막 나가네 김동렬 2023-12-03 2100
242 발생이 먼저다 김동렬 2023-01-30 2100
241 구조문제 김동렬 2023-01-13 2100
240 민주당 전략은 허허실실 김동렬 2023-12-06 2099
239 물리적 실재 김동렬 2022-11-27 2099
238 에너지란 무엇인가? 김동렬 2023-08-27 2096
237 백마 타고 오는 사람 1 김동렬 2023-11-24 2094
236 신임을 잃었으면 물러나야 한다 1 김동렬 2024-05-06 2093
235 논리의 오류 김동렬 2024-02-04 2092
234 생각의 도구 1 김동렬 2023-01-18 2091
233 존재의 엔진 김동렬 2023-07-22 2086
232 정의당의 몰락공식 김동렬 2024-03-06 2085
231 조절이냐 선택이냐 김동렬 2024-01-31 2085
230 광개토대왕비의 진실 4 김동렬 2024-05-18 2084
229 클린스만의 명암 김동렬 2023-11-20 2080
228 연결문제 김동렬 2023-02-12 2080
227 문명과 야만의 차이 1 김동렬 2023-11-10 2078
226 한동훈 패션안경의 비밀 김동렬 2024-03-07 2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