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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500 vote 0 2020.10.07 (11:15:23)

      

    내로남불 민주당


    이승만 시절 야당이 ‘못 살겠다 갈아보자’로 선공 때리면 자유당은 ‘갈아봤자 별수 없다’로 받아친다. 신익희 급서로 이승만이 당선되었지만 투표함 열어보니 서울에서만 죽은 신익희 표가 산 이승만보다 8만 표 많았다. 부통령은 당연히 민주당 장면이 자유당 이기붕을 꺾었다.


    민주당이 ‘깨끗하게 청소하자’고 외치면 국힘당은 ‘너희들도 별수 없다’로 받아친다. 받아치는 전략이 일정한 성과를 내지만 판세는 51 대 49로 굳어진다. 포지션이 맞아서 적대적 의존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차피 지는 쪽의 선택이다. 질 게 뻔해도 선거는 한다.


    정동영이 질 게 뻔하지만 일단 당권을 틀어쥐면 뭔가 다음 수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다들 기를 쓰고 선거에 나오는 이유다. 패배의 전략이 중요하다. 어차피 진다.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우든가 아니면 그래도 체면은 세우는 패배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지더라도 욕을 덜 먹고 지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 국힘당의 내로남불 캠페인이다. 갈아봤자 별수 없다. 민주당도 별수 없네.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사실 약해진 것이다. 왜 국힘당은 약해졌을까? 차명진 효과다. 황교안이 단식투쟁하며 막말로 승부를 걸었는데 역효과 났다. 


    황교안이 나름 승부수를 던졌고 그 결과는 참패다. 과감하게 도박을 했는데 올인을 했으니 당연히 오링이 되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전략을 쓰다가 밟힌 지렁이 신세가 된 국힘당이 민주당 뒤에 묻어가는 찐따전략으로 급선회한다. 언더도그마 이용하는 약자 코스프레다. 


    이길 생각이면 그래도 도박을 해야 한다. 무리한 도박은 참패로 귀결된다. 그러나 역사의 법칙으로 보면 역사는 언제나 그런 도박을 한 정당에게 기회를 주었다. 참패는 분열과 물갈이로 이어지고 역설적으로 그게 성공의 원인이 된다. 정동영의 참패로 민주당은 물갈이했다.


    이회창의 참패도 같다. 참패후 대분열 그리고 물갈이에 의한 세대교체로 가야 희망이 있다. 대분열 없이 대흥행 없다. 김종인 할배는 황교안보다 못하다. 황교안은 당을 박살 냈지만 더 때려 부숴야 했다. 대충 수습하면 할배당 된다. 물갈이 실패다. 이러다가 실패중독 걸린다. 


    국힘당은 앞으로 모든 선거를 다 지게 된다. 이기려면? 남의 단점 헐뜯지 말고 자기 장점을 어필해서 호기심을 일으켜야 한다. 국힘당은 민주당의 약점을 공략할 뿐 자기 강점이 없다. 내세우는 게 없다. 국민은 민주당이 국힘당 공세에 얼마나 잘 방어할지에 관심 가지게 된다. 


    민주당이 이번에도 버틸까? 문재인이 과연 언제까지 버틸까? 이러다가 드라마를 계속 시청하게 된다. 시리즈는 이어진다. 국힘당은 단지 시청률을 높여줄 뿐이다. 정치는 호기심이다. 이명박도 한반도 대운하 뻥을 어떻게 수습할 건지 궁금했다. 그거 믿은 사람 한국에 없다.


    뻥을 쳐도 세게 치면 궁금해서 찍어준다. 알면서 속아준다. 어쩌는지 보려고. 박근혜도 형광등 백 개의 아우라로 어쩌려는지 궁금했다. 오방낭 주머니로 신통력을 부릴까? 트럼프도 멕시코 국경장벽을 어떻게 세울지 궁금하잖아. 정치는 원래 이렇게 간다. 답은 포지션이다.


    일단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주인공에게 호기심이 있다. 민주당 챔피언이 도전자 국힘당을 어떻게 요리하는지 궁금하다. 그 호기심은 가만있어도 조중동과 진중권이 만들어준다. 국힘당에 대해서는 호기심이 없다. 국힘당 캐릭터가 조연으로 굳어진다. 김종인 할배효과다.


    빌런은 주인공의 숨은 힘을 끌어내는 역할이다. 히어로는 힘이 있지만 그 힘은 감추어져 있다. 빌런의 집요한 공격에 결국 주인공이 슈퍼파워를 사용하게 된다. 국힘당은 빌런 역할로 굳어진다. 이기려면 반대로 여당이 야당을 시험하게 해야 한다. 야당이 과연 얼마나 버틸까?


    거머리 김한길, 쥐벼룩 박지원, 빈대 안철수, 모기 이종걸 이 사인방이 집요하게 괴롭히는데 문재인이 얼마나 버틸까? 이런 호기심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국민은 민주당이 곤란한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지 궁금해한다. 국힘당은 관심 밖이다. 궁금증 유발하면 무조건 이긴다.


    '갈아봤자 별수 없다'는 구호는 '안 갈았을 때도 별수 없었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간다. 국힘당의 내로남불 전략은 자기네도 당연히 불륜이라는 전제를 깔고 들어간다. 나도 불륜이지만 너도 비슷하잖아? 자기들이 쓰레기라는 전제로 하는 말이다. 쓰레기 인증에 불과하다.


    이 게임은 민주당이라는 히어로가 언제까지 참는지, 어떻게 고난과 역경을 돌파하고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건지 지켜보는 게임이다. 민주당이 주인공이다. 스스로 조연으로 주저앉는 것은 등신전략이지만 어차피 주연 못 하면 조연이라도 해야 되는게 김종인, 주호영 신세다.




[레벨:1]종달새

2020.10.07 (11:32:32)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기려면?'으로 시작하는 문단에서는 "남의 단점 헐뜯지~"가, 마지막 문단에서는 "주연을 못하면 조연이라도~"가 문맥상 더 적절하지 않나 싶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0.10.07 (11:42:48)

일단 올려놓고 수정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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