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 전여옥은 이참에 인사동에 좌판을 깔아라.. -

전여옥, 그녀가 대체 언제부터 점쟁이 행세를 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점쟁이들이 좌판을 깔고 있는 인사동 거리에서 나는 전여옥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오늘 나는 타인의 자살에 대한 이유를 정확하게 끄집어 내는 그녀의 ‘신기’가 무섭고 소름끼친다.

하지만 어떡하랴. 그녀의 ‘신기’란 다름 아닌 ‘마녀사냥’의 전제조건을 만드는 것일 뿐임을. 누군가 그녀를 일컬어 '걸물'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걸물이라면, 다만 뻔뻔스러운 걸물일 뿐이다.

<조선일보>의 인터넷 매체인 <조선닷컴>의 <전여옥 칼럼>에서 그녀는 정몽헌 회장의 자살을 두고 “DJ의 노욕” 때문이라고 과감히 단정짓는다.

그녀가 대체 언제 어떻게 자살 전의 정몽헌 회장의 뱃속에 들어갔다가 나왔는지, 그래서 그의 자살이 “DJ의 노욕”때문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아챘는지 알 수는 없다.

정몽헌 회장의 자살에 대해 세간에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유서도 아직 비공개 상태일 뿐만 아니라 그가 자살 직전까지 자살을 감행하려는 사람에게서 찾을 수 있는 ‘자살의 예비 징후’를 거의 남겨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징후라는 게 있었다면 다만 전날 가족과 함께 ‘만찬’과 같은 식사를 했다는 것(보도 되기론 모든 가족이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절친한 친구와 늦도록 와인을 두 병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 뿐이다.

때문에 그가 자살한 동기는 일단 그가 남겼다는 세 통의 유서가 공개되어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설령 그의 유서가 공개된다손 치더라도 그의 자살 동기를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가 선친의 유업을 제대로 받들지 못해서 괴로워했다는 주변의 증언이나, 대물림 해서 추진해 왔던 대북 경협 때문에 경영하는 그룹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대북 경협 자체 마저 정치적인 논리로 비판을 받다 못해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된 데 대해 분노감을 갖고 있었다는 것으로 미뤄 보건대, 대북 경협 사업에 대한 적지 않은 스트레스에 시달렸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처럼 누구나 짐작해 볼 수 있는 추정 근거 내에서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그의 자살 동기를 전여옥은 딱부러지게 헤집는다. 그리고 그를 자살로 내 몬 특정인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보라 그녀의 소름끼치는 ‘신기’를!

“단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기위해 재임중에 정상회담 개최나 많은 이들이 납득하지 못한 북한에 대한 밀실경제지원을 했다고는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에 마음을 비우고 시간과 끈기가 필요한 북한과의 정상회담이라는 이벤트를 다음 대통령의 몫으로‘예약’을 해두었어야 했다. 그가 노욕의 한계를 넘어섰다면 정몽헌이란 기업가가 지금 이 시간 사랑하는 딸의 응석어린 전화를 받으며, 여전히 낡은 구두축 생각안하고 부지런히 남과 북을 오갔을 것이다.”

“그가 노욕(노벨상 수상이라는!)의 한계를 넘어섰다면 정몽헌이란 기업가가 지금 시간 … 부지런히 남과 북을 오갔을 것이다”? 쉬운 말로 풀면 ‘DJ가 노벨상 수상이라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며 정몽헌 회장은 살아 있을 것이다’라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해 DJ의 노벨상을 향한 노욕이 그를 자살로 내몰았다는 말이다. 신들린 점쟁이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죽은 자의 이유를 이처럼 명확하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죽은 자를 빌어서 산 자에게 멍에를 지우려는 일은 뻔뻔스러움을 넘어서 부도덕한 일일 뿐만 아니라 망자를 모욕하는 일이다. 더군다나 말하지 않은 죽은 자의 입을 대신하는 것은 그것을 빌어서 말하는 자의 욕망을 죽은 자의 입을 빌어 내뱉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아니다.

전여옥의 신기’, 그것은 진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죽은 자의 입을 자신의 증오를 내뱉는 통로로 삼은 것일 뿐이다. 그러나 그런 짓은 추악하고 더럽다.

정치인의 뻔뻔스러움은 지식인이 깔고 있는 철판보다 덜 두껍다는 것을, 나는 그녀를 보면서 깨닫는다. 애도와 추모가 대체 언제부터 심적 마스터베이션의 통로가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전여옥씨는 망자와 살아남은 자에 대한 터무니 없는 모욕 주기를 그만하고, 지금이라도 점집을 차릴 일이다. 그 정도 '신기'라면 충분히 돈 좀 될 것이라 확신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57265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47732
142 Re..좋은 생각임니돠~^^ Y 2002-10-18 15981
141 Re..성명서 하나로 되겠어요? 김동렬 2002-10-18 15821
140 무슨 소립니까 하나로 전체를 매도해요? skynomad 2002-10-17 13418
139 이 틈에 부산을 공략하십시오 아다리 2002-10-17 16705
138 음.. **의 친구^^ 2002-10-17 16366
137 딱 한가지만 이야기하라면 이것을 이야기 할 것 김동렬 2002-10-17 13324
136 노무현 대승의 패러다임 skynomad 2002-10-17 16438
135 Re..양쪽 다 잘못이라서 김동렬 2002-10-17 16362
134 최용식님의 이 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영호 2002-10-17 13282
133 혹시 그린마일 보셨습니까 아다리 2002-10-17 14853
132 김민석... 드디어.. 철새에 합류... 카카 2002-10-17 14921
131 유명 축구선수 안모씨 김동렬 2002-10-17 16395
130 노무현의 당선가능성에 대한 냉정한 평가 김동렬 2002-10-16 13293
129 Re..공포와 마주침은 죽음의 시험이다 꿈꾸는 자유인 2002-10-16 14939
128 내가 이회창이라면 전용학을 정몽준에게 보냈겠다 skynomad 2002-10-16 14415
127 영남 사람들이 어차피 맞딱뜨릴 고민 skynomad 2002-10-16 16085
126 바람은 멈춘겁니까? 설대생 2002-10-16 12644
125 Re.. 그렇다면 4편을 보셔야겠군요... ^^ 시민K 2002-10-16 14221
124 Re..고통의 본질은 김동렬 2002-10-16 15246
123 에어리언이 고통의 소통에 관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아다리 2002-10-15 13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