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647 vote 0 2020.02.17 (16:09:35)

    증오와 환멸을 들키는 진중권들

    증오하는 이유는 인간을 좌절하게 하는 결코 넘어설 수 없는 마음의 장벽 때문이다. 자칭 좌파들의 민주당에 대한 증오 말이다. 무엇이 그들을 상처 입은 유기견으로 만들었을까? 흙은 정직하다. 밭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면 곡식이 자란다. 경제하는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입력이 있고 출력이 있다. 출력이 입력보다 크면 시스템이 살아있다.


    그런데 과연 흙은 정직할까? 천만에. 지력약탈의 병폐가 있다. 옥수수처럼 지력약탈이 심한 곡식을 경작하면 매년 객토를 해줘야 한다. 아일랜드 감자역병처럼 한 방에 가는 수가 있다. 수백만 명의 정직한 농부들이 굶어 죽었다. 정직하지 않은 흙은 갈아줘야 한다. 경제의 첫 단추는 전쟁이다. 유럽처럼 전쟁을 많이 한 나라가 경제도 흥했다.


    전쟁을 통해 사회적 의사결정단위를 만든다. 농부가 밭을 가는 것과 같다. 유럽은 일찍이 민회와 원로원을 두었다. 국가나 회사나 조합도 의사결정단위들의 하나다. 어떤 아프리카인이 말했다. ‘요즘 백인들 사이에서 전쟁이 났다던데요?’ 1차 세계대전이다. ‘전쟁이 나면 몇 명을 죽입니까? 우리는 최대 열 명까지 죽이는 일이 있습니다만.’ 


    ‘열 명보다 훨씬 많이 죽입니다.’ ‘그런가요? 백인들은 부자군요. 사람을 죽이면 배상금을 물어줘야 하는데 그렇게 많이 죽이다니.’ 그 전쟁에서 병사만 900만 명 이상 전사했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고. 아프리카 부족민은 전쟁에서 이긴 승리자가 패배하여 죽은 사람의 가족들에게 가축으로 배상해야 하므로 부자만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전쟁이든 혁명이든 사건을 벌이지 않으면 사회적 의사결정단위를 만들지 못한다. 먼저 의사결정단위를 만들고 다음 자본을 투입하고 관리하고 노동하면 최종적으로 소득이 발생한다. 이는 기계장치와 같이 정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그러므로 사람 대신 기계가 일해도 된다. 가축도 이용할 수 있다. 노동가치설은 틀렸다. 


    아니다. 이윤은 오직 남의 것을 빼앗는 방법으로만 획득된다. 노동을 통해서만 가치가 발생한다. 이 지점에서 지식인은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는 것이다. 이윤은 시스템의 작동에 의해 자연발생하는 것인가 아니면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인가? 이후 가는 길이 완전히 갈라진다. 그리고 증오가 싹튼다. 둘은 결코 공존할 수 없다. 대화할 수 없다. 


    진중권들의 민주당에 대한 환멸과 증오는 그래서 생겨났다. 그들 입장에서 자본주의를 인정하면서 사회주의 정책을 주장하는 사람은 꼴도 보기 싫은 것이다. 자본주의 단물을 빼먹고 지식인의 명성도 얻고 꿩 먹고 알 먹고라니 참을 수 없다. 그들에게 강남좌파라는 개념은 불성립이다. 기독교 광신도가 스님을 만난 기분이 되는 것이다.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고 염불을 하고 있으면 광신도는 부아가 치민다. 곧 지옥에 떨어질 놈이! 이렇게 된다. 서로 간에 대화는 불성립이다.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서 자본주의를 해체하려는 사민주의나 혁명으로 뒤집어엎겠다는 공산당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차별주의 심리를 들추어 볼 수 있어야 한다.


    인종차별과 같은 계급차별 심리다. 흑인이 앉았던 의자에 백인이 앉아야 한다면 당황하게 된다. 60년대 미국 풍경이다. 불가촉천민이 쓰던 사무실에 다른 사람이 입주해야 한다면 향을 사르고 푸닥거리를 해야 한다. 그들의 입장은 매우 난감하다. 사람을 불러 향을 피우고 푸닥거리하는 비용은 누가 내고? 흑인이 앉은 자리를 닦는 비용은? 


    김어준, 김용민들과 같은 자리에 나란히 앉아야 한다면 그들은 미쳐 버린다. 거대한 심리적 장벽이 있다. 그들 입장에서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그들에게 흑인의 엉덩이가 닿았던 자리를 닦아내는 청소비용은 물리적인 현실이기 때문이다. 왜 내가 쟤들 때문에 피해를 입어야 하지? 안 닦고 그냥 앉으면 되잖아? 영화 기생충을 참고하자.


    냄새가 나는데도? 우리는 부자가 지하철 타는 사람 때문에 어떤 피해를 입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의 냄새공격 때문에 매우 피해를 입는다. 이건 물리적 현실이므로 대화의 여지는 없다. 그들은 실제로 상처를 입는다. 그들이 상처 입은 떠돌이개가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래서 세상에 전쟁이 있는 것이다.


    조선 시대에 어떤 부자가 정원을 아름답게 꾸며놓고 양반들을 초대했다. 부자는 사신단을 따라 중국을 오가는 역관이다. 어떤 양반이 정원의 수석을 보고 말했다. ‘우리 집 앞에 이것보다 멋진게 있는데 가져가도 된다네.’ 부자가 하인을 시켜 수레를 끌고 돌을 실으러 왔다. ‘저 남산 위의 잠두봉이 그것이라네. 실어 갈 수 있으면 실어 가게.’ 


    말하자면 그런 거다. 배알이 단단히 꼴렸다. 역관은 중인계급이다. 조선 시대 차별은 대개 관행에 따른 차별이고 공식적으로는 차별이 없게 되어 있다. 그래서 온갖 트러블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들은 엘리트라는 계급에 속해 있고 부르주아 계급이 나대는 꼴을 못 보겠다는 것이다. 무의식 깊은 곳에서 차별주의가 그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진실을 이야기하자. 그들은 민주당을 다른 카스트에 속한 사람으로 본다. 그래서 증오와 환멸을 품는다. 실제로 상처를 입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들의 냄새공격에 질려버린 부자와 같다. 대화의 여지는 없다. 선거구제 개편은 낼름 받아먹고 순식간에 오리발 내미는 심상정의 태도다. 그러고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말이다. 


    신천지가 스파이를 잠입시켜 남의 교회를 약탈하고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과 같다. 자신과는 다른 타자로 치기 때문이다. 차별주의자의 비뚤어진 마음이다. 아프리카가 가난한 이유는 전쟁과 혁명을 하지 않아서 합당한 사회적 의사결정단위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사회주의가 있는 것이다. 


    사회의 건설이 자본의 투자에 앞서는 선행조건이다. 지금은 전쟁 대신 다른 방법으로 의사결정단위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은 지금 트럼프 때문에 내전상황이 되었다. 역시 잠복한 갈등을 드러낸 것이다. 군산복합체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해외의 전쟁에는 관심을 끊고 국내의 갈등으로 관심을 돌린 것이다. 한국의 촛불항쟁도 마찬가지다. 


    지역주의로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고 있다. 모순이 있어야 갈등이 있고 갈등이 있어야 진보가 있다. 잠복한 모순을 드러내야 에너지가 나온다. 한국의 미투전쟁도 마찬가지다. 일본처럼 여성들이 꾹 참고 있으면 진보는 없다. 농부가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는 구조나 사람이 의사결정단위를 만들고 투자하여 이윤을 증식하는 구조나 같다. 


    이윤은 오직 생산력의 상승에 따른 상대적인 구조 효율성에서만 나온다. 누가 남보다 효율적인 구조를 만들거나 혹은 그 구조를 작동시키면 이윤이 나온다. 그게 자본주의다. 그 자본주의를 원천부정하는 자들이 있다. 오로지 착취를 통해서만 이윤을 획득할 수 있다는 관념은 생산력의 향상이 없는 정체된 사회에서만 들어맞는 말이다. 


    조선 시대 봉건사회가 그런 사회다. 엘리트 특유의 허위의식에 빠진 진중권들의 본심은 비뚤어진 차별의식이다. 인종차별과 같다. 조선 시대 논리로 양반 입장에서 상것들이 나대는 꼴을 못 보겠다는 거다. 그게 본질이다. 그래서 환멸과 증오를 들키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양반과 상놈의 벽을 허물어 뒤섞어 버리므로 그들은 화가 나 있다. 


    물론 정체된 자본주의가 또 다른 차별의 장벽으로 기능한다. 그러므로 발달한 사회주의에 의해 통제되어야 한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나란히 가는 것이다. 물질이 인간을 제한하고 인간이 물질을 이용한다. 둘은 원래 모순이다. 기술자만 풀 수 있는 문제다. 우리는 상처 입은 떠돌이개의 마음이 되지 말아야 한다. 




[레벨:6]나나난나

2020.02.17 (17:54:19)

아프리카 부족민은 죽은 사람의 집에 가축을 물어줘야 하기 때문에 부자들만 사람을 죽일 수 없다.


>>


아프리카 부족민은 죽은 사람의 집에 가축을 물어줘야 하기 때문에 부자들만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아닌가요? 제가 이해를 잘못한건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보면서 오타같아서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0.02.17 (18:08:25)

수정했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2.18 (03:37:52)

"이윤은 오직 생산력의 상승에 따른 상대적인 구조 효율성에서만 나온다. 누가 남보다 효율적인 구조를 만들거나 혹은 그 구조를 작동시키면 이윤이 나온다. 그게 자본주의다."

http://gujoron.com/xe/1169144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72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라 15 김동렬 2020-02-23 19777
1171 1917 - 100년 전에 있었던 일 1 김동렬 2020-02-20 13900
1170 미친 엘리트의 문제 2 김동렬 2020-02-18 7120
» 증오와 환멸을 들키는 진중권들 3 김동렬 2020-02-17 6647
1168 사회주의를 빙자한 정신병 행동 3 김동렬 2020-02-15 13259
1167 기생충, 아카데미를 뒤집다. 6 김동렬 2020-02-10 13071
1166 부티지지가 뜬다 1 김동렬 2020-02-09 23340
1165 숙명여대의 트랜스젠더 소동 1 김동렬 2020-02-04 6913
1164 남산의 부장들 4 김동렬 2020-02-03 7594
1163 권력의 패러독스 1 김동렬 2020-02-03 6383
1162 겁쟁이 한국인들에게 3 김동렬 2020-02-02 11759
1161 TK는 왜 박근혜만 보면 눈물을 흘릴까? image 3 김동렬 2020-01-31 7314
1160 박정희를 어떻게 볼 것인가? 1 김동렬 2020-01-29 13965
1159 전두환과 노태우 1 김동렬 2020-01-28 7494
1158 김재규는 왜 박정희를 죽였나? 2 김동렬 2020-01-25 18900
1157 뻔뻔한 엄홍길 1 김동렬 2020-01-22 18041
1156 인간은 차별하는 동물이다 1 김동렬 2020-01-20 21669
1155 안철수의 법칙 1 김동렬 2020-01-19 22004
1154 소박한 감상주의를 버려라 1 김동렬 2020-01-17 6111
1153 인간은 왜 혐오하는가? 1 김동렬 2020-01-16 22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