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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485 vote 1 2020.01.28 (14:00:53)

      

    박정희와 김재규 그리고 전두환과 노태우


    노태우는 사죄하고 전두환은 사죄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노태우를 좋게 보고 전두환을 나쁘게 볼 것이다. 그러나 내막을 들추어보면 언제나 역설이 있는 법이다. 물론 그 역설의 역설도 있다. 나는 전두환이 실행하고 노태우가 결정했다고 본다. 원래 노태우가 인사행정 담당자였다.


    전화번호부를 가진 자가 살생부를 만든다. 살생부를 가진 자가 실권자다. 전두환이 수양대군이라면 노태우가 한명회다. 전두환은 시킨대로 했으니까 사과를 하지 않고 노태우는 자기가 결정했기 때문에 사죄를 한다. 전두환은 개인의 판단으로 움직인게 아니라 상황에 편승한 것이다.


    다시 역설의 역설이다. 원래 책임은 책임자에게 묻는다. 전두환에게 책임을 묻는게 맞다. 뭐든 내막이 있고 현실은 더 복잡하다는 말이다. 영화 '좋은 친구들'에서 로버트 드 니로는 원래 좋은 친구였다. 그러나 점점 흉악해진다. 마구잡이로 총질을 한다. 상황은 수습할 수 없게 되었다.


    로버트 드 니로가 박정희라면 레이 리오타는 김재규다. 물론 이 영화는 레이 리오타가 화자 역할을 맡았으므로 자신을 미화한다. 어쨌든 박정희는 김재규에게 궂은일을 죄다 떠넘겼다. 저질러놓고 수습하게 한다. 그런데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유일한 방법은 암살이다.


    당시 가장 큰 부분은 카터와 틀어진 것이다. 여기서 박정희는 큰 그림이 깨졌고 미국의 통제권 밖으로 나갔다. 수습해야 하는 사람은 김재규이고 김재규는 박정희를 죽여서 상황을 수습했다. 즉 인간은 인물이 아니라 일을 따라가는 동물이다. 패거리의 의리를 따르면 그게 소인배다.


    주어진 역할을 따라가는게 맞다. 김재규는 역할을 했다. 박정희는 김재규에게 수습을 맡겼고 그래서 수습을 한 것이다. 연금상태의 김대중을 빼돌려 신민당 전당대회에서 이철승을 밀어내고 김영삼을 올리게 한 장본인이 김재규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김대중이 아닌 김영삼을 지지하게 된 것이 그 때문이다. 부마항쟁을 촉발시킨 사람이 김재규다. 그리고 전두환은 바로 그 때문에 김대중을 죽이려고 한 것이다. 내막이 다 밝혀지면 김대중이 주도권을 쥘 것이 뻔했다. 박정희와 김재규는 낫세르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당시는 영웅의 시대였고 그들은 영웅놀이에 심취해 있었으며 그들은 도박을 한 것이고 성공한 도박은 도박중독을 낳아 더욱 위태로운 것이며 박빠들이 박정희를 찬양할수록 생각있는 사람은 맞대응하여 박정희를 깔 수밖에 없다. 박빠들이 있는 한 박정희는 역적이 되는게 운명이다.


    친일파가 욕을 먹는 이유는 친일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세력을 만들고 독초처럼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승만은 반일주의자였는데 친일파를 등용했다. 자기사람이 없어서지만 그들이 세력화될 것을 생각 못한 것이 추궁되어야 할 범죄다. 박정희는 대단한 친일파가 아니다.


    해방 당시는 말단 병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세력화되었으므로 친일파 명단에 오른 것이다. 통제가능성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죄가 따로 있는게 아니고 사회에 의해 통제가 안 되면 죄인이다. 문민통제를 따르지 않으면 역적이다. 박정희가 몰락한 이유도 곧 거기에 있다. 


    전혀 문민화되지 않고 갈수록 세력이 줄어서 몰렸기 때문이다. 강도들이 단결하여 잘 먹고 잘사는 일은 잘 없다. 보통은 로버트 드니로처럼 극도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폭주하고 자폭한다. 박정희와 김재규는 국가를 통째로 털어먹은 강도단이다. 박정희는 소심하고 나약했다. 


    그게 장점이기도 했다. 이 점은 비스마르크와 비슷하다. 그는 전쟁을 겁냈다. 러시아와 친하는 것을 외교정책으로 삼았다. 그가 물러나자 독일은 곧바로 전쟁으로 치달았다. 비스마르크는 결투를 26번이나 할 정도로 용감했지만 겁이 많아서 전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사람이다. 


    한편 전쟁을 할 때는 철저하게 밟아놔야 한다고 여겼다. 보불전쟁 때는 확실하게 밟고 확실하게 손을 뺐다. 비스마르크가 여러 가지 복지정책을 한 것은 겁이 많아서 사회주의자들이 들고 일어날까봐 미연에 방지하려고 한 것이다. 박정희는 겁이 많아 쿠데타 시점에 잠적한 적이 있다.


    술을 먹고 울고 있어서 김종필이 찾으러 다녔다. 겁이 많아서 과잉대응을 한 것이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했다. 결국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했다. 보통 이렇게 된다. 스트레스는 보스 1인에게 집중되므로 폭주하는 것이다. 옆에서 챙겨주고 케어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수양대군과 한명회, 박정희와 김재규, 카이저와 비스마르크, 전두환과 노태우, 로버트 드 니로와 레이 리오타는 항상 이렇게 간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정해진 궤도를 가는 것이다. 전두환의 모든 결정은 노태우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본다. 그가 하나회의 인맥을 관리하는 사람이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1.29 (08:30:45)

"인간은 인물이 아니라 일을 따라가는 동물이다. 패거리의 의리를 따르면 그게 소인배다. 주어진 역할을 따라가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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