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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377 vote 0 2019.09.27 (20:22:32)

    아마추어 민중과 프로 엘리트


    민중의 에너지가 세상을 바꾸는가 아니면 프로의 기술이 세상을 지키는가? 프로의 기술을 강조하면 보수주의로 흐르기 쉽다. 물론 피상적인 관찰이다. 어설픈 프로가 보수퇴행을 일으키는 법, 진짜 고수는 민중의 에너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프로는 문제를 해결할 뿐 에너지를 결집하지 못한다. 아마추어가 에너지를 끌어모은다. 검찰은 프로 기술자고 촛불은 아마추어 민중이다. 대결한다. 누가 이길까? 

촛불이 먼저고 열정이 먼저다. 기술은 다음이다. 그러나 열정만으로 안 된다.


    세상을 바꾸려면 프로의 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 촛불의 열정만으로 안 되고 검찰의 기술도 우리가 써먹어야 한다. 검찰을 부려서 자한당을 조져야 한다. 아마추어라고 순수하게 아마추어짓만 하다가는 정권을 뺏기고 죽는다. 보복당한다.


    구로자와 아키라의 영화 '7인의 사무라이'를 참고하자. 여섯 명의 사무라이와 한 명의 농민이 등장한다. 그런데 농부출신 가짜 사무라이 기쿠치요가 주인공이다. 왜 가짜 사무라이가 주인공이지? 그런데 과연 사무라이들이 농민을 도왔을까?


    그럴 리가 없다. 사무라이는 철저하게 사무라이 계급의 이익을 위해 봉사할 뿐이다. 검찰이 조국을 도울 리가 없다. 그러나 사무라이 중에 낭인이 있고 그들 중의 일부가 농민을 도왔을 것이다. 검사 중에도 조국을 돕는 사람이 한 명은 있다.


    사무라이는 기득권 지배집단이고 개혁대상이다. 그리고 농민과 대립한다. 물론 이런 대칭구도 역시 피상적 관찰이다. 농민 역시 기득권이며 개혁에 반대한다. 노동자? 말이 그럴 뿐 노동자도 기득권을 흉내내고 개혁을 반대하는 게 보통이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자. 개혁을 추동하는 것은 농민의 열정도 아니고 착한 귀족의 자선도 아니고 바로 신무기다. 신무기를 장악한 사람이 권력을 쥐는 것이 개혁이다. 그 신무기를 장군이 다룰 수 있으면 장군이 개혁의 전위에 서는 것이다.


    이순신처럼 말이다. 신무기인 거북선을 만들고 총통을 제작했다. 그 무기를 대위가 쥐면 대위가 개혁에 나서고 하사가 쥐면 하사가 개혁의 전위가 되고 평민이 쥐면 평민이 개혁에 나선다. 소총이 1차대전의 주력무기다. 소총은 평민이 다룬다.


    평민이 개혁의 전위에 선 것이다. 노동자 농민 어쩌구 하는 입에 발린 먹물들의 개소리에 현혹되지 말자. 세상을 바꾸는 것은 신무기다. 스마트폰이 지금의 신무기다. 누가 SNS를 손에 쥐고 있는가? 기득권 종이신문과 대결하는 것이다.

 

    조중동 전통무기가 이기는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신무기가 이기는가다. 신무기를 손에 쥔 자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며 계급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 단, 미래로 갈수록 기술이 발달할수록 대중의 손에 신무기가 들어올 확률이 높은 거다.


    자동차가 처음 출현했을 때 엘리트의 것이었다. 그러나 헨리 포드가 가격을 깎는 바람에 대중이 자동차를 손에 넣었다. 그것이 혁명이다. 대중이 무기를 손에 쥐는 것 말이다. 누가 인터넷을 손에 쥐는가? 그러므로 담론은 계속 이어진다. 


    하이눈과 리오브라보를 비교할 수 있다. 하이눈은 착한 계몽주의자 좌파 지식인과 찌질한 민중이 등장한다. 보안관은 악당과 대결을 앞두고 민중에게 도움을 호소한다. 보안관은 보나마나 매카시즘에 걸려 고생하는 계몽주의 지식인이다.


    보안관을 외면하는 민중은 매카시즘에 겁을 먹고 침묵하는 비겁한 미국인을 의미한다. 악당은 물론 매카시즘의 나팔수가 된 레이건 일당이다. 물론 이는 좌파의 관점이다. 좌파는 엘리트가 대중을 계몽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먹힐까?


    리오 브라보는 정확히 그 반대편에 서 있다. 악당을 퇴치하는데 민중은 필요없고 오로지 프로의 실력이 필요하다. 훈련된 고수에 기술자가 악당을 제거한다. 사무라이는 일곱 명으로 충분하고 총잡이는 몇 명만 있으면 된다. 단, 프로라야 한다.


    여기에는 보수가 좋아하는 엘리트주의가 숨어 있다. 여러분은 엘리트의 편인가 민중의 편인가? 민중이 세상을 바꾸는가 엘리트가 세상을 바꾸는가? 하이눈의 보안관이 민중의 도움을 호소하는 행동은 과연 프로답지 못한 찌질한 짓인가? 


    담론은 계속된다. 정치적인 알레고리가 숨어 있다. 그런데 엘리트는 하이눈을 좋아하고 대중은 리오브라보를 좋아한다. 여기서 역설 들어간다. 하이눈은 대중을 높이 평가한다. 지식인이 대중과 함께하지 않으면 개혁은 실패한다고 말한다.


    리오브라보는 대중을 무시한다. 그런데 대중을 무시하는 영화를 대중이 좋아하고 대중을 존중하는 영화를 대중이 싫어한다. 이거 무슨 개떡같은 상황이란 말인가? 지식인은 대중을 존중하고 대중은 오히려 그런 지식인을 혐오한다. 엿 같잖아.


    정의당은 대중을 좋아하고 대중은 자한당에 투표한다. 뭐 이런 개떡 같은 경우가 다 있어? 현실이다. 하이눈은 인기가 없다. 리오브라보를 만든 하워드 혹스와 함께 영화를 만든 제작자가 하워드 휴즈다. 이 부자는 돈이 썩어 나자빠졌던 거다. 


    심심해서 갑자기 영화를 만들었다. 지식인들은 그를 경멸했다? 영화가 돈으로 되냐? 된다. 하워드 휴즈는 쉽게 영화로 대박을 냈다. 하워드 혹스는 말했다? 영화? 간단해. 끝내주는 좋은 장면 셋과 나쁜 장면이 없으면 돼. 영화 참 쉽다구. 


    이 양반은 프로다. 알아야 할 것을 안다. 진중권 부류의 2류 아마추어 지식인은 모르는 그것 말이다. 평론가들은 질색한다. 뭔 이런 미친 자슥이 다 있어. 그런데 하워드 휴즈가 증명했다. 영화? 돈벌고 싶어? 간단해. 가슴 큰 여자를 데려와. 


    제인 러셀이다. 무법자는 크게 성공했다. 톰슨 기관총을 가져와. 스카페이스다. 역시 성공했다. 이 부자는 안다. 돈 냄새를 맡는 프로의 감각이 있다. 영화흥행? 초딩도 할 수 있어. 언제 권총 뽑고 있냐? 톰슨 기관단총으로 갈겨버려. 관객? 


    뭘 걱정해? 왕가슴 제인 러셀만 있으면 흥행은 자동으로 된다구. 많은 평론가와 전문가들이 머쓱해졌다. 영화가 이렇게 쉬운 거였어. 재벌이 돈지랄 하는 게 아녔어? 프로가 있다. 그들은 남들이 맡지 못하는 냄새를 맡는 후각이 있다. 인정하자.


    지구를 지켜라. 복수는 나의 것. 둘 다 망하는 공식에 충실하다. 끝내주는 좋은 장면 세 개가 없기 때문이다. 조연이 주연하면 망한다. 거기에 가슴 큰 여자도 없고 톰슨 기관단총도 없다. 마동석은 된다. 큰 가슴이 없으면 큰 주먹으로 된다.


    프로의 감각으로 보면 리오브라보는 당연히 흥행하고 지구를 지켜라와 복수는 나의 것은 당연히 망하게 되어 있다. 일단 구조가 너무 복잡하다. 한 방이 없다. 제인 러셀의 왕가슴씬, 스카페이스의 기관단총씬, 마동석의 왕주먹씬 이게 없다.


    왜 이게 문제인가? 민중을 짝사랑하지만 민중에게 외면당하는 아마추어 지식인과 민중을 경멸하지만 민중의 지지를 받는 프로 장사꾼의 대결구도. 이런거 많잖아. 근데 현장에서는 늘 똑똑한 지식인이 밀리고 장사꾼이 성공한다. 슬프게도.


    진실은 무엇일까? 민중의 에너지를 끌어낸 다음 프로의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는 말이다. 민중의 에너지를 끌어낼 때는 동정심에 호소하는 전략이나 오만한 지식의 과시가 아닌 신무기를 들고 와야 한다는 것이다. 하워드 휴즈의 신무기는?


    제인 러셀의 왕가슴과 알 카포네의 톰슨 기관단총이다. 드르륵 갈겨버리는 것이다. 언제 총잡이가 총알 한 방씩 쏘냐고? 심심하잖아. 무대포로 갈기는 거야. 그게 먹힌다. 왜? 신무기니까. 우리는 이러한 물리적 현실에 대해 냉정해져야 한다.


    민중에게 외면당하는 어설픈 지식인의 오류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옛날 영화는 민중을 계몽하면서 몸소 실천하여 개고생하며 신념을 과시하면 민중이 감동하여 결국 지식인을 따른다는 천편일률적인 조정래 태백산맥식 2류 계몽주의다. 


    그런 거짓말은 망한다. 물론 계몽주의 지식인도 가끔 신무기를 들고 온다. 좌파 특유의 조직력 먹힌다. 625 시절 국민이 죄다 무학이라 지식이 귀했다. 당시 지식은 신무기였다. 지식이 신무기라서 먹히지 지식이 옳아서 먹히는 것이 아니다.  


    민중은 절대 신파조로 울고 있는 찌질한 지식인을 따르지 않는다. 침을 뱉고 경멸한다. 얻어맞고 줘터지는 지식인은 꼴보기 싫다. 신무기를 가져오는 사람이 진짜다. 다시 구로자와 아키라로 돌아가자. 농부의 아들 기쿠치요는 하는 게 없다.


    굳이 말하면 개그씬 담당이다. 그렇다면 왜? 민중이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프로 기술자 엘리트가 주인공이다. 영화를 만들어놓고 보니 이상하다. 찜찜하다. 그래서 마지막에 이런 대사를 덧붙인다. 저 농부들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자라네. 


    우리 같은 사무라이는 조또 아니라고. 이 대사는 뜬금없다. 왜 갑자기 농부찬양? 영화에는 민중이 겁쟁이 등신으로 나온다. 그런데 영화 관객은 민중이다. 관객에게 아부해야 돈을 번다. 지식인이 민중을 멸시해놓고 미안해서 변명하는 대사다.


    좌파 지식인이 우파가 강조하는 엘리트주의를 긍정하고, 프로기술자를 찬양했으니 미안해서 갑자기 개소리를 하는 것이다. 구조론은 무엇인가? 구조론은 민중의 에너지를 끌어내는 질과 프로의 기술을 사용하는 입자를 둘 다 중시해야 한다. 


    그런데 민중의 에너지가 먼저다. 질이 먼저고 입자는 따른다. 에너지가 먼저고 기술은 따른다. 민중의 에너지와 프로 기술자 중에 어느 쪽이 중요한가? 일본의 보수주의는 프로지상주의, 기술자 만능주의다. 한국의 촛불은 민중의 에너지다. 


    마오의 혁명노선은 민중의 에너지를 끌어내는 것이고 류사오치의 중도노선은 기술자를 중시하는 것이다. 등소평은 타협책을 제시했다. 민중의 에너지를 끌어내는 마오가 언제나 옳지만 그래도 기술자와 지식인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거다. 


    뭔소리여? 대중은 어리둥절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문혁의 10년 소란에 지쳤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자. 민중의 열정만으로 안 된다. 민중은 질의 균일에서 끝나고 프로의 기술 없이는 입자로 힘으로 운동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아마추어가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택도 없다. 프로의 연장을 가져야 한다. 프로는 아마에게 없는 무언가 하나가 더 있다. 인정하자. 놔두면 프로들은 보수로 돌아선다. 기술자의 알량한 권력에 취한 것이다. 검찰은 죄다 보수가 되었다. 


    권력을 쥐면 보수가 된다. 검찰은 프로와 기술자와 엘리트가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정치는 프로가 없다. 누가 프로 정치인인가? 없다. 더욱 신무기가 등장한다. 프로가 없다. SNS 신무기 앞에서는 모두가 아마추어인 것이다. 


    그럴 때 세상이 바뀐다. 신무기가 없이 기존에 하던 대로 하면 엘리트가 먹는 게 맞다. 엘리트는 질을 세팅하지 못한다. 밖에서 에너지를 끌어오지 못한다. 입자에서 힘과 운동과 량으로 퇴행한다. 망한다. 민중과 기술자의 합작이 필요한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9.29 (02:22:35)

"신무기를 손에 쥔 자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며 계급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 단, 미래로 갈수록 기술이 발달할수록 대중의 손에 신무기가 들어올 확률이 높은 거다."

http://gujoron.com/xe/1127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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