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진리의 깊은 부분을 알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관계가 복잡해서가 아니라 사건에 다가가는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사건의 연결이고 사건은 언제라도 전체에서 부분으로 간다. 전체는 크고 부분은 작다. 큰 것이 작아질 수는 있어도 작은 것이 커질 수는 없다. 세상은 언제나 작아지는 방향으로 간다. 작아질 수 있는 이유는 사건이 내부에서 쪼개지기 때문이다. 커질 수 없는 이유는 그곳이 외부이기 때문이다. 내 팔을 자를 수는 있지만 남의 팔을 내 몸에 붙일 수는 없다. 그 팔이 남의 팔이기 때문이다. 사건은 닫힌계 안에서 작동한다. 닫혀 있는 사건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만 논한다. 그러므로 자연에서는 언제나 쪼개질 뿐이다. 그런데 우리가 무언가를 인식한다는 것은 더 커진다는 말이다. 방향이 충돌한다. 존재론은 배경, 실체, 연관, 이행, 귀결로 작아지고, 인식론은 지각, 수용, 분석, 종합, 응용으로 커진다. 이는 모순이다. 그러므로 뭔가를 배웠다면 잘못 배운 것이며, 뭔가를 안다면 잘못 아는 것이며, 뭔가를 이해했다고 말하면 오해한 것이다. 인생은 실전이다. 병만아! 학교에서 배운 것은 현장에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그렇다면? 배운 것을 뒤집어야 한다. 그것이 깨달음이다. 뒤집기에 성공하면 다시 쓸모있어진다. 경험 많은 고졸과 어리버리한 대졸이 붙으면 당연히 고졸이 이긴다. 그러나 얼마 후에 역전된다. 금세 따라잡아 고졸을 능가한다. 처음에는 배운 것을 전혀 써먹지 못하지만 곧 뒤집기를 익혀서 써먹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뒤집어야 한다. 자전거타기를 배운다 치자. 방향을 왼쪽으로 꺾으려면 핸들을 왼쪽으로 꺾어야 한다. 그러다가 자빠진다. 어느 쪽으로 꺾어도 자빠진다. 사실은 핸들을 꺾는 게 아니라 상체를 기울이는 것이다.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전은 다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자전거를 배울 수 있는가? 배울 수 없다. 원래 타고난 균형감각을 끌어낼 수 있을 뿐이다. 즉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수영할 줄 알고 원래부터 자전거를 탈 줄 안다. 그러므로 자전거타기를 한 번 배워두면 평생 잊지 않는다. 수영을 한 번 배워두면 평생 잊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수영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아기가 수영하는 사진은 인터넷에 많다. 인간은 원래 수영할 수 있다. 자신이 수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뿐이다. 머리로 수영하려고 하므로 안 되는 것이다. 원래 안 되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 원래 인간은 자전거 위에서 균형을 잡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강아지는 농구공 위에서 균형을 잡는다. 대부분의 동물은 탁월한 균형감각을 발동시켜 전혀 연습하지 않았는데도 움직이는 물체 위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염소가 묘기를 잘 부린다. 새끼염소는 움직이는 소나 사람의 등에 올라타곤 한다. 인간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다. 자연은 전체에서 부분으로 가지만 인간의 학습은 부분에서 전체로 간다. 둘은 방향이 다르므로 충돌한다. 그러므로 실전에서는 학습을 뒤집어 다시 전체에서 부분으로 정렬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전체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인간은 누구나 감각을 가지고 태어난다. 필자는 순전히 언어감각으로 구조론을 만든 것이며 원래부터 그랬다. 여러분도 마찬가지다. 원래부터 구조론을 안다. 단지 사용하지 않다보니 잊어먹었다. 원래 아는 것과 학교에서 배운 것이 충돌할 때는 뒤집어야 한다. 원래 아는 것에 종속시켜야 한다. 방향을 바꿔줘야 한다.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전체에서 부분으로 가라고 백번쯤 말해도 여전히 부분에서 전체로 가고 있다. 왜 말을 안 들을까? 자기 안에 감추어진 전체에 대한 감각을 불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건 학습되는 게 아니다. 일단 현장에 가봐야 한다. 고소공포증을 해결하려면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한다. 고소공포증을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올라가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자는 절대 배우지 못한다. 수영기술을 배우고 물에 들어가겠다는 자는 절대 수영을 배우지 못한다. 일단 높은 데서 뛰어내려야 한다. 한번은 해야 한다. 일단 물에 풍덩 빠져야 한다. 당신도 아기 때는 전혀 배우지 않고도 수영을 능숙하게 했다. 인간은 원래 물고기이기 때문이다. 허파의 구조가 물고기 시절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젖어있는 폐가 물속에서 산소를 포착한다. 진화생물학으로 보면 인간은 물고기나 다름없다. 물고기인 인간이 수영을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런데 그 능력은 생후 몇 개월 후에 사라진다. 물속에 빠지면 본능적으로 호흡을 멈추게 되어 있는데 호흡을 하다가 사레가 들려 캑캑거린다. 태아가 자궁 속에서 물을 먹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10개월간 잠수훈련 했잖아. 명심해야 한다. 배운 것은 모두 가짜다. 아는 것은 모두 틀렸다. 이해한 것은 모두 오해다. 뒤집어야 한다. 하나씩은 안 되고 한꺼번에 해야 한다. 처음부터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아야 한다. 오늘은 핸들잡기를 배우고 내일은 페달밟기를 배우자? 이러다가는 평생 못 배운다. 당신은 원래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새끼고양이가 농구공 위에서 균형잡는 것을 봤잖아. 당신은 원래 구조론을 알고 있다. 잠든 감각을 깨우면 된다. 말을 들어야 한다. 언제라도 전체에서 부분으로 간다. 전체가 보이지 않는다면 가상의 동그라미를 그려서 전체를 만들어내자. |
"배운 것은 모두 가짜다. 아는 것은 모두 틀렸다. 이해한 것은 모두 오해다. 뒤집어야 한다. 하나씩은 안 되고 한꺼번에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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